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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가 고장 난 수도원에 들어오다

수도원의 최종 보스

by 로로 Jul 22. 2022

마음의 성장을 위한 수련을 하는 방법은 내 생각엔 두 가지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홀로 많은 인생에서의 일들을 이겨내는 것과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과 맞춰가며 지내보는 것이다. 이는 내가 수도 윈에 들어오기 전과 후로 보아도 같다. 개인적으로는 급성장하기에 두 번째가 더욱 강도가 있는 것 같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나와 생각이 많이 다른 친구를 만나면 피하는 성격이었다. 나름 나의 적정 기준이 있었는데 지나치다 싶으면 조금씩 피하게 됐다.  억지로 잘 지내보려 하는 노력을 하지 못했다.  대신 잘 맞는 친구와는 단짝처럼 붙어 다녔다. 그렇게 청소년 시절도 20대도 보냈다. 청소년 시절까지는 그래도 친구들과의 만남이 주로 있었기에 이렇게 지내는 게 가능했고 20대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잠깐 일을 해도 직장상사나 가까운 사람이 너무 나와 다를 때면 주저 없이 일을 그만두었다. 그만큼 친구들과 수평적인 관계는 그나마 잘 지냈지만 수직적인 관계에서의 다름은 내가 못 견디는 것 같았다. 억지로 무언가를 해야 하는 걸 못하는 게 맞는 표현인 것 같다. 한마디로 사회생활을 참  못하는 성격이다. 대부분은 회사생활을 하며 힘들어도 사람들과 안 맞아도 적응을 해보며 견디기도 하지만 나는 적정 선을 넘으면 바로 그만두었다. 친구도 맞는 친구와는 정말 잘 지내듯이 그래도 나와 맞는 직장과 환경이 주어져 한 직장에서 꽤 오랜 시간 남편과 결혼하기 전까지 근무할 수 있었다.  이렇게 지내왔던 건 그 무엇보다 내 행복이 중요하다 생각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게 요리조리 나와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만 지내게 되니 행복했다.  배려가 자연스레 되고 서로 만나면 힘을 얻기도 하는 관계들이 있으니 우울한 시간들도 즐겁게  지내온 것 같았다.  대신 마음은 성숙해지진 못했다.  



요리조리 잘 피하며 살아온 내 삶에 피할 수 없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바로 시어머니였다. 일단 남편의 가족관계는 시누이가 넷이다.  나보다 물론 전부 나이가 많다. 시누이가 넷이라는 것은 며느리 입장에서는 이분들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압박이지만 멀리서 바라만 보아주셔서 철없는 나를 모르기에 잘 지내오는 듯하다.  물론 어머님도 연세가 꽤 있으시다.  아버님은 남편이 어린 시절에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 홀로 오 남매를 키우셨다.

결혼식을 올릴 때도 그 후로도 어머님에 대해선 그저 걱정이 많으신 분정도 였다.  하지만 결혼과 동시에 어머니와 남편이 함께 살던 집을 정리하고 어머니께서 따로 사실 집을 구하기 전까지 6개월 정도를 같이 살아보니 일반적인 이 아니시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는 한 가지 일화만 써보려 한다.  우리는 가게를 정리하기 직전까지 차를 사지 않았다. 그래서 임시 신혼집을 가게 근처 출퇴근이 편한 곳에 마련하였다.  그리고 어머니와 남편과 살던 서울에 빌라를 정리해서 경기도에 평수가 큰 빌라를 얻게 되었고 어머님이 혼자 먼저 이곳에서 지내게 되셨다. 우리가 살던 임시 신혼집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어머님 집을 구할 때까지 잠시 함께 사는 계획을 세웠다.

적당한 가격의 빌라를 찾다 보니 교통이 불편해졌고  길도 평지보다 언덕이 있었다.  그래도 버스정류장은 가까웠지만 어머니가 잠시 지내시는 동안도 많이 불편하신듯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뵐 때마다 집을 왜 이런 곳에 구했냐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처음엔 이러시다 말겠지 했는데 는 내내 일 년 정도  기간을 계속 얘기하시는데 놀랐고 일주일에 한 번씩 태몽을 꾸신다는 거에 또 놀랐다.  어머님이 수도원의 최종 보스셨다.  어머님은 당신의 계획대로 일이 진행이 안되면 마음이 풀릴 때까지 주변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성격이신듯하다. 지금은 웃으며 생각할 수 있는 어머님이 새집으로 이사를 가시던 이삿날을 추억해본다.


어머님께서 집을 구하셔서 떠나시던 이삿날 짜가 잡히고 우리는 준비에 들어갔다. 어머님께서는 이 당시에 공공근로라는 어르신 일자리를 하고 계셨는데 오전에 한두 시간 정도 일하시고 오시는 거였다.  나는 당연히 이삿날은 쉬시겠지 했다.  관절도 안 좋으시고 하시니 무리가 될 수 있었고 이삿날이지 않은가.. 하지만 어머님에 대한 내 예상은 늘 빗나간다.  어머님께서는 아침에 다녀올 테니 어머님 짐에는 손대지 말고 기다리라고 하셨다. 당장 아침에 이사를 시작하는데 당신이 올 때까지 정리를 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하시는 말씀에 당황했지만 어머님의 대화 스타일은 답장너이시라  그냥 알겠다고 하고 우리대로 준비를 했다.  어머님과 난 먼저 택시를 타고 출발을 했고 남편과 이삿짐 아저씨가 함께 뒤에 출발을 했다. 비가 참 많이 왔던 날이었다. 택시기사님은 쾌활하신 성격이신지 어머님과 내가 타자마자 말을 거셨다.  연세가 어떻게 되시냐고 묻자 어머님께서 80이라고 대답하셨고 기사님은 본인의 어머님이 생각나셨는지 어머님께 동안이시라고 하시며 건강해 보이신다고 하셨다.  어머님은 기사님의 기분 좋은 소리에 내가 얼굴이 더 좋았는데 아들 때문에 이동 네로 이사 와서 늙었다고 하셨고 기사님은 웃으시며 아드님한테 용돈 많이 달라고 하라고 하셨다.  초반까지는 이렇게 분위기가 좋았고 기사님은 어머님을 요양원에 모셔서 형제들과 나누어 요양비를 부담하고 계시고 있다 하셨다.  좋은 분위기 속에서 일이 터졌다. 평일 오전 출근길에 비 까지 오니 중반쯤부터 차가 밀리기 시작했고 어머님의 불편하신 마음이 드러나기 시작하셨다.  버스를 타고 갈껄그랬다는 얘기와 버스를 타고 갔으면 밀리지도 않고 벌써 도착했겠다는 얘기 이렇게 차가 밀리면 택시비도 많이 나오는데 하시며 끊임없이 얘기하셨고 웃음기 가득하셨던 기사님의 얼굴이 조금씩 굳어지셨다. 기사님도 처음엔 이러다 마시겠지 했지만 도착할 때까지 얘기하시는 어머님께 화가 나셨는지 거의 도착할 때쯤엔 한마디 하셨다.  내가 우리 어머니가 그러셨음 그냥 걸어 다니라고 한다고 버스도 타지 마시라고 했겠다고 하시며 살짝 톤이 높아지셨고 어머님은 기가 막히시다며 내리셨다.  나는 중간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이사를 하고 짐 정리를 하고 내일 큰 형님댁과 어머님과 외식을 함께 하기로 되어있어 초저녁이 되어서야 집으로 귀가했다.  다음날 아침 어머님은 그동안 안 좋으시던 다리가 움직이질 않으신다고 하셨고 식사 후 바로 다 같이 병원으로 향했다.  어제 이사 시간에 맞춰 공공근로가 끝나고 서둘러 오시던 게 무리가 된듯했다.

바로 입원하시게 되고 관절에 염증이 너무 심해 수술을 하셨다. 그래도 다행히 회복이 빠르셔서 퇴원도 일찍 하실 수 있으셨다.



친한 친구가 결혼을 앞둔 나에게 너희 부부가 잘 사는 것만으로도 어른들은 만족해하시니 잘 살생각만 하라고 했는데 어머님께선 가끔씩 큰 형님이나 작은 형님에게 서운했던 일이 있으시면 곧바로 얘기하시곤 하셨다. 처음엔 그냥 들었지만 무언지 모르게 나도 무언가 어머니께 잘못하면 형님들이나 아가씨에게 얘기하실 것 같았다.  우리에게 괜찮다고 하셨지만 아가씨에게 서운하 다하셔서 갑자기 남편에게 전화 와서 어머니한테 잘하라고 했던 일도 있었다.  우리도 나름 어머님 선물을 준비하고 어머님 댁을 방문할 예정이었던 것을 말하니 아가씨가 자기가 좀 지나쳤던 것 같다 하시며 얘기를 마무리지었다.

말을 지나치게 직설적으로 하실 때도 많았고

내가 알던 어른들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에 나는 어머님을 피할 순 없고 조심해야 할 분으로 인식이 바뀌어갔었다.


그러던 어느 날 머나먼 세계 속으로 라는 프랑스 애니메이션을 봤는데 여기서 어머님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찾게 되었다. 주인공 남자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아빠로부터 버림받는다. 다행히 두더지 굴에 버려져 두더지 젖을 먹으며 생존하다 다시 굴에 손을 넣어 찾아가는 아빠의 등장으로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나 했는데 얼굴부터 괴팍하고 말투에서는 전혀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아빠와의 동거에 아이는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천진난만하게 자란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서 또래의 여자 친구를 사귀게 되고 여자아이는 남자아이와 아빠를 관찰한 뒤 주인공 남자아이에게 너희 아빠는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소년은 잠시 기분이 상했지만  아빠에게도 사랑이 있었는데 잠시 잃어버린 거라고 자기가 숲에서 열심히 찾아 아빠가 먹는 수프에 몰래 넣어서 마시게 하면 사랑을 갖게 될 거라며 대답한다. 여자아이는 어떻게 너희 아빠에게 사랑이 있는지 증명할 수 있는지 물었고 남자아이는 웃으며 대답한다.  내 마음속에 사랑이 있기 때문에 증명할 수 있다고.. 그 뒤에 아빠가 잠들었던 집에 불이 나게 되고 소년과 소녀는 아빠를 구하기 위해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아빠를 깨우지만 거센 불길 속에서 집의 기둥이 무너지고 그 기둥을 힘겹게 받치며 자신을 희생해서 둘을 구한다. 마지막 순간 아빠의 사랑이 드러난다. 아빠의 죽음의 순간 돌아가신 엄마의 영혼이 나타나 과거를 보여주신다. 아빠가 너무나도 사랑하던 엄마와 행복하게 살다 아들인 자신을 낳고 죽게 되자 큰 슬픔에 아빠는 마치 야수처럼 얼굴도 모든 것도 변해버린다. 그리고 야수의 모습으로 아기를 두더지 굴에 버리게 되는 과거가 소년의 눈앞에 펼쳐진다.  


 우여곡절 많은 삶을 사신 어머님과 나이 차이만큼이나 많이 다른 우리의 모습과 비슷했다.  내가 알던 어른들과 너무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사람의 진심은 어쩌면 꽁꽁 숨어서 아무것도 알수없는데 나만의 생각으로 지나치게 마음의 문을 닫을필요는 없을것같단생각이들었다.

어머님과 잘 지낼수있는 건강한 거리의 관계에서 사랑을 찾아가고있다.  


임금님귀는 당나귀귀를 외치던 숲에서 처럼 때로는 이공간이 숲이되어 글쓰기할 수있음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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