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곤 생각은 해 봤지만, 내리지 않던 결정은 꼭 그 타이밍이 온다
언제곤 내가 여유가 생기는 연휴 즈음에 '도쿄에 가볼까?' 생각은 해 봤다.
만약 가게 된다면, 그 친구에게 연락을 해야 할까도 막연하게 생각해 봤다.
하지만 이내, 헛웃음을 치며 이미 지나간 인연은 그저 그렇게 기억 속에 묻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나날들을 이어가다가, 문득 그 친구가 계속 생각이 나던 시기가 있었다.
이상하게 꿈에도 나오고.. 정말 어이가 없었다.
이제는 그립고 좋아하는 그런 감정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럼 뭘까.
그 친구가 그리운 게 맞는지, 그 친구와 함께 하던 그 시기가 그리운 게 맞는지.
잘 모르겠어서.. 그래서 확인을 하기로 했다.
어느날 문득, 일하고 퇴근하는 길에 회사 앞에 사는 고양이를 찍어 올렸다.
그 친구가 고양이를 좋아하는 지라, 좋아요를 누른 김에 잘 지내는 지 연락을 했다.
그렇게 두고 두고 나는 먼저 안보내야지 다짐을 했었는데, 정말 한순간에 지금까지의 그 힘든 시간들을 무너뜨리고 연락을 하게 되었지.
가장 처음 온 답장이 'I miss u' 였는데, 이상하게 화가 났다.
그렇게 그리운데 왜..? 지금까지 연락도 안하고 지 살길만 살고 있었는지.
그 친구도 나처럼 그저 그리운 마음은 있는데 추억속에 묻어 두려 노력한 건지, 아니면 내가 그냥 아직까지 휘둘려 놀아나는 건지. 사실 그 모든 것을 아직 잘 모르겠다.
사실 추석이라는 정말 항공권, 숙소 다 비싼 연휴에 도쿄에 가는 것은 아깝지 않다.
간 김에 그동안 연락만 했던 일본 친구들 만나고, 관광하고 오면 되니까.
다만, 사슴군을 추억 속에 두는 게 더 좋게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을까. 가서 오히려 그 친구를 더 안좋게 기억하거나 혹은 내가 더 힘들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친구와의 미래는 그때도, 지금도, 아마도 미래에도 생각해 보지 않을 것 같다.
어차피 서로가 힘들기만 한 그런 시간들일 것이 분명해서.
그렇게 그 친구와 짧은 연락을 끝내고, 딱 하루 고민했다.
그리곤 다시 메세지를 보냈다. '나는 9월에 도쿄에 갈 거고, 나도 사실 너가 보고싶다'고.
아마 가서 그 친구를 딱 한번이라도 만나서 그간의 이야기를 풀어보고, 그리고 서로 또 오랜 안녕을 하지 않까. 사실 별 기대도 없다. 다만 최선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뿐.
그 주말, 오랜만에 캐나다에서 같은 쉐어하우스를 살던 가족들을 만났다.
다들 너무 열심히, 그리고 야무지게 살고 있는 멋진 친구들.
나보다 몇살은 더 어린 동생들임에도 너무 멋지고, 장하고, 본받을 점이 많은 친구들이다.
캐나다에서 만난 정맣 좋은 인연 들 중 하나.
내가 정말 믿고 의지하는 첫째 언니가 내 얘기를 듣더니, 그런 말을 했다.
안가면 후회할 게 뻔하니, 일단 갔다와. 가서 후회 없이 잘 지내다 와.
그래서 정말, 일단 가보기로 한다.
어떻게 될 지는 나도 모르겠다만, 만약에 다시 이어질 인연이라면 또 어떻게 흘러가겠지.
그전까지는 열심히 회사 다니고, 일배우고, 영어공부하고, 운동하며 지내면 또 그렇게 9월이 오겠지.
참 이런 결정을 내린 게, 나도 나조차도, 잘 모르겠다.
그저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은 '나만의 최선'을 다해보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