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사람을 자유롭게 한다. 기존의 의식이나 관념에서 탈피하여 또 다른 나를 찾게 된다. 나 역시도 이렇게 여행을 즐기는 사람인줄은 미처 몰랐다. 주변의 걱정과는 달리 별로 지치지도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호기심도 발동했다.그런 탓에 한 달 살기를 끝내지 못하고 좀 더 이곳에머물기로 마음먹으면서 숙소를 옮기고 다음 여행을 계획했다.
다소 경비를 절약하기 위하여 앞으로 묵을 호텔에 일단 짐을 맡겼다. 그리고 간단하게 2박 3일사용할 물건들과 옷가지만 별도로 배낭하나에 꾸렸다. 잠시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다녀 올 예정이다. 이곳은 이틀 후에 돌아와서부터 체크인을 하면 된다.호텔은 하루치씩 계산이 되므로 굳이 숙소에 머물지 않으면서 비용을 지불할 이유는 없었다. 단 짐을 맡겨둘 곳은 필요했다. 다행히 이틀 후부터 투숙한다고 하며예치금을 맡겼더니 짐을 보관해 주었다. 이젠 여행 속의 여행으로 색다른 곳에서 2박 3일 배낭여행을 즐겨 볼 예정이다.
젊은 사람들 속에서 "빠이피아(빠이+유토피아)"라고 할 만큼 "빠이"라는 지역이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유럽의 배낭여행객들에게는 "여행의 성지"라고도 불릴 만큼 꼭 와보고 싶은 곳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한 달 살기를 하고 돌아간 H부부도 빠이에서 3일 묵고 갔다고 하며 꼭 다녀오라고 추천해 준 곳이기도 하다. 도대체 어떤 지역이길래 치앙마이에 오는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우리도 궁금했다.
버스터미널에서 세 시간 동안 미니밴 버스를 타고 750여 개의 굽이를 돌아 빠이에 도착했다. 이곳에 올 때는 반드시 멀미약을 먹어야 하고 가능한 운전석 옆자리나 바로 뒷자리를 예약하는 게 좋다. 우리가 도착한낮시간에는 그다지 붐비지 않은 소도시로 거리엔 서양사람들만이 자유롭게 활보하고 있었고 동양인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다소 한산한 느낌까지 들었다.
우리는 내리자마자 여행사에 가서 내일 하루 원데이투어를 신청했다. 1인당 약 35.000원 정도로 빠이지역의 관광지를 구경할 수 있는 패키지 프로그램이다. 여러 가지 유형 중 우리가 가고 싶은 장소를 선택할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9시에 약속장소에서 만나기로 하고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갔다. 미리 검색해 둔 "자심재 채식주의 뷔페식당"이다.
여행 와서 처음으로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식당이라 그런지유독 깔끔했다. 한 가지 메인음식에 두세 가지 원하는 음식을 얹어서 먹는뷔페식당이다.음식종류에 따라 가격이 더해지지만 밥값은 무척 싸다. 이곳의 물가는 치앙마이도 저렴한데 그곳보다 더 저렴하다.그러고 보니 이곳은 관광지라고 더 비싼 바가지요금 같은 것은 없는 것 같다. 특히이 식당은 일반 관광객도 많이 이용하지만 채식위주로 특화된 식당이었기에 각국의 문화를 고려한 느낌마저 들게 했다. 단 애완견 출입은 금지이다.
식사를 끝내고 예약해 둔 숙소로 갔다. 시내와는 조금 떨어져 강을 건너야만 하는 곳이다. 예쁜 대나무 다리 건너에 있는 작은집들로 구성된마을이다. 우리가 묵을 곳은 화장실과 샤워실이 뚫려 하늘의 별을 볼 수 있는 방갈로이다. 동남아시아에서 가끔 볼 수 있는 가옥구조다. 리조트와는 달리 바깥공기를 마주하는 탓인지 신선한 느낌이다.주변의 야자수 나무가 싱그러움을 더해준다. 혹여 모기가 있을까 싶어 전기 모기향을 꽂아 두었다
짐을 풀고 숙소에서 잠시 쉬었다 밖으로 나왔다. 강가에는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요가를 하는 사람. 명상을 하며 조용히 앉아 있는 사람. 돗자리를 깔고 누워있는 사람. 참으로 다양한 포즈로 여유를 즐기고 있다. 주변 경관을 구경하며 다리를 건너자 시내의 모습은우리가 도착했을 낮과는 다른 세상으로 변해 있었다. 거리 중앙통로에는 화려한 야시장이 열리고 어디에선가 나타난 관광객들로 복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 워킹스트리트로변해 있었다.
관광지에서 돌아와 수영복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 독특한 의상과 다양한 머리색깔의 외국인, 커다란 가방을 메고 자유여행하는 배낭족.치앙마이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자유 분방함이 묻어나는 빠이의 밤거리 였다.낮과 밤이 다른 도시, 서양인들과 젊음으로 꽉 찬 도시, 여행자거리로 상품화되어가고 있는 도시,낭만이 숨 쉬는 히피족들이 만드는 문화.마치 누군가가 갑자기 시계추를 돌려 화려한 이벤트장을 만들어 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여유있는 유럽인,왁자지껄한 중국인. 간혹 눈에 뜨이는 한국인. 다국적의 인종이 함께 뒤섞여 배낭객들의 성지를 연출하고 있었다. 나이 드신 외국인 부부가 가끔 카페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을 뿐 도시는 온통 젊음의 열기로만 가득 차 있었다. 다양한 언어가 거리를 떠다니고 자유스러움이 도가 넘어도 어색하지 않은 신기한 세상이다. 아, 물론 우리나라 정서로는 시끄럽고 난무해 보일 수도 있다.우리는 야시장이 열리는 워크스트리트를 걸으며 이것저것 음식맛도 보고 이곳에서만 입을 수 있는 커플티셔츠도 하나씩 샀다. 이곳에 관광온 만큼 세계 여러 나라사람들과 함께 그들이 만든 야릇한 문화 속에서 우리도 잠시 나이를 잊고함께 즐겨 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