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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석 Oct 23. 2024

외부사건 vs 사적사건

사건을 대하는 두 가지 자세 - 통제 대 경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연스러움은 편안함을 유도한다.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나타나 나의 적응을 방해한다.

그리고 불편한 마음은 다가온다. 그 불편함은 자연스럽다.

자연스럽다는 것은 곧 평안을 유도한다.


그렇기에 마음은 불편하지 않으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사건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관찰 가능한 피부 밖의 외부사건과 쉽게 관찰되지 않는 피부 안의 사적사건. 외부사건의 문제라 함은 예측과 다른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유대기로 대표되는 여러 질문들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며 이는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과 자원의 투입, 정보 수집 등의 활동을 망라한다. 즉 어떠한 예측이 실현되도록 통제력을 발휘하는 적극적 행위이다. 사적사건은 마음이 작용하는 일로서 우리의 감정, 생각, 감각 경험 등을 대표한다. 사적사건의 문제라 함은 이상심리학(abnormal psychology)의 관점에서 일상의 다양한 적응의 장해를 초래하는 정서, 사고, 이상 지각 및 감각 등의 장애를 뜻한다. 그렇기에 사적사건이 문제가 된다는 것은 가볍게 여길 일은 아니다.


사건에 이상(문제, 비정상, 위협 등)이 발생하면 '고통'이 수반된다. 인간은 '고통'을 회피하도록 진화되었다. 외부 사건과 관련해 고통을 초래할 위협적인 일들이 반복되지 않게 대비하고 통제하는 것은 생존력을 높이는 데 효용이 있다. 이유대기가 적절히 기능한다는 것은 문제해결 전략이 외부 사건에 대한 통제력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상에서 정상으로의 변화를 위한 통제는 자연스럽다.


그러나 마음이 하는 일에 이유대기의 본질은 효용이 없다. 사적 사건으로서 마음이 경험하는 생각, 우울, 불안, 초조, 분노, 짜증, 화 이상 신체 감각 등에 대해 이유대기는 우리가 생존하는 데 도움이 될까? 내가 왜 우울한지, 왜 불안한지, 왜 초조감을 느끼는지 등등 고통을 반복하지 않으려 통제하는 시도는 효용이 없다. 이유인 즉, 외부 사건에 이상이 발생하면 마음은 여지없이 고통으로 반응하니 자극에 따른 반응을 통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어쩌면 인간의 고통은 자연스럽다. 그리고 '1A 기차표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이미 발생한 사건에 왜인지 따져 묻는 질문은 반추적이며 자기 비난을 포함한 개념화된 자기를 낳는다. 마음이 이상에서 정상화를 위한 과잉 통제 시도는 역설적으로 더 강한 이상을 초래한다. '파괴적 정상성'이다.


두 사건은 상호 관련성이 있다. 외부 사건의 문제가 반복되면 사적 사건에 이상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상이 생긴 사적 사건은 외부 사건에 대한 대응력을 약화시킨다. 이러한 상호 관련성은 우리가 외부와 사적 사건을 구분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두 사건을 혼동하는 것은 마음을 문제로 여기게 하거나, 해결해야 할 문제를 경험으로 치부한다.


나는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이유를 대는 것일까? 나는 예상하지 못했던 '1등급 기차표 구매(외부사건: 자극)'에 마음이 느끼는 불쾌감(반응: '사기를 당했다', '짜증이 난다.', '화가 난다.' '불안하다.', '걱정된다.')'문제'로 여겼고 그 '문제'를 없애거나 통제하기 위해 이유를 댔다. 마음이 하는 일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이유를 댔던 노력은 오히려 나를 더한 통증으로 내몰았다(개념화된 자기).


그렇다, 나는 마음이 하는 일에 불필요한 이유를 대었고 그 방법이 효용이 없었던 것뿐이다. 나는 마음이 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



다시, 인도


나는 침잠한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예상하지 못했던 타인의 언행에 얼어붙는다.

어쩔 줄 몰라서, 나는 타인의 행동과 말 그리고 감정에 나 자신을 의탁한다.

차갑게 전달되는 타인의 음성은 내면의 목소리를 마비시켜 내 욕구를 꿈틀대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그 차가움은 마음을 공허로 채운다.

공허로 가득한 차가운 마음은 나의 바람이 들어갈 틈을 메운다.

나의 바람은 없다.

나는 뭐든 괜찮다.

......

나의 바람은 정말 없는 걸까?

그러면 나는 뭐 하러 이 생을 살아가는 걸까?

나의 바람이 있다면,

나의 소망과 바람을 담은 생의 숨결이 어딘가에 있다는 걸까?


나는 마음에서 빠져나올 단서가 필요하다. 단서는 어디에 있을까?



암리차르 황금사원

#수용전념치료 #파괴적정상성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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