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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나무 Jan 30. 2024

따뜻한 물로 피로를 풀다.

싼깜팽 온천(치앙마이 한 달 살기 12)

더운 나라에도 온천은 있었다. 국내에서 여행을 할 때면 가끔 온천욕으로 피로를 푸는 여행을 하기도 했다. 그러지 않아도 이곳에서 한 달 살기이지만 관광과 골프로 많은 일정을 소요하는 탓에 잦은 마사지로 몸의 피로를 풀고 있었다. 한국 같으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타이마사지를 만원 이하에서 편안하게 제공받을 수 있다. 물론 이 금액은 내가 받은 마사지의 기준이지 시설이나 서비스에 따라 가격의 차이는 날 수도 있다. 한 달 동안 내가 누릴 수 있는 호사는 최대한 누려볼 예정이다. 단 기준은 한국에서의 한 달 생활비 범위 안에.


치앙마이에서 한 시간 이상 소요되는 거리라 이번에도 "데이비드 김" 집에 묵고 있는 일행들과 합류했다. 오전에는 싼깜팽에 있는 샌드릭 골프장 18홀을 돌고, 오후에는 온천을 하고 돌아오는 일정이다. 그동안 짬짬이 골프연습을 했지만 실력은 아직도 미진하다. 하지만 우리의 목적은 온천이 우선이었기에 오늘도 골프장 구경하는 것 만족하기로 했다.


특별히  가격이 비싸거나 까다로운 골프장이 아니었기에 잔디밭을 즐겁게 걸으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물론 홀마다 앞에 놓여있는 해저드 열심히 공을 상납하는 의식도 놓치지 않았다. 아직도 멋진 골퍼로 가는 길은 멀기만 하다. 그러나 초록 대자연의 광활함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발의 건강함을 만끽 행복감을 맛보았다. 만보 걷기라는 이름하에. 18홀을 돌고 몸에 땀이 배어 오를 때쯤 가까이 있는 깜팽 온천으로 향했다.


 조그만 시골마을의 입구부터 여기저기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고 유황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정원는 예쁜 꽃들이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싼깜팽 온천은 지하 깊은 곳에서 화산활동으로 가열된 천연 광천수를 포함한 지열온천으로 치료나 힐링을 목적으로 한다고 한다. 어디선가 온천수가 뿜어져 나오기도 하고 긴 도랑 같은 곳에서 족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신기한 건 조그만 대바구니에 달걀을 넣어 온천물에 익혀 먹는 것이다. 15분 정도 되면 삶은 달걀이 되어 간장소스에 찍어먹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하긴 우리나라에서도 찜질방에서 구운 달걀을 소금에 찍어먹기는 한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자연적인 온천물에 즉석에서 짧은 시간 익혀서 먹는 것이 다소 이색적이긴 다. 평상시 삶은 달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 남편도 맛있다며 세 개나 먹었다. 여기에 파파야 무침 쏨땀을 곁들이니 든든한 점심식사다.


이곳에 오니 한국의 온천에 온 듯 한국인들로 북적였다. 하긴 요즘 어디 가나 나를 비롯 한국사람이 많다. 지금 이 시즌이 한국이 방학인 탓도 있고, 춥기 때문에 이곳으로 여행 온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코로나로부터 다소 자유스러워진 것도 한 몫하리라. 사람이 너무 많은 탓에 호텔식 온천은 이미 만실이 되었다. 부부가 들어갈 수 있는 독채의 작은 룸을 선택하여 30분만 머물다 나오기로 하였다.

 

삐꺽되는 나무문을 열고 들어가니 "에게! 이게 온천이야?" 참으로 좁고 누추하기 이를 데 없었다. 조그만 타일욕조. 옷을 벗어놓을 수 있는 삐걱거리는 나무선반, 샤워기에 플라스틱 바가지 하 달랑 준비되어 있을 뿐이다. 쾌적하지 못한 환경에 돌아 나오고 싶었지만 물이 좋다고 하니 잠시 수영복을 입고 몸만 담그고 나오기로 했다. 일단 물의 온도가 너무 뜨거워 조심스레 바가지로 욕조를 한번 헹구고 차가운 물부터 받아가며 물의 온도를 맞추었다.


마음에 흡족하지 못한 환경과는 달리 끈하고 끄러운 물이 온몸 구석구석 잠자고 있는 세포들을 깨다. 피곤함이 한꺼번에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다. 환경이 다소 부족해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데는 다 나름 이유가 있었. 물이 너무 좋아  날아갈 듯 개운했다. 다만 냄새에 민감한 나는 진한 유황냄새로 인해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30분이면 충분다. 온천욕으로는 최고다. 아주 오래목욕탕에 다녀온 느낌이 사뿐한 몸으로 인해 낡은 편견도 깨뜨려 주었다. 싼깜팽 온천의 추억도 살아가는 동안 내게 즐거운 이야깃거리로 되새김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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