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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세아 Nov 30. 2021

15. 계절

스무 살 때까지 내 별명은 인간 난로였다. 여름엔 열이 많아서 더위를 잘 탔고, 겨울에는 몸이 따뜻하다 못해 뜨거웠다. 추위를 잘 타는 친구들은 겨울만 되면 내 곁에 다가와서 따뜻한 내 손을 잡기도 했고, 내 팔을 꼭 껴안고 있으면 따뜻해진다고 좋아했다. 그래서 '인간난로 장세아' 였다. 그러다 다음 해부터 갑자기 수족냉증이 심해졌고, 더위와 추위를 둘 다 잘 타는 체질로 바뀌었다. 그래서 여름과 겨울은 사전에 준비하는 계절이 된다. 핸디 선풍기와 핫팩을 미리 사지 않으면 겁부터 난다.


이전에는 좋아하는 계절을 물어보면 생일이 11월이기도 하고, 뭔가 모를 감성적인 느낌이 드는 가을이 좋아서 매번 가을이라고 대답했다. 이제는 봄, 가을이 좋다고 대답한다. 따스함과 선선한 날씨가 적당한 계절, 맑고 화창하며 밝은 분위기를 만끽하는 봄, 가을이 좋다. 축제도 봄, 가을이 가장 많고 여행도 그 시기에 제일 많이 떠나는 것 같다. 가끔 비가 올 때도 있지만 봄비와 가을비는 분위기조차 낭만적이기도 하다. 봄, 가을에 창가에 앉아 툭툭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차분해질 때가 있다. 마음이 답답할 때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시기도 감성적인 봄, 가을이 좋다. 그래서 지금은 봄, 가을을 많이 좋아한다.


그래도 외국을 많이 돌아다닌 이후 한국이 참 살기 좋은 나라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사계절이 뚜렷하기 때문에 자연도 참 아름답고, 야채가 신선하며 음식도 맛있다. 사계절을 다 겪을 수 있어서 좋아하는 계절도 고를 수 있고, 그 시간에 대해 기다림이 있다. 다양함을 즐기기도 하지만, 새로운 마음으로 좋아하는 계절을 기다리는 순간이 기대된다. 요즘 선선한 날씨가 참 좋다. 가을을 기다리며 남은 2021년은 어떻게 마무리하게 될지 설렘이 있다. 그리고 2022년 봄은 더욱 따뜻했으면 좋겠다. 참 많이 아팠던 작년과 올해를 포근하게 덮어줄 따스한 봄이 찾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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