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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액션건축가 May 04. 2018

회사의 시간이 나의 것이 되는 마술

쓸모없어진 제 모습이 견딜 수 없이 초라해요.

From. 허드렛일로 회사생활이 초조해진 K

쓸모없어진 제 모습이 견딜 수 없이 초라해요.


작년보다 일이 늘어 일해야 하는 사람이 필요한데, 왜 일을 하라고 뽑아놓은 신입사원에게 ‘제대로 된 일’을 시키지 않은지 의문이에요. 꼭 제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허드렛일만 하다가 하루가 지나가요.      

‘쓸모 있는 일’을 기대하며 회사에 왔지만, ‘쓸모없어진 자신’의 모습에 속상해하며 퇴근을 하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어요. 작은 일만 하면서 흘려보내는 시간이 너무 아깝고, 저만 도태되는 것 같아서 너무 초조해요. 




액션건축가의 퇴사처방전


To. 초조해진 K에게

가장 쓸모없는 시간이 가장 견딜만한 시간이 되는 아이러니       

                                             

까만 구두, 까만 스타킹, 까만 스커트, 까만 망으로 감싸 안은 머리칼, 까만 재킷 위로 어딘가 어색하게 화장을 한 얼굴. 신입사원의 까만 정장은, 까맣게 타들어 가는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한 전략적 복장인 것 같아요.    


오늘도 무사한 하루를 위해, 파워수트를 입고 출근!


“안녕하세요. 신입사원 막내입니다. 멋진 선배님들과 함께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짧은 박수 뒤로 한동안 아무도 저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죠. 자리에 홀로 남아, 언제쯤 나에게 말을 걸어줄까, 언제쯤 나에게 일을 줄까 고민하며 온 힘을 다해 지루해지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신입사원 때 선배들에게 가장 많이들은 이야기는 “바빠서 챙겨줄 수 없기 때문에, 알아서 살아남아야 한다.”였어요. 무서웠죠. 2년 전 신입사원으로 들어왔다가 아무도 챙겨주지 않아, 6개월간 외주 인력의 지문만 등록하다가 퇴사한 안타까운 이야기도 들었거든요. 그리고 저에게도 퇴사한 선배와 비슷한 시간이 찾아왔어요.   

                                                                                      

흔한 신입의 하루 

아침에 일찍 출근해 선배들의 자리를 닦고, 커피 머신을 청소한 후, 노트북을 열어 회사 공지 사항을 새로 고침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외부 손님이 있는 날은 뜨거운 물 8에 차가운 물 2가 섞인 온도에 커피를 타 직급별로 내어드립니다. 회의실을 팀이 편하게 쓸 수 있도록 미리 잡아두는 것도 저의 소중한 일입니다.  

아직 시간이 매우 많이 남았습니다. 동기들과 주변 맛 집 정보를 공유하고 엑셀로 정리해둡니다. 회식하기 좋은 곳, 예약이 가능 한 곳, 분위기가 좋은 곳, 가성비가 좋은 곳으로 필터를 걸어 둡니다. 셀을 하나 더 만들어 다녀온 곳은 날짜를 기입해둡니다. 같은 곳을 자주 가는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함입니다.

‘맛있는 무엇을 먹는다는 것’은 회사원에게 가장 중요한 의식이기 때문에 맛 집 정보를 많이 알수록, 특히 새로운 맛 집을 많이 알고 있을수록, 선배들에게 도움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DEAR. 신입에게

바빠서 챙겨줄 수 없기 때문에,
알아서 살아남아야 해.
내 인생도 벅차거든.

FROM. 선배가


                               

선배들은 항상 작년보다 일이 늘어 사람이 더 필요하다고 난리인데, 왜 일을 하라고 뽑아놓은 신입사원에게는 ‘제대로 된 일’을 시키지 않은지 의문을 가지고 하루를 보냈어요. 그리고 내일은 조금이라도 ‘쓸모 있는 나’를 기대하며 선배들이 모두 퇴근 한 사무실을 빠져나오곤 했죠. '가장 쓸모없는 시간이 가장 견딜만한 시간'이라는 아이러니를 그때는 몰랐거든요.  



                                                                

나의 쓸모를 만드는 것은 나야 나         

                                         

취업 후, 가장 많은 퇴사가 1년 차에 이루어져요. 회사에서 나의 쓸모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조금만 기다려요. 마음을 졸이거나 서두르지 않아도, 곧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일이 내게 오게 될 테니까요. 그때는 지루했던 시간이 그리워질지도 몰라요. 


'회사가 나쁘다, 그르다' 감정 판단으로 속상해하는 대신, 아무런 일이 주어지지 않는 시간을, 나에게 쓸모 있는 시간으로 만드는 연습 하는 건 어떨까요. 예를 들어 회사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팀의 목표는 무엇인지, 각각의 선배들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거나, 회사 업무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는 거예요. 그래도 시간이 남는다면, 각종 신문과 논문에서 찾은 ‘업무와 연관된 뉴스’를 보기 좋게 모아 선배들에게 주기적으로 메일로 공유해봐요. 센스 있는 신입사원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어요.         


무엇보다 나를 위해, 회사의 시간을 내 시간으로 만드는 연습을 했으면 좋겠어요. ‘스스로 나의 일을 찾고, 만드는 기술’은 퇴사 후 회사 밖으로 나왔을 때에도, 가장 필요한 기술이 될 테니까요.                                                                                                                                             

회사의 모든 시간이 당신을 위한 시간이기를 바랄게요.


From. 액션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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