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교무실에서 참선을 했다" 1

by yuri

교무실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한 발, 두 발—누가 봐도 억지로 아픈 척 걸어오는 학생의 모습이었다.

건영이었다. 배를 움켜쥐고 찡그린 표정을 억지로 만들어낸 채, 내 책상 앞까지 걸어왔다.

“선생님… 저 조퇴해야 될 것 같아요.”

나는 팔꿈치를 책상에 얹고 거북목을 빼며 모니터를 보던 시선을 그에게 옮겼다.

“입시에서 출결이 얼마나 중요한지 선생님이 여러 번 말했는데… 조금만 더 버텨보는 게 어떻겠니?”

건영이의 눈이 잠깐 흔들렸고, 곧바로 얼굴이 굳었다.

“저는 지금 너무 아프니까 조퇴해야겠어요.”

말투는 단호했지만, 그의 눈빛은 흔들렸다. 짧은 순간, ‘꾀병’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나는 조심스레 휴대폰을 들어 건영이 아버지께 전화를 걸었다.

“아버님, 안녕하세요. 건영이 담임입니다. 건영이가 아파서 조퇴를 해야겠다고 하네요.”

“아...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께서 보시기엔 어떻습니까?”

“음... 제가 보기엔 보건실에서 약 먹고 조금 쉬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합니다. 상담 때 말씀드렸다시피 요즘 대입에서 출결이 중요하니까요…”

전화기 너머로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하… 어젯밤에 속이 안 좋다고 하긴 했는데… 선생님이 보시기에 괜찮으면 학교에 있게 해 주세요. 제가 방과 후에 병원에 데리고 가겠습니다.”

“네... 그럼 제가 지켜보다가 상태가 안 좋아지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전화를 끊고 최대한 친절하게 건영이에게 말했다.

“아버님께서 수업 마치고 병원에 같이 가자고 하시네.”

그 순간, 건영이의 감정이 폭발했다.

“아씨… 선생님이 뭘 알아요! 선생님이 안 아프다고 하니까 아빠가 그렇게 말하는 거잖아요!”

분명 성난 목소리였다. 그의 감정은 이미 ‘아픔’이라는 껍질을 벗고, 분노라는 속살을 내보이고 있었다.

“제가 아빠랑 직접 얘기할 거예요.”

나는 표정으로 ‘그러렴’이라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나무아미타불… 관셈보살… ’

예전의 나였다면, 벌써 한소리 했겠지만—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다.

신규 교사 시절. 나는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다. 아이들의 무례한 말 한마디가 내 심장을 후벼 팠고, 나는 그걸 참지 못했다.

“선생님이 뭔데 저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세요? 이건 아동학대예요. 신고할 거예요.”

도진이었다. 수업 중 게임을 하다가 적발되었음에도 반성의 기미가 하나도 없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나름 친절하게 말하려고 웃은 건데 그 아이는 내 웃음을 보며 자기를 비꼰다고 느낀 것 같다.

“신고하세요. 이왕이면 영상으로 찍어서 하세요.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친구들 인터뷰도 하고. 알겠죠?”

도진은 기죽지 않았다. ‘무슨 이런 도라이가 있나?’라고 생각한 것 같지만 그는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제가 못 찍을 것 같아요?”

“하세요. 찍으시라니깐요. 아... 아침에 담임 선생님께 핸드폰을 제출했겠구나. 자. 여기. 선생님 거 빌려줄게.”

나는 그렇게 수업 중이라는 사실을 잊고 띠동갑 차이 나는 학생과 말다툼을 했다.

수업이 끝나고, 교무실에서 도진과 다시 마주했다. 그는 여전히 기세등등했다.

“제가 뭘 잘못했는데요? 왜 저한테만 화내세요?”

“넌 네가 뭘 잘못했는지 아직도 모르겠니?”

그 모습을 본 동료 교사 선생님이 말했다.

“선생님, 감정을 좀 추스르시고 말씀하세요.”

나는 침착하게 답했다.

“저는 화나지 않았는데요. 지금 화를 내고 있는 건 제 앞에 앉아 있는 이 학생이죠.”

때마침 수업 시작종이 울렸고 난 “교실로 돌아가서 네가 뭘 잘못했는지 잘 생각해 봐. 내가 네 친구니?”라고 말했다.

그렇게 난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내 감정을 표출하고 말았다.

지금, 교무실 책상 앞에 선 건영이를 바라보며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지금 내가 건영이의 태도를 문제 삼으면, 건영이는 본인의 잘못을 인지하지 못한 채 나에게 분노만 쏟아낼 것이다. 참자.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나는 숨을 깊게 고르고 말했다.

“건영아, 우선은 조금만 참아보자. 정말 못 참겠으면, 선생님이 바로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 됐어요. 그냥 갈게요.”

건영은 퉁명스레 말하고 교실로 돌아갔다.

나는 속으로 ‘이 개자식…’이라는 말이 생각났지만 눈에 뵈는 게 없을 때는 사람이 아닌 동물임을 알기에 그가 사람으로 돌아왔을 때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사람과 대화한다. 동물은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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