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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가 고장난 수도원에 들어오다

수도원에 금이가기 시작했다

by 로로 Aug 08. 2022

수도원의 운영을 위해 해왔던 제과점의

 재계약을 세달 앞두고 임신사실을 알게됐다.  나름 젊은 나이는 아니고 유산했던 아픔도 컸기에 모든 걸 아이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여기서도 나의 생각은 나만 그만두고 푹쉬면서 지내보려했는데 남편은 본인도 함께 쉬는게 아이에게도 좋을것같다는 의견을 내서 처음엔 당황했다.

예전에 콧물이 목뒤로 넘어가는 비염증상인지 감기인지의 증상이 계속되서 이비인후과에 간적이있었다. 의사선생님은 나의 증상을 들으시곤 코세척을 해주시며 약을 처방해주셨는데 약은 내 예상과 다른 작용을했었다. 뒤로 넘어가던 콧물이 멈춘것이 아니라 앞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약의 효능은 뜻밖의 결론이 났지만 나에게 재밌는 추억을 주었던 일이었다.  가게일을 쉬는게 나에겐 맞는것같았지만 함께 쉬자는  뜻밖의 결론을 내린 남편과 더 강도높은 훈련을 해야하는건가 하던 찰나   5년동안 나름 쉬지않고 달려온 걸 생각하니 그것도 맞는것같아 자유로운 영혼들답게 함께 쉬기로 결정을 했다.


재계약을 코앞에 두고 가게주인에게 말하기가 난감한 상황이었다.  우리 입장에선 주인이 그렇게 못해주겠다고 하면 남편혼자라도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조심히 전화를 걸었고 주인분은 할머니셨는데 처음 계약할때 잠깐 얘기를 나눈터라 어떤 분이 실지 감이 잡히진 않았다. 그뒤로 지금까지 따로 대화를 해본적은 없지만 따님이라는 분이 가게와서 빵을 사가기도 했다. 전화를 반갑게 받아주시기는 했지만 재계약을 못하겠다는 말에 당황하신듯 했고 이유를 물으셔서 나의 임신소식을 알리게 됐는데 앞서 당황하시던 목소리는 어디가고 너무 축하한다며 그럼 가게를 마무리지어야 겠다고 쿨하게 말씀하셨다.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주셨는데 후에 부동산에서 보증금을 돌려받을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어르신의 며느리가  임신계획을 계속 미루셔서 속이 많이 타신듯하셨다. 밤에 자다가도 아들이 자식없는걸 생각하면 잠이 안온다하셨는데 나의 임신소식이 이상한 반가움과 희망이 되신듯 하셨다. 우리도 너무 감사했다.  그렇게 좋은마음을 갖고 계셨는데 삼년이 지난 지금쯤이면 손주를 품에 안고 계실듯도 하다.


이 수도원의 목적이 함께 잘사는것인데 우리가 여러가지 상황들로 인해 매번 그것을 까먹게되어 이곳이 생겨난 이유였는데 임신 기간을 함께 쉬며 서로 그동안 못했던 대화를 나누며 지내다보니 서로를 더욱 이해하고 부족했던 것들을 채우고 더욱 잘살자는 목적을 되새기게 되었다.  처음엔 남편과 함께 일을 놓아버리는게 무언가 잘못된것같다 생각했는데 오히려 돌이켜보니 가장 중요한 선택이 되었다.

예전에 TV에서 뇌과학자가 말하는 갑각류의 성장 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적이 있다. 갑각류가 딱딱한 껍질속에서 성장을 하게 되면 엄청난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그걸 견뎌내고 탈피하고 나온 순간 가장 연약한 시간이 갑각류가 성장한 시간이라했다.  사람도 성장하는 그 순간이 가장 연약해서 쉽게 상처받기도 하는것 같다는 그의 생각에 난 마음에 울림을 얻은 기억이있다.

제과점과 신혼생활은 우리에게 갑각류의 껍질과도 같았고 우린 그 안에서 수도원을 세우고 성장해가고 있었다.

그렇게 임신 기간을 함께 쉬고 아이가 태어나며 수도원에도 금이 가고 있었다.


생각이 틀려도 좋은 결론을 낼수 있다는 것에 감사

다른것들보다 함께하는것을 택한것에 감사

때론 겁이 날때도 있지만 계획없이 사는것이 주는 자유함이 더 큼에 감사

머리가 나쁜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사는것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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