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운이 더해져 행복했던 내 연말

직접 만든 한식 한상에 카운트 다운까지 함께한 2023년 12월 31일

2023년, 한 해의 끝을 벤쿠버에서 가장 마음을 많이 준 친구와 지냈다.

함께 바다를 보고, 직접 저녁을 만들어 대접하고, 같이 2024년의 1월 1일을 맞이했다면 그걸로 만족한 연말이다.

우연의 일치로 내가 사는 집의 모든 룸메이트 친구들이 31일에 집에 없었다.

(여행갔다 돌아올 예정인 룸메이트들도 비행기가 결항되어 집에 오지 못했다) 

그래서 좀 더 여유 있게 사슴군에게 직접 만든 저녁을 대접할 수 있었던 날, 모두에게 감사했던 날! 


한국에서 만큼 조미료가 다양하지도, 재료가 다양하지도 않았지만 내가 이곳에 와서 만난 가장 소중한 인연 중 한명에게 대접하는 만큼 (그리고 이게 아마 마지막일 것이니) 최선을 다했다.

조금 짰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맛있게 잘 먹어준 그 친구에게 고마웠다.

이 친구는 나와 놀면서, 한식을 자주 접하고 한식에 입맛을 들인 케이스 인데 .. 

뭐랄까 앞으로 이친구의 인생에서 한식을 먹을 때마다 가끔이라도 나를 추억해 줬으면 좋겠다.

(너무 큰 욕심일까?) 


그 친구와 마지막으로 함께 본 노스 벤쿠버(North Vancouver)의 경관도 참 아름다웠다.

우리는 함께 놀면 항상 다운타운만 돌아다니기 때문에 언젠가 바다 건너 저 노스 벤쿠버도 함께 걸어보자 말했었지. 

9월 즈음, 함께 찍었던 인생네컷 포토부스도 다시 가서 찍었다. 

그러다보니 새삼스럽게 정말 서로의 안녕을 말할 날이 머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초가을부터 시작된 인연에서, 한 해가 지나고 한겨울도 함께 했다.

'함께' 라는 워딩을 쓰기엔 자주 만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내 벤쿠버 인생에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사람.

이 친구와의 관계에 욕심을 부렸던 초반에는 내가 생각해도 많이 급했고, 너무나 한국 사람의 마인드로 대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도 많이 내려놓고, 대화도 많이 해보고, 또 나 스스로 많이 정리하며 이제는 정말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인연으로 남았다. 

이렇게 사람을 만나면서 나도 더 다양한 경험을 하고, 더 성숙해 가는 것이겠지.


사슴군을 만나며 배운 건, 인간관계에 너무 혼자 욕심부리지 말자라는 기조와 상대방의 마음과 상관없이 내가 있는 그 자리에서 진심을 다했다면 만족한다는 그런 생각.

악동뮤지션의 노래 처럼 그 친구를 대하면서 머뭇거림은 있었어도, 단 한번도 거짓으로 그를 대하진 않았던 것 같다.


11시 45분 경, 함께 12시 카운트 다운을 보러 다운타운에 나갔다.

둘 다 다운타운 쪽에 사는지라 걸어서 5분이면 도착하는 중심가.

둘 중 한명이라도 다운타운에 살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지금 이렇게 지내진 않았겠지. 


길거리에서 새해를 맞이한 적도, 가족이 아닌 누군가와 새해를 맞이한 적도,

외국인 친구와 해외에서 맞이한 적도 그 모든게 나에겐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내 인생에서 절대 잊지 못할 순간을 이 친구가 또 함께해 줬다.


이제 정말 말 그대로, 그 친구와 함께 할 순간이 딱 한번 남았다.

이상하게도, 한 여름, 그 친구를 딱 처음 마주한 날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 때 나는 이친구와 내가 이렇게 까지 가까워질 줄 알았을까.

작가의 이전글 즉흥적으로 선택한 '태양의 서커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