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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나무 Feb 07. 2024

일단, 한국음식으로 그리움을 달래며

한 달 살기 연장(치앙마이 한 달 살기 14)

한 달 살기를 왔던 H부부도 떠났고, 중간에 인도에서 네팔을 거쳐 이곳으로 와 약 일주일간 머물렀던 Y부부도 떠났다. 그동안 우리는 그들과 함께 즐겁게 골프도 치고, 맛난 밥도 먹고, 관광도 다녔다. H부부는 한국으로 돌아갔지만, Y부부는 바다가 있는 후아으로 갔다. 그들은 돌고 돌아 3월 말이나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에 있을 때는 몰랐지만 나와보니 자유로운 영혼들이 많았다. 골프장에서 만난 J, G 은퇴부부도 역시 추운 겨울과 화전으로 인해 이곳 날씨가 안 좋은 3.4월만 고는 시간을 치앙마이에서 신다고 한다. 무엇이 그들을 이곳에 머무르게 하는 것일까?


모두 50대부터 70대까지 인생 후반전을 여유롭게 보내고 다. 의외로 여행을 일으로 삼으며 자신의 인생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느 은퇴부부는 한국에 있으면 손주들 돌봄으로 자신의 시간이 없을 듯싶어 이곳으로 왔다 우스개 소리를 하신다. 결코 단순한 농은 아닐 듯싶다. 물가가 싸니 자그마한 집과 차를 장만하여 밥은 사 먹고, 골프와 여행으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신다고 한다. 계절이 변함없기에 세월이 가는지, 오는지를 체감하지 못해 나이듬도 잊고 산다고 하니 어찌 보면 참으로 천국인 듯도 싶다. 아, 물론 낭만과 환상이 있는 곳만은 아니리라. 그저 살아가는데 큰 불편이 없다는 정도이지.


우리한 달 살기 하러 온 김에 조금 더 머물다 돌아가기로 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아직 다 관광하지 못한 곳도 고 골프실력도 더 쌓고 돌아가고 싶었다. 필요할 때마다 좋은 관광지에 데려다주시는 "데이비드 김"도(이하 김사장님) 계셨고, 자주 가는 골프장에서 레슨을 해주시는 골프 감독님도 계셨기에 나에게 주어진 행운 같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아직은 물러가지 않은 한국의 추위도 나를 이곳에 더 머물게 유혹하고 있었다. 어쩌면  스스로 선택한 퇴직이 가져다준 자유를  온전히 누리고 싶지도 모르겠다.


우선 지금 있는 숙소(콘도)는 한 달로 계약했기에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비행기표는 취소하고 다시 예매하는 것보다는 교환하는 것이 비용이 절약되기에 가격이 저렴한 시기를 골라 다시 표를 예약하였다. 단지 건강관리상 복용하고 있는 약이 한 달 치만 준비해 왔기에 집에 있는 이 일주일 전에 국제우편물로 보내주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었다. 사람들이 이곳에서 한 달 살기가 짧다고 하는 이유를 우리도 렴풋이 알 것 같다. 적어도 우린 이곳에서 잘 적응하고 평안함을 느며 즐겁게 생활하고 있으니까.


한달살이를 하다 보니 우린 이곳에 단골도 생겼다. 자주 가는 마사지 샵도, 아침마다 무삥을 파는 포장마차도. 커플룩을 입고 드립커피를 파는 카페 부부도, 쏨땀을 맛있게 요리해 주시는 아주머니도, 골프연습장 주인도, 아보카도 주스집 사장님도 이젠 만나면 웃음을 선물하며 "싸왓디카"하고 친근감 있게 인사를 전한다. 모두가 친절한 이웃이 되었다. 끔은 물건을 사러 가서 덤을 얻기도 하고,  골프장 캐디들과 이름과 나이를 물으며 K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 한 달이라는 시간이 가져다준 여유다.


당분간 숙소를 가까운 호텔로 정하고 나머지 일정은 조금 먼 곳들을 돌며 여행하고 짬짬이 골프장 투어를 하기로 했다. 오늘은 당초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했던 날이라 한국음식을 먹으며 앞으로의 여행시간들을 자축하기로 했다. 식성이 까다로운 나였지만 그동안 한국식당을 한 번도 가지 않았다. 가끔 상추, 오이, 풋고추등의 야채를 사서 쌈장에 찍어먹긴 했어도 대부분 태국음식들별다른 거부감 없이 식사를 해결했다. 가끔은 특별한 음식  마라탕. 일식, 햄버거, 야채 샤샤브 등 다양한 국적의 식들로 맛집투어 하긴 했지만.


오늘 간 곳은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있는 "미소네"라고 하는 한국식당이다. 삼겹살 구이에  푸짐하게 나온 달걀찜, 갖은 나물이 내 손길을 바쁘게 만들었다. 막상 한국음식을 보니까 군침이 돌고 젓가락 끝이 보이지 않게 움직이고 있. 그래, 완벽하진 않지만 그리운 우리 음식 맛이다. 비록  한 달 살기의 연장은 우리의 선택이지만 한 달 만에 먹어보는 음식들로 인해 집생각이 나기도 했다. 그러나 한번 집 나섬이 그리 쉬운 것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연장한 시간만큼 재밌고 알차게 지내다 돌아가리라 마음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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