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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액션건축가 Apr 27. 2018

빠른 퇴사와 바른 퇴사

퇴사 충동에 사로잡힌 나. 지금 퇴사해도 괜찮을까요? 

From. 계속되는 퇴사 충동에 사로잡힌 3년 차 P

퇴사 충동에 사로잡힌 나. 지금 퇴사해도 괜찮을까요?     


오늘은 제발 퇴사 충동의 지뢰를 밟지 않기 위해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할부가 남아있는 카드 명세서도 떠올려보고, 가고 싶은 여행지의 리스트를 끝말잇기 하듯 읊조리며 회사 로비의 문을 조심히 열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회사에 들어선 순간부터 ‘퇴사 충동’은 제 마음대로 조절 되질 않네요. 이런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 언제인지 까마득할 정도로, 퇴사가 꿈이 되었습니다. 지금 퇴사해도 될까요?     




액션건축가의 퇴사처방전


To. 계속되는 퇴사 충동에 힘들어하는 3년 차 P에게

오늘도 퇴사 충동의 100번째 지뢰를 밟아 버렸습니다.                                                                                                                                                                                               

매일이 퇴사 충동의 연속이었어요.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퇴사로부터 피하게 만든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제 소심한 성격이에요. 웃으며 나갈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거든요. 회사 생활이 ‘할만해서’ 견딘 것은 아니에요. 회사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하루에도 수십 번 사직서를 던지고 싶은 순간이 저에게도 찾아왔어요.        


마음에 가드도 올리기 전에 반갑게 인사한 면전에 대고, 얼굴이 부어 보인다고 막말을 던지는 송 차장을 시작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 대리까지 화장이 부족하다느니, 뿌리 염색을 할 때가 지났다느니 하는 말을 아무 거리낌 없이 내뱉는 사람들. “제발, 너님이나 잘 하세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솟아 오르지만 월급에는 멍청이들의 재잘거림을 참는 것까지 포함이라는 명언을 자주 되새겨야 했어요.  

   

다른 사람의 스케줄과 상관없이 아무 때나 팀원들을 불러대 회의를 하자고 하고, 요점 없는 오랜 이야기 끝에는 항상 자신의 일을 누군가에게 토스하고 유유히 사라지는 최 차장. 그의 일이 내게 토오스 된 날에는 최 차장의 뒤통수에 ‘야, 이 양아치야!’를 외치지 못해 생긴 울화통을 계단실의 애꿎은 벽을 향해 날려야 했죠.      


한 달째 들고 있는 000 기획안 v27_수정_진짜 마지막_정말 마지막. 파일을 열어 팀장이 지난번엔 또 무엇이 마음에 안 들어 수정을 하라고 했는지 머리를 뜯으며 고민을 하다가 급기야는 한숨을 쉬며 ‘나에겐 왜 독심술이 없을까’하는 이상한 생각을 해야만 했고요.     


덕분에 매일 밤마다 눈물 나게 매운 음식을 찾아 헤맸죠. 습습! 하하! 소리를 내며 그중에서도 더 빨갛게 양념이 묻은 껍데기를 찾아 입에 넣고는 눈가에 눈물을 주렁주렁 매달아야만 기분이 좀 풀렸거든요. 그때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사는 게 다 그런 거’라고 위로하며, 앞으로 남은 인생의 대부분을 매운 족발, 닭발과 함께 하는 '발'같은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 밖에 없는 것 같아 너무 슬펐어요. 행복하기 살고 싶어서, 힘겹게 회사에 들어왔는데 회사에 있는 시간 동안에는 웃을 일이 없다니!                                                                                                                                    

뜯자!살기위해! (출처: https://feedx.top/hashtag/닭발덕후)


습습! 하하!
슬퍼서 흘리는 눈물이 아니다.
매워서 흘리는 눈물이다.


                                                                                       



회사의 월급에는
멍청이들의 재잘거림을
참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재잘거림과 퇴사충동의 상관관계를 수학식으로 나타내면...


하지만 회사가 싫다는 이유로 사직서를 던지고 나갈 용기가 없는 겁쟁이였기 때문에, 퇴사를 하는 마지막 순간에 다리가 후들거리지 않도록 준비하고 또 준비했어요. 겁이 많은 성격을 가능하면 멀리 던져버리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소심한 성격이 저를 도왔어요. 만약, 회사 출근이 죽기보다 싫었던 첫 두 해에 회사를 그만두었다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지 못할 거예요. 아마 지금도, 많은 사람이 가는 길 위를 안전하다고 믿으며, 누군가가 시키는 일을 이유도 모른 채 기계적으로 하고 있겠죠.     


매일 밤, 어느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가득 따르고 있을지도 몰라요. 인생은 어둡고, 허무하고, 힘든 고행의 길이라고 한탄하면서요. 지금처럼 기대감으로 내일을 맞이하지 못하고, 아침이라 어쩔 수 없이 눈을 뜨며 월급을 위해 움직이기 싫은 몸을 억지로 출근복장 속에 집어넣고 있겠죠.     


다시 한번 생각해봐도
회사에서 도망치지 않아 정말 다행이에요.


                    




우리는 행복해야 할 권리가 있고, 
행복하기 위해 퇴사를 현명하게 선택해야 할 의무가 있다.    



퇴사는 회사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아닙니다.                 

                                 

도망친다는 느낌으로는 퇴사를 하지 말아주세요. 퇴사 충동의 지뢰 때문에 퇴사를 사게 된다면, 다른 곳에서도 똑같이 겪거나 더 심한 일을 당하게 될지도 몰라요.      


지금 누군가 내 등을 밀지 않는 한, 내가 가진 꿀통을 버리듯 던지지 않았으면 해요. 꿀을 끝까지 핥아먹은 다음, 빈 항아리를 채워 넣을 다른 곳을 향해 떠나도 늦지 않으니까요. 나에게 가장 좋은 '다음'을 준비한 후, 기분 좋게 선택하는 퇴사를 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하나의 이유는 예외예요. 매일 출근하는 것이 죽기보다 싫다면, 아파서 아무것도 못할 지경이라면 당장 그만두는 것이 나아요. 자신의 건강보다 우선인 것은 없으니까요. 이럴 경우에는 몸과 마음을 돌보고,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당신이 오늘 행복하길 바래요. 


From. 액션건축가



진로고민? 퇴사고민? 이직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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