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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히 접은 마음, 천천히 떠나 보내리

26살 '어른이'가 되도 이별은 늘 어려워요

"이별은 마음의 전쟁이며, 그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부지런 해야 합니다"

영어강의채널 TED에서 우연히 들었던 한 강연자의 연설이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소중히 생각한다면, 때로는 냉정해 질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22살, 첫 이별을 겪었을 때는 어떻게 보면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서 가장 좋을 때의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

그때로 내가 다시 돌아간다 해도 아마 같은 상황을 반복했겠지.


벤쿠버에 와서도 우연히 인연을 만났고, 결코 이루어 질 수 없는 관계임을 알았음에도 마음을 줬다.

그때의 성급했던 내 결정은 기어코 지금의 나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준 것 같다.

하지만 나는 22살이었을 때의 내가 아니니, 더 많은 경험을 겪어 온 26살의 내가 되었기에

좀 더 어른스럽게 이겨내보려 한다.

애초에 처음부터 먼 미래를 함께 그려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없었기에, 언젠가 맞닥트릴 순간이 조금 빨리 왔다는 심정이다.



언젠가 인생에서 다시 벤쿠버에 온다면, 그리고 다시 선셋 비치를 가게 된다면, 아마도 그가 가장 먼저 생각날 것이다. 

그만큼 소중했고, 행복했고, 낭만적이었던 내 지난날의 추억들.

미운 마음이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조금 더 삶의 경험을 한 어른으로서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의 관계이기에 괜찮다.


어쩌면 캐나다에 와서 이런 경험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나에게는 한 평생 잊지 못할 이야기가 생긴 거니까.

나는 그보다 더 어른이니까, 어쩌면 내가 좀 더 성숙한 자세로 마지막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화양연화' 라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의 의미처럼, 캐나다 생활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한 때를 좋게 기억할 수 있게.

(마지막 영화 수업 과제로 '화양연화' 영화를 편집 해야 하는데 정말 놀랍다. 영화 감독의 인생은 영화 제목처럼 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가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시간을 함께 했고, 많은 대화를 나눴고, 많은 경험을 함께 했다.

그 시간들에 대한 '정'이 깊어져 힘든 것이지만 이는 시간이 흐르면 좋은 추억으로 남겨질 것을 이미 경험해 봐서 잘 안다.

그럼에도, 어른이라고 자부했음에도 이별은 아직 힘든가보다.


아직 한달 가량의 시간이 남았으니, 마지막 순간을 아름답게 기억할 수 있게.

슬슬 소중했던 마음을 고이 접어가는 연습을 해야할 것 같다.


다시 생각해보면, 나의 벤쿠버 생활에 이런 추억들을 선사해 줘서 고마운 마음 뿐이다.

진정 마지막에는 그 친구의 미래를 진심으로 응원해 줄 수 있는 멋진 어른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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