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가게일을 마무리하며 가게 유리창에
집안 경조사로 휴무한다는 문구를 걸어두었다.
우리가 원하던 결혼식장이 비용이 좀 드는 곳이었다. 나는 결혼 전까지 다행히 빚은 다 갚았지만 다시 모아야 했기에 돈이 넉넉하진 않았다. 그래도 찔러나보자는 마음으로 상담을 받으러 갔는데 기존에 결혼을 앞두고 예식장은 한참 전에 미리 예약을 한다는 의례를 깨고 결혼을 하기로 대략적으로 정한 5월을 기준으로 두 달 전에 방문을 해보았다. 직원도 언제쯤 결혼을 예상하냐는 질문에 한두 달 뒤로 날짜를 잡은 건 아니라고 얘기하자 살짝 당황하는듯했다.
봄은 결혼 성수기라 대부분은 한참 전에 미리 예약을 하지만 우리는 자유로운 영혼이었기에 가능했던듯했다. 우리는 즉석에서 날짜를 대충 정해서 대략적인 비용을 계산했는데 역시나 우리와 맞지 않았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직원이 날짜를 정하시지 않았다면 어린이날은 어떤지 조심스레 묻더니 그날은 황금연휴가 시작되어 식이 없다고 하였다. 식이 없는 것도 굉장한데 자신들도 날짜가 다되어 어차피 비어있는 날이라 할인도 크게 해 줄 수 있다 하였다.
오히려 결혼식 하려던 날 다돼서 식장에 가서 남는 날에 맞춰 결혼식을 하는 것이 큰 이점이 있다는 건 정말 모르는 사실이었다. 대부분은 이렇게 안 하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식장에서 정해준 날짜에 맞추어 뭔가에 홀린 듯 시간이 흘렀고 결혼한 뒤로도 우리의 제과점 일은 이어졌다.
나는 오전 알바만 하다 하루 종일 매장에 있으며 일이 더욱 능숙해졌다.
우리 가게의 특성을 말하자면 손님이 가게로 들어와 쇼캐이스에 진열된 빵을 고르면 카운터에 있는 나에게 말해준다. 그럼 나는 재빨리 손님이 말한 빵을 계산대에 올려놓는다. 올려놓으며 동시에 포스기에 빵 항목을 찍어놓고 다시 한번 확인을 한 뒤 계산해주고 포장해주는 방식이다. 개수가 적을 때는 빠르게 처리가 가능하나 선물용으로 상자에 포장하거나 사무실 간식용으로 50개 100씩 사갈 때는 실수하지 않았나 확인해가며 하다 보니 능숙해져도 시간이 걸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커피나 음료를 제조하는 건 주문 뒤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음료가 완성되면 부르지만 다 만들어진 빵을 판매하는 것이기에 주문 후에는 즉석에서 포장을 끝내주어야 다음 손님을 받을 수 있어 점차 속도를 내어 일하기 시작했다.
사무직으로 일하다 이렇게 움직이는 일을 시작하는 건 꽤나 적응기간이 필요했다. 그래도 내심 잘 적응해낸 게 기뻤다. 계속 앉아있는 일보다 오히려 끊임없이 움직이는 일이 더 적성에 맞는 듯싶기도 했다. 그렇게 속도가 점점 빨라지던 내가 어느 날 생각해보니 내가 꿈꾸던 자판기가 되어있는 듯했다. 자판 기안에 사람이 있다면 딱 이렇게 일했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