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도슨트와 함께하는 제주여행

제주 살기 13.

by 바다나무

글의 샘물에서 두레박을 건져 올린다. 아직 그 깊이는 잘 모르겠다.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맛보고, 손으로 토해낸다. 때론 머금고 있어 뱉어낼 때까지 시간을 필요로 할 때도 있다. 소화가 안 되는 날이다. 시간이 없거나 피곤하거나 글이 풀리지 않는 이유일게다. 하긴 초보작가가 완급조절이 잘 된다면 자동차 뒤에 붙은 "초보" 같은 문구는 진즉에 떼어냈으리라. 지금은 그저 아름다운 제주가 기억에서 퇴색할까 봐 그 빛을 발하지 않으려 잡고 있을 뿐이다.


제주 살기에서도 가능한 출퇴근 시간은 지키려고 한다. 자율 출퇴근시간을 적용한다. 10시에서 6시까지. 특별한 상황이 있을 시 조퇴나 외출도 가능하다. 지난번 갑자기 비가 왔을 때 숙소로 왔다가 다시 나간 적이 있는데 그때 사용한 것 같다. 또한 야경을 보거나 산책을 할 경우는 초과근무를 하기도 한다. 물론 점심시간도 근무시간에 포함다. 평생 그렇게 살았으니 몸에 밴 습관이 그리 쉽게 변할리 있겠는가. 그 이후는 자유게 생활한다.


특별한 잡업이 없기에 자유시간에는 브런치에 기록을 남긴다. 남편은 가지고 온 자전거를 타고 우리 동네인양 숙소 주변을 한 바퀴 돌기도 하고, 비가 오거나 날씨가 추우면 넷플릭스를 본다. 요즘은 "더 글로리"라는 학교폭력 관련 드라마로 보충수업을 한다. 내일 갈 여행코스에 대한 선행학습 필수이므로 기획을 작성하여 톡으로 보내는 것은 우선이다. 물론 장소만 링크하여 전송한다. 이러한 일정들은 다음날 현장상황이나 간, 컨디션 등 특수한 여건에 따라 융통성 있게 변경, 취소, 조절되기도 한다. 물론 이곳에서도 "불타는 트롯"과 "미스터 트롯"을 보면서 함께 전 국민의 관심사에 동참하는 건 기본이다. 가끔 늦은 저녁의 목축임이 덤으로 따라올 때도 있다. 이게 우리의 제주살이다.


1일 차 수학여행(제주 살기 12)이 눈으로 도장 찍으며 체험하는 제주여행이었다면, 2일 차는 도슨트와 함께 귀로 듣는 유유자적한 문화, 예술관광 수학여행이다. 숙소를 나오니 하늘이 청명하다. 제휴된 카페에서 무료 모닝커피로 여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넓은 들판을 품다"라는 뜻을 가진 드르막길에 있는 갈대와 대나무로 만든 원두막에서 커피를 마셨다. 사륜자전거를 타면서 들판을 가로지르는 스릴도 경험할 수 있다고 하지만 지금은 공사가 진행 중이다. 다소 이색적인 카페가 될 것 같다.


관광도슨트와 예약된 시간에 맞추어 천지연 폭포로 향했다. 서너 번 이 폭포에 왔지만 해설을 들으며 관광한 기억은 없다. 하늘과 땅이 만나 이루어진 연못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이곳은 높은 기암절벽에서 세찬 옥수가 떨어지는 곳으로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곳이다. 제주도에 있는 5개의 폭포 중 하나로 이곳에는 난대림과 담팔수, 무태장어 서식지 등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중요한 보호구역이라고도 한다.


도슨트를 통한 여행을 하다 보면 관광안내판에 있는 내용도 알게 되지만 제주의 역사, 삶의 과정, 풍습, 언어, 신앙, 문화적, 지리적 특성 등 제주의 전반적인 것들과 연결되어 해하게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옛말을 되새기며 앞에 있는 천지연 폭포가 중요한 우리나라의 관광자원임에 단순한 볼거리가 아닌 재산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중히 다뤄 대대손손 잘 보존해야 할 것이다.


오후 일정은 이중섭 화가에 대한 해설 예약이 되어 있던 터라 식사를 하고 참여하기로 했다. 오늘은 전복칼국수를 먹었다. 옥돔구이와 함께하는 맛집인데 오늘은 옥돔요리가 안된다고 하니 서운한 마음에 다음 기회를 기약한다. 아직 시간여유가 많아 투어패스를 사용할 수 있는 레몬 뮤지엄 카페로 가서 후식을 즐기기로 했다.


이 카페는 무농약 친환경 레몬재배로 바른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농부의 철학을 가지고 체험농장과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이층에는 북송선을 탄 비운의 제주화가 한우영이라는 작가님의 갤러리가 있었다. 한 바퀴 둘러보고 새콤달콤한 레몬주스를 마시며 창너머 한라산 풍광을 즐겼다. 날씨 탓인지 백록담도 선명하게 보이고 레몬맛도 상큼하다. 가끔 날씨 따라 기분이 달라질 때가 있데 오늘이 그런 날이다. 새콤달콤한...


이중섭 거리로 갔다. 오전에 천지연폭포를 설명해 주시던 관광도슨트다. 이중섭 화가의 전시관이 있는 도로를 거리로 만들어 다양한 그림들이 거리의 벽화로 그려져 있어 걸어가면서 설명을 들었다. 도로의 화사한 매화꽃과 영춘화가 그림들과 잘 어울린다. 화가가 가족들과 셋방에서 살던 옹삭 한 초가집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 궁색한 삶을 엿볼 수 있다.

불운한 시대의 천재화가로 알려진 이중섭 화가는 소의 순수한 눈망울이 좋아 소그림을 많이 그렸다고 한다. 역동적인 소의 그림은 금방이라도 어디론가 달려갈 듯 움직임이 거세다. 설명을 듣고 나니 그림에서 작가의 삶과 숨결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전시관에 전시된 작품들은 대부분 가족에 대한 그림이라 작가의 가족사랑과 이별의 그리움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도슨트의 해설을 듣고 나니 그런 그림이 그려질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상황들에 대해 마음이 하다. 진한 감정이입이다. 예술에 대해 조예가 깊지 않 탓에 여유가 생기니 좀 더 자주 미술관이나 박물관, 전시관을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화실조가 느껴니까.


뭔가 알아가고 배운다는 것은 가슴 설레게 한다. 그냥 지나가서 영영 모르고 살 수 있는 것들을 행을 하면서 우게 된다. 비록 내일 망각이라는 이름으로 잊힌다 해도 오늘 충만한 마음으로 채워진 이 순간을 사랑하기에 배움의 끈을 놓지 않으리라 다짐해 본다. 우리가 제주도에 대해 익히 잘 알고 있는 3이다(多ㅡ바람, 여자, 돌), 3 무(無ㅡ도둑, 거지,대문) 외에도 3보(寶ㅡ자연, 민속, 언어)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는 시간이.


돌아오는 길에 가까이 있는 올레시장에 들러 저녁 먹거리를 챙겨 왔다. 제주를 한눈에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내일은 숙소를 성산 쪽으로 옮겨야 하기에 짐을 정리하며 창너머 한라산에게 이별을 고한다. 곳에서 여행의 참맛을 느끼었노라고. 돌아가서 좀 더 알찬 여행 보고서를 작성해 보리라...


※ 혹시 모를 여행자를 위해 다녀온 장소를 기록해 본다.( 드르쿰다 ATV in 카페. 천지연 폭포. 식당 부촌. 레몬 뮤지엄. 이중섭 전시관. 올레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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