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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액션건축가 Jun 08. 2019

자존은 팔지 않습니다만

나답게 살아도 괜찮아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수 있을까? 


퇴사 후 지금의 삶이 만족스러운 이유는 단 하나다. 나의 하루가, 나의 일이 나에게 맞추어 돌아가기 때문이다. 


나는 도무지 좌뇌우뇌를 총 동원해도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것을 참을 수가 없다. 정말 불편한 성격이다. 학교 다닐 때도 선생님에게 혼나는 이유를 캐 묻다가 매를 더 벌기 십상이었고, 한 대학교수가 동기에게 집적거리는 손을 참지 못해, 손목을 꺾어버려 학점에 빵꾸도 났다. 좁은 시장 골목에서 몸이 불편해서 움직임이 느린 행인에게 쉬지 않고 빵빵대는 외제차의 본네트를 발로 차버리거나, 의사가 중국어 동영상 공부로 바빠 손가락 하나로 대충 처방해 주는 처방전을 종이비행기로 만들어 되돌려줘야 직성이 풀렸다. 


참아야 한다.
모른 척 하자. 


백 번 다짐해도 먼저 반응해버리는 몸 때문에 곤란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회사생활을 하면서 또 하나의 불편한 성격을 발견하고 말았다. 까라면 까야 한다는 상명하복식의 명령을 몸서리치도록 못 견딘다는 것을 말이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회사를 다녀야지’ 하고 입사한 신입 회사러에게 이건 정말 큰일이었다. 하지만 알면서도 잘 되지 않았다. 그나마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을 만큼 상대방의 설득력이 강하거나, 누적된 관계의 시간을 통해 그 사람에 대한 신뢰도가 높을 때’에는 기꺼이 명령을 따를 수 있었기에, 어떤 상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회사생활의 희비가 갈렸다.


좋은 게 좋은 거야, 원래 그런 거야,
      

나이도 많고 경력이 높으니까 말 잘 들어야지. 하다가도 눈에 가시가 콕 하고 접수되면 나도 모르게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 거리고 말았다. 



결국 살아남기 위해 세 개의 선택지를 매일 밤마다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1. 시골에는 빈집이 많다고 하니 그곳에서 나는 자연인으로 살거나, 2. 공정하지 못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명령에 참지 않아도 되는, 나의 유토피아를 만들거나, 3. 자존을 팔아 내가 아닌 나로 살아가거나.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던데, 난 적응에 실패했다. 아니 거부했다. 감히 자신을 묶은 로프를 잘라내어 자유로워지기로 했다. 나의 주인은 나니까.      



초원을 어슬렁거리며 걷다, 나에게 손을 뻗는 사람들과 함께 일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두 부류의 사람들 (- 상대방이 일하는 방식을 존중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만났다. 처음에는 백수의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하고 싶은 일이라고 생각되면 곧 잘 승낙했다. 하지만 똑같이 좋아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과 일을 하느냐에 따라 만족도의 편차가 컸다. 결국 나는 또 가장 좋은 조건의 일을 버렸다. “내가 만든 거니까, 너는 무조건 따라와.” 라고 말하는,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모든 것들을 참을 수 없어 떠날 때,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주는 대로 받으면, 잠시 간 쓸개 내려놓으면, 편하게 살 수 있는데 뭐 하러 그렇게 피곤하게 사냐고. 그런 성격으로는 결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거라고.      


하지만 생각해본다. 어떻게 인간이 수십만 년에 거쳐 살아남았을까. 날카로운 송곳니도 몸을 보호할 털옷도 없는데 말이다. 환경을 지배할 수 있는 능력과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두 가지 능력을 모두 갖추었기 때문 아닐까? 나는 험한 환경에서도 지금까지 살아남은 인류의 DNA를 믿어보기로 했다.      


불편한 것을 참지 못하는 성격 덕분에 내가 걷기 좋은 길을 찾는 오랜 기간 동안 나는,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에 더 예민해졌다. 그리고 그 불편함을 편함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찾아서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뚝딱! 뚝딱! 우물이 필요하면 직접 파면 된다. 그리고 막상 해보면 그리 어렵지도 않다. 

    

나에게 환경을 맞추어 살아남느냐, 
나를 환경에 맞추어 살아남느냐, 


어쨌거나 두 경우 모두 살아남는다. 그런데 누구의 삶이 더 나을까? 


#액션건축가 

#존밍아웃 

#자존은 팔지 않습니다만 


인생의 가장 빠른 터닝포인트

워라밸 연구소, 액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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