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결혼은 시계가 고장 난 수도원에 들어온 것 같았다. 나를 통해 엄마와 아빠의 신혼시절이 보이기도 하고 자연스레 그때의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가도 미래의 모습을 상상했다가도 현재를 살게 했다. 그리고 수도원의 가장 큰 목적, 나를 수양하러 온 목적이 생기게 되었다.
엄마와 아빠도 나이 차이가 꽤 나셨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엄마와 아빠가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 두 분이 금술이 엄청 좋으신지 알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엄마가 아빠와 싸우면 꼭 나가서 싸우셨다고.. 내가 안 보이는 곳에서 더욱 편하게 싸우셨던 거였다. 20대에 이 이야기를 듣고는 그럴 수도 있구나 했는데 막상 결혼해보니 그때 잠시 화를 참고 나가서 이야기를 하는 게 나에겐 쉽지 않았다. 잠시를 못 참아서 폭발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부부가 함께 장사를 하는 것.. 24시간을 함께 매일 붙어있는 건 때론 많은 인내를 필요로 했다. 엄마와 아빠 덕분에 결혼에 대한 환상이 심겼었고 자연스레 나이 차이 또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 것도 있다.
우린 나이 차이가 나지만 정신연령은 비슷하다. 공통적인 건 둘 다 자유로운 영혼이라 금세 친해지게 된듯하다.
나이 많은 친구와 산다는 건 친구의 몸이 생각보다 약하다는 것이다. 함께 가게를 하며 빵집의 특성상 일찍 출근을 해야 하는데 남편은 아침에 일어나는 게 무덤에서 일어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냥 흘려 들었을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감정을 이입해 보니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들어하는 듯했다.
그리고 나는 아빠가 나이가 많으시고 몸이 약한 편이셔서 어렸을 때부터 아빠를 따라 병원을 다니다 보니 어느새 병원 공포증이 생겼었다. 병원만 가면 혈압이 높게 나오는 게 대표적인 증상이었는데 첫 임신을 하고 너무 기쁘기도 했지만 이 공포증 때문에 남편에게 조금은 의지를 해볼까 생각을 하며 함께 간 병원에서 우리 순서가 오기 전에 나보다 더 긴장해서 과호흡이 온 이 사람을 보며 나이가 많아져도 사람은 더 담대하거나 하지 않다는 걸 알았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곤 하는 추억이다. 나 또한 나이가 들어가고 있지만 마음속엔 더욱 젊은 시절의 내가 그대로 있는 것 같아 나이는 참 숫자일 뿐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다시 수도원으로 돌아와서 이곳의 생활은 전반적으로 행복하지만 수도원답게 가끔은 천국과 지옥을 오고 갈 만큼 인내를 수련해야 할 때가 있다. 혼자 살 때는 결코 몰랐을 마음들을 닦아가야 한다.
우리는 특히 고강도의 수련을 했는데 나이 차이만큼이나 둘 다 사회생활을 제대로 해보지 않아서였다. 제빵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사람과의 교류보단 빵만 만들며 살아온 이 사람과 단체 생활이 싫어 동네의 학원에서 보조강사를 하며 창업을 준비했던 나는 다른 사람에게 맞추는걸 잘하지 못했다. 주변보다 자신의 페이스대로 살아온 게 강하다 보니 함께 수련을 하는 데 있어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던 것 같다. 이미 이 수련원을 들어올 때 가족과 지인들에게 영원히 안 돌아올 듯이 떠났기에 돌아갈 수도 없는 일이다. 때론 모든 것을 무시하고 뛰쳐 나가고 싶을 때가 있지만 그 고비를 잘 넘기는 것도 수련의 일부이다.
그리고 이렇게 수련을 시작하며 하게 된 좋은 습관이 하루 다섯 가지의 감사노트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오프라 윈프리의 감사일기를 보며 영감을 얻기도 한 수련법이다.
꽤 도움이 되어 매일 실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