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수도원은 빵을 팔아 판매한 수익금으로 운영된다. 그래서 이 수도원에는 빵을 판매하는 자와 빵을 만드는 자가 존재한다. 둘은 매일 가게를 운영하며 하나부터 열까지 옳고 그름에 대한 논의를 하며 수련해갔다.
빵을 만드는 입장에서 못 나온 빵부터 팔려는 자와 순리대로 팔려는 자는 서로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의견을 말한다. 아침에는 빵이 잘 나가기에 못생기게 나온 빵부터 팔아야 마무리되는 시간엔 손님들도 빵을 적극적으로 사려하지 않기에 이쁜 빵이 남아있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하지만 나는 그날 장사는 순리대로 빵들이 다 자신의 주인이 있는 거 같다고 생각하는 논리였다.
둘은 매일 논쟁을 하며 수련하다가 점차 논쟁 횟수가 줄어들었지만 비슷한 일로 부딪치곤 했다.
손님들이 와주는 것에 감사함이 컸던 나는 포인트카드를 만들자는 의견을 제시했고 남편은 그때그때 많이 사가거나 자주 오는 손님들에게 눈치껏 더 주자고 했지만 기분파인 내 성격상 서비스를 남발하거나 많이 사가는 것에 대한 기준도 모호하여 남편과의 수련이 시작될 것 같아 계속해서 포인트카드를 주장했다. 결국 나의 승리로 포인트카드를 만들게 되었지만 남편과 몇 개 이상 살 때 어떤 혜택을 줄지에 대해 논의했고 이건 남편의 의견을 따라 포인트제를 시작하였는데 손님이 몰릴 때는 도장을 찍어주고 빵을 담아 포장해주고 계산해줄 때 시간이 소요되며 불편한 점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단골손님들이 얼마나 자주 오시는지 새삼 알게 되었고 요 카드로 대화를 한 마디씩 더하게 되어 나름 괜찮은 듯했다.
이 수련의 목적은 옳고 그름 버리기였는데 우리는 버리기 수련을 꽤나 오래 하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 수련 덕분에 예전에는 하루에 세 번씩 논의했던걸 요즘엔 몇 달에 한번 논의하는 걸로 나아지고 있음이다. 처음에 이 수련이 시작되었을 때 수련을 피하기 위해 말로는 당신이 옳다 하고 행동은 따라주지 않았다. 말로만 수련을 하려다 더 고되질 때도 있었지만 요즘도 귀찮을 때는 이렇게 피해 가기도 한다.
가끔씩 친구에게 전화해 3자의 입장으로 누가 옳은지에 대한 판단을 부탁하며 친구의 수련원 생활을 묻곤 했는데 친구는 상대방을 벽돌로 인식하는 수련을 시작했다고 했다. 우리 수련원에서 내가 쓰는 방식인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리기를 남편이 하고 있지만 친구는 말은 해야 하기에 상대를 벽돌이라고 생각하고 말하고 있다 했다. 나는 친구의 수련원 생활도 응원하며 전화통화를 끊곤 했다.
이 수련을 하려는 가장 큰 목적은 함께 잘살기 위해서 일을 하고 있는데 이 중요한 초점을 잃고 옳고 그름에 갇혀 의논만 하다 서로 마음이 다쳐 초점대로 살지 못함을 경계하기 위해서 시작했다. 옳고 그름보다 중요한 건 서로를 이해하는 것.
물론 도덕적인 옳고 그름을 제외하고 서로 다름을 이해하기 위해 앞으로도 쭈욱 수련을 해나갈 계획이다.
오늘의 감사노트
한 번만 싸움에 감사
내가 이긴 것에 감사
빵이 모두 팔린 것에 감사
유쾌한 손님의 방문에 감사
하루를 건강히 마무리할 수 있었음에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