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아,
아빠는 오늘 네게 두 가지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하나는 유리창 이론, 또 하나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오래된 고사야.
먼저, 유리창 이론 이야기부터 해볼까?
이 이론은 1982년 미국의 범죄학자들이 발표한 이론이란다. 한 동네에 있는 낡은 건물의 유리창이 하나 깨졌어. 사람들이 그것을 무심히 지나치면, 다음에는 누군가 낙서를 하고, 또 누군가는 쓰레기를 버리고, 결국 그곳은 범죄가 들끓는 무질서한 공간이 되어버린다는 거야. 깨진 유리창 하나가 방치되었을 뿐인데, 그 작은 무질서가 사람들의 행동과 태도를 바꾼 거지.
딸아, 이건 단지 도시의 범죄 이야기만이 아니야.
삶도 똑같단다.
아침에 이불을 개는 일, 식사 후 그릇을 싱크대에 옮기는 일, 맡은 일을 미루지 않고 해내는 작은 습관들. 이 모든 것이 네 인생이라는 집의 ‘유리창’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일이야.
아빠는 네가 어릴 적에 책상 위를 스스로 정리하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해.
조그만 손으로 연필 하나하나를 연필꽂이에 꽂고, 공책을 정돈하던 너의 모습이 얼마나 대견했는지 몰라. 그건 단순한 정리정돈이 아니었어. 네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시작이었단다.
살면서 누구나 큰 꿈을 꾸지.
하지만 꿈은 갑자기 이루어지지 않아.
위대한 일은 언제나 사소한 습관에서 비롯된단다.
성공하고 싶다면, 거창한 목표만 바라보지 말고 오늘 눈앞에 있는 작은 일부터 정성껏 해보렴. 그게 바로 네 유리창을 닦는 일이야. 유리창이 깨지지 않도록, 늘 맑게 빛나도록 말이야.
그리고 이제 두 번째 이야기.
바로 우공이산, 말 그대로 ‘어리석은 노인이 산을 옮긴다’는 뜻이야.
중국의 고대 이야기 속에 나오는 이 노인은 매일같이 삽 하나 들고 앞산을 조금씩 파냈단다. 사람들은 그를 비웃었지. “도대체 그 많은 흙을 다 파내려는 거요?” 노인은 말했어. “내가 다 못해도, 내 아들, 내 손자가 이어서 할 것이다.”
그 말엔 대단한 믿음이 담겨 있었단다.
나 하나로는 불가능할 것 같지만, 오늘 내가 조금이라도 움직인다면, 언젠가는 세상이 달라진다는 믿음 말이야.
혹시 진안의 마이산에 가본 적 있니?
그곳에 수백 개의 돌탑이 서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려도, 누군가 일부러 무너뜨려도, 어떤 이는 묵묵히 다시 그 돌을 하나씩 쌓아 올렸어.
놀랍게도 그 수백 개의 돌탑은 한 사람이, 오직 한 사람의 손으로 세운 것이란다.
아빠는 그걸 보며 생각했어.
작은 행동을 수없이 반복하는 한 사람의 끈기는 결국 세상의 풍경마저 바꿀 수 있구나.
포기하지 않는 마음, 묵묵히 이어가는 습관, 그것이 인생의 산을 옮기는 진짜 힘이란 걸 말이야.
딸아,
살다 보면 네가 아무리 노력해도 눈에 띄지 않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을 거야.
하지만 기억하렴.
사람들은 결국, 조용히 꾸준히 해낸 그 힘을 알아보게 되어 있어.
오늘 네가 닦은 유리창은, 내일 너를 비추는 거울이 되고,
오늘 네가 옮긴 작은 돌 하나는 언젠가 큰 산을 움직이는 시작이 된단다.
너의 하루가 그렇게 조용히 단단해지기를 바란다.
늘 너를 믿는 아빠가.
도기 같은 사람이 되어라
아들아, 이제 너도 곧 사회로 나아가게 되는구나.
대학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던 시간이 지나고, 더 넓은 세상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부딪히고, 네 자리를 만들어가야 할 때가 왔다.
아빠는 네가 어떤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세상에는 많은 그릇이 있다.
그중에는 고려청자나 이조백자처럼 귀하고 아름다운 그릇도 있지. 단단하고 매끈한 표면,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빛깔. 예술품처럼 빛나며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어떤가? 공기가 통하지 않는 밀폐된 공간이라 오래 담아두면 내용물이 상해버리고 만다.
반면, 도기는 다르다.
겉으로 보기엔 투박하고 소박하지만, 사람들의 삶 가까이에서 많은 것들을 품어왔다. 곡식, 물, 장류, 술, 심지어 뜨거운 국물까지… 도기는 그저 담는 그릇이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그릇이다. 미세한 틈이 있어 공기가 드나들고, 덕분에 그 안에 담긴 것들이 숨 쉬며 오래도록 신선함을 유지하지.
사회생활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화려한 외면이 사람들을 끌어당길 수도 있고, 강한 모습이 성공의 척도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단단하기만 하고 숨 쉴 틈이 없다면, 결국은 주변과 단절되고 말 거야. 진정으로 오래가는 사람은 도기 같은 사람이다.
아들아, 네가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겉으로 화려함을 좇기보다, 속이 단단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자신만의 색깔을 지키되,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유연함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네 안에 세상의 많은 것들을 담을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간직하기를 바란다.
사회에 나가면 경쟁도 많고, 때로는 억울한 순간도 있겠지.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도기처럼 마음의 틈을 열어 공기가 드나들 듯, 포용과 소통을 잊지 마라.
타인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네 생각도 부드럽게 전하면서, 너만의 단단한 중심을 지켜나가길 바란다.
너는 이미 소중한 사람이고,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이다.
이제 세상 속에서 네 모습을 보여주되, 도기처럼 넉넉하고 숨 쉬는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살아가길.
아빠가 언제나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