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2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시계가 고장 난 수도원에 들어오다

옛날 옛날에...

by 로로 Jun 17. 2022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다.

옛날 옛날 하나님이 세상을 만드실 때 새는 원래 날개가 없었다.  호랑이와 사자에겐 날카로운 이와 발톱이 있고 뱀에겐 독이 있고 물고기에겐 지느러미가 있어 살아가기에 좋은 특징들이 있었지만 새에겐 아무것도 없었다고 한다.  사나운 동물이 와서 도망갈 때도 무언가를 사냥할 때도 그저 뛰어다니며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두발로 다닐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불평이 가득해진 새가 하나님께 찾아가 요청을 한다.  나에게도 무언가 살기에 좋은 것을 달라고 하자 하나님은 새에게 날개를 달아주신다.  새는 하나님께  받은 선물에 뛸 듯이 기뻐 다시 돌아갔지만 날아본적이 없던 터라 날개를 달고도 계속해서 뛰어다닌다. 오히려 뛰어다니기에 더 무겁고 거추장스러워진 거 같아 다시 불만을 갖고 하나님을 찾아간다.

하나님은 새에게 날아다니게 하기 위해 날개를 주었다 하시며 날갯짓을 해보라고 말씀하신다.

그제야 새가 날개를 펴고 날갯짓을 해보자 몸이 둥둥 뜨며 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 이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일과 관계가 깊은 이야기다.  새가 날개를 막 장착하고 뛰지 못하고 걸어 다니는 단계에서 우리는 함께 날기 위해 수련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무언가 각자의 형태로 살다 붙여져서 나름 하나가 되고 있지만 갈길이 멀다. 그런데 또 이 수도원의 고장 난 시계가 있기에 지금의 수련시간이 나중에 그리워지고 생각날게 뻔하기에 힘들어도 좌절할 필요는 없는 이유다.



몸통은 몸통대로 날개는 날개대로 완전히 다르게 생긴 것만큼 우리도 완전히 다르지만 함께 있을 때 날 것 같은 부분들이 많다.

예를 들면 난 요리를 못한다. 밀 키트를 해서 먹거나 간단한 요리는 하지만 정성과 시간이 많이 드는 요리는 들인 시 간에 비해 맛이 나오지 않아 점점 안 하게 되었고 남편은 요리를 곧잘 한다.  본인도 젊었을 때는 잘못했지만 빵을 배우러 해외로 갔다가 자취를 하게 되며 점차 실력이 상승했다고 한다.



나는 꽤나 덜렁댄다.  남편은 꼼꼼한 편이라서 일하는 데 있어서도 더욱 전문성이 느껴지고 작은 일 하나도 제대로 하려는 편이다. 나는 매일 하는 일도 새로운 일을 하듯 할 때가 있다. 남편에겐 내가 창의력이 남달라 그렇다고 둘러대지만 마음 한구석은 늘 뜨끔하다.



나는 일단 부딪치고 본다.  친구들은 이런 나에게 1차원적인 생각만 하고 산다고 표현한다.  그에 비해 남편은 2차 3차 4차 24차의 생각까지 하느라 결국 애매하게 일을 안 하게 될 때가 있다.  나는 아침잠이 많은 편이라 아침에 특히 실수를 많이 하곤 하지만 남편은 일찍 일어나는 편이라 오전에 특히 정신이 맑다.  하지만 오후로 갈수록 졸기도 하며 흐려지기도 한다.

이렇게 전혀 다르게 생긴 부분들이 하나가 되어 날갯짓을 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갈길이 먼듯하다. 

새 중에 알바트로스라는 새가 있다. 날개가 볼품없이 커서 걷는 것도 뒤뚱거리며 걷게 되지만 이새의 또 다른 특징은 가장 멀리 나는 새라고 한다.

알바트로스를 꿈꾸며  감사노트를 끄적여본다.  



머리가 나빠 나쁜 일도 빨리 잊어버릴 수 있음에 감사

수련을 할 수 있는 체력 주심에 감사

손님들과의 즐거운 이야기에 감사

빵 냄새를 맘껏 맡을 수 있음에 감사












 

이전 17화 시계가 고장 난 수도원에 들어오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