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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면 절대 하지 않았을 선택,

자칭 'strict korean' 이라고 소개하던 내가 이런 결정을..?

지금와서 단순한 호기심이였다고 발을 빼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 

밤 9시까지 해가 쨍쨍한 한여름부터 시도 때도 없이 비가 내리는 초가을까지 지나치게 많은 대화를 나눈 탓일지 모른다. 

미숙한 영어로 어떻게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모습에 벤쿠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합쳐지니 거부할 수 없는 만능 치트키가 탄생했다. 


(이런 선셋을 같이 본다면 누구라도 호감이 생기지 않을까?) 


마냥 좋다고 관계를 시작하기엔 국적, 나이, 거주기간 등 객관적으로 맞는 조건이 하나도 없었다. 

만약 내가 제 3자의 입장이었다면 애초에 정을 주지 말라고 했을 정도였으니까.


한국인의 정은 참 무서운 것 같다. 

이미 들었던 무성한 소문들도 비현실적인 조건들도 애써 무시하게 만드니까.


(벤쿠버 해변의 야경은 자연만 있는게 아니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나라면 당연히 끊어냈을 인연인데, 대체 무엇이 나를 머뭇거리게 만든 것일까. 

아마도 내가 지금 처해있는 환경이 8할이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짧게 머물다 갈 상황이라면, 인연 조차 짧게 즐기다 서로의 안녕을 빌어줘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가벼운 생각이었다. 

언젠가 서로의 안녕을 말할 때 그때의 감정을 잘 정리할 자신만 있다면 가능할지도? 라는 생각에서 시작했지만 항상 확신은 없었다. 


(벤쿠버의 여름을 지나 가을과 만나다) 


여행으로 와 짧게 만난 한 한국인 언니의 조언대로 후회없이 감정에 솔직해야 미련없이 인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먼 이후에 언제곤 그 때의 벤쿠버 라이프를 회상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추억들을 요새 만들어 가고 있는 듯 하다. 하루 하루가 소중한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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