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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ri Sep 14. 2024

대화하는 법(1)

  한국의 부모님들은 자녀를 통제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근무하면 꼭 1년에 몇 명씩 부모님이 자녀의 핸드폰 사용시간 등을 통제하고 있는 학생들을 만납니다.  

 하루는 사서 선생님께서 책을 열심히 버리고 계시길래 무슨 책인지 봤더니 성 관련 책이었습니다. 학부모님들께서 “한참 공부해야 할 시기에 아이가 성 관련 책을 읽으면 공부에 집중할 수 없으니 버려달라"고 건의를 하셨다고 했습니다. 

 

  EBS 다큐프로그램 대화의 법칙 ‘공감’에 조승연 작가 어머님께서 출연하셨는데 다 큰 아들과 대화하기 위해서 프랑스 영화를 보고 계시는 모습이 ‘참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보통의 부모님들은 아이가 공부를 잘하길 바라는 마음에 “공부해”라고 말씀하시지만 정작 아이에게 본인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엄마도 학창 시절에는 너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어”라고 말하지만 아이에게는 확인할 수 없는 옛날이야기일 뿐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만화 영화를 보려고 비디오테이프를 틀면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였으나~"로 시작하는 영상이 재생됐습니다. 엄마의 "라떼~"를 듣고 있는 아이들의 느낌이 딱 이 느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모님들이 자녀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 1위가 “하지마”입니다. 

 저보다 1년 먼저 교직에 들어간 선배랑 이야기를 하는데 자기가 교직에 들어서고 가장 많이 한 말이 “하지마”, “안돼”라고 하더군요.  

 뭔가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쉽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동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들은 말은 잔소리일 뿐입니다. 잔소리는 스트레스만 줄 뿐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만 강화시킵니다. 


  대화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람과 나의 공통 관심사를 찾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처음 만나는 사람과 공통점을 찾고자 “어느 대학교 나왔어요?”, “몇 살이세요?”라는 질문을 합니다. 하지만 어느 대학교를 나오고 몇 살인지가 그 사람을 대변하지는 않습니다. 

 직장 동료와 내적으로 친해지기 힘든 이유 중 하나는 회사 이야기만 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직을 하면 자연스럽게 할 이야기가 없어져 멀어지게 됩니다. 그 사람이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주제에 관심 있는지는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말을 많이 나눠야 내적인 친밀감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아이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아이의 관심사에 맞는 대화를 많이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가 왜 그 활동을 왜 좋아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게임을 하고 아이돌 덕질을 하고 있는 아이를 혼내기만 할 게 아니라 왜 그 활동을 좋아하는지 이유를 알아야 합니다. 대충 해보고 “엄마도 해봤는데…”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진지하게 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아이가 게임을 좋아해서 하기보다는 인정받고 싶어서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으실 수 있습니다.

 게임은 공부보다 시간대비 결과가 정확하게 나오는 편입니다. 공부는 오래 한다고 해서 높은 성적을 얻는다는 보장이 없지만 게임은 오래 플레이하면 레벨이 쑥쑥 오릅니다.


  「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세스 스티븐스 다비드위츠. 더퀘스트. 2022)에서 주장하길 육아에 관한 과학적 연구를 보면 부모가 자녀에게 끼치는 영향의 총합은 생각보다 작다고 합니다. 에밀리 오스터의 책들에 소개된 육아의 가장 논쟁적인 기술들(TV 시청과 시험 성적 간의 상관관계, 체스와 인지능력 간의 상간관계 등)에서도 그다지 큰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내 입에서 절대 나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방법으로 자녀의 문제를 해결해도 괜찮다고 말합니다.


  아이가 잘되기를 바라며 한 말들이 아이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나의 불안을 아이에게 전가시키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부모는 아이를 위해 “공부해”라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아이가 성인이 돼서도 자립하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을 감추고자 아이에게 반복적으로 "공부해"라고 말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공부를 잘하려면 본인 스스로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야 됩니다. 부모의 잔소리를 많이 듣는다고 해서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다고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닙니다. 


   2022년 서울특별시 교육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학생들이 부모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우리 딸(아들), 정말 잘했어”입니다.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장에서 “잘했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안돼”라는 말을 듣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부모가 굳이 “안돼”라고 말하지 않아도 아이는 본인이 잘못한 것을 압니다. 부모가 말을 해서 알게 된 것이 아닙니다. 


  적당한 긴장은 성과를 내는데 도움이 되지만 과한 긴장은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만 초래합니다.

 사람들은 실패를 두려워할 때 쉬운 문제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자녀가 목표를 낮게 잡는 것은 욕심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목표를 높게 잡았다가 이루지 못하면 부모님이 자신에게 실망할까봐 두려워서입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너는 왜 이렇게 야망이 없니?”라고 말하며 아이를 다그칠 경우 상황은 더 악화됩니다. 아이에게 ‘네가 어떤 모습이더라고 우리는 너를 사랑해’라는 메시지를 계속 던져줘야만 아이는 용기를 가지고 높은 목표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 가장 많은 상처를 주는 것도 말이고, 사람을 살리는 것도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자식 편을 드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자식을 내 생각대로 몰아붙이는 것도 문제입니다.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가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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