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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ri Sep 06. 2024

프롤로그

  학교에서 시험이 끝나면 담임 선생님께 “선생님 저는 살 가치가 없는 아이예요. 엄마, 아빠 얼굴을 볼 수가 없어요”라고 말하며 우는 아이들을 종종 봅니다. 어떤 아이는 학급 칠판에 한강 물 온도를 적기도 합니다. ‘오늘은 물 온도가 너무 낮으니 내일 시험 보고 생각하자…’하면서요.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구분했습니다. 1단계는 생리적 욕구, 2단계는 안전의 욕구, 3단계는 사회적 욕구(애정·소속 욕구), 4단계는 존경의 욕구, 5단계는 자아실현의 욕구입니다. 이 욕구들은 위계이론이기 때문에 가장 낮은 단계의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이 되어야 윗단계 욕구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부모의 경우 2단계 안전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자녀의 고민을 차분히 들어줄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아이가 매우 배고픈 상황(1단계 생리적 욕구)이라면 엄마의 “공부 열심히 해(자아실현의 욕구)”라고 말은 매우 듣기 싫은 잔소리로 입니다. 


  2023년 대한민국은 GDP기준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이 되었습니다. 전 세계 109위에 해당하는 영토 크기를 가지고 있고 자원도 없는 나라가 G20 안에 들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저의 부모님 세대만 하더라도 살면서 배 굶지 않고 내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갖는 게 인생의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자녀 세대는 다릅니다. 2025년 대한민국 최저시급은 1만 30원입니다. 2022년 기준 인도의 최저 시급은 22.25루피로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366.68원입니다.(24.7.13 기준) 국가별 최저시급은 그 나라의 경제력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최저시급이 인도보다 대한민국이 높다는 말은 대한민국이 인도보다 훨씬 더 잘 산다는 의미입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지금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의 나라에서 닮고 싶은 나라로 대한민국을 꼽습니다. 대한민국은 한세대 만에 원조 수혜국에서 원조 지원국이 된 유일한 나라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옛날만큼 굶어 죽을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소득이 낮은데 집이 없으면 나라에서 공공임대 주택을 지어서 싼값에 거주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이 되어 이제는 더 이상 육성회비를 걷지 않습니다. 물론 무상급식이라 급식비도 내지 않습니다. 


  시대가 바뀌고 세대가 바뀌었습니다. 지금 아이들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욕구는 3단계 사회적 욕구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고 확인받고 싶어 합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건,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건 그 이면을 잘 들여다보면 사랑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숨겨져 있습니다. 다만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사랑을 받기 위해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하지만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는 어린아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부모에게 때를 쓰는 것처럼 사랑해 달라고 악을 쓰는 것입니다.   


  제가 교직에 들어선 지도 몇 년만 지나면 10년째입니다. 학창 시절부터 아르바이트로 강의를 계속해 왔으니 그 경력까지 다 하면 10년이 훌쩍 넘습니다. 전 한 아이의 엄마이자 중, 고등학교 교사입니다. 행복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특이한 경험을 많이 한 편입니다. 음악을 전공한 덕분에 중학교 때부터 학원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교를 다녔고, 레슨비 등의 이유로 타의에 의해 전공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부모님과 대화가 안 통한다는 아이들을 종종 봅니다. 반대로 아이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하는 부모님도 만납니다. 힘들고 고민이 많은 학창 시절을 거쳐왔고 지금은 부모가 된 입장에서 이 둘의 마음을 연결시키는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독자분들은 모두 학교를 나오셨고 부모라면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미 자녀 교육에 있어서 전문가이시겠지만 그래도 제가 급식을 독자분들보다 조금 더 많이 먹었기 때문에 조금 더 쌓은 경험치를 가지고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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