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에서 한 환자의 보호자가 날마다 드라마 '마인'을 보고 나서 줄거리를 읊어댄 통에 '마인'이 장안의 화제라는 걸 알았다. '마인'을 한 회도 보지 않았지만 우연히 김서형이 박혁권에게 커밍아웃하는 장면만은 짤로 봤다.
어릴 적부터 나는 사랑하니까 사랑해서 결혼한다는 말에 항상 의구심을 품었다. 사랑하면 사랑만 하면 되지 왜 결혼을 해야 하지? 내게는 사랑하니까 결혼한다 또는 사랑해서 결혼했다는 말이 정말 이상하게 들린다. 사실 사랑 없이도 결혼은 가능하며 사랑 없는 섹스도 가능하다. 사랑과 성애 즉 섹스는 결혼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내 부모조차 사랑해서 결혼한 사이가 아니다. 선(요즘은 소개팅이겠지) 보고 적당히 서로의 조건에 타협하여 계약을 맺은 사이다. 사랑이 결혼의 필요조건이라면서 사랑 없이도 결혼을 감행하는 이들이 존재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렇다면 도대체 이들이 말하는 사랑이란 것이 무엇인가.
조건 보고 결혼해도 살다 보면 친밀감이라는 사랑이 싹틀 수도 있다. 성애가 없는 비즈니스적 파트너 결혼도 있다. 과거 봉건제 시대 가부장제 결혼의 핵심은 가족과 가족 또는 가문과 가문, 혈연의 결합으로 부와 세를 확장하고 노동력과 자산을 늘리기 위함이었지 자유연애와 성애는 뒷전이었다. 자유연애는 사실상 근대의 발명품. 자본주의의 산물 아닌가?
가부장제 사회의 특히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부계혈통 중심, 이성애 중심의 결혼 제도란 결국 남편 아내 자식으로 구성된 가족을 꾸리는데 최적화된 비니지스적 협력 관계 이를 제도적으로 강제한 장치 아닌가?
사십 대 이후부터 따로 각방을 썼던 내 부모를 비롯하여 주위를 둘러보면 사랑과 성애 대신 우정과 의리 또는 합의로 사는 부부도 흔해 빠졌던데.
친밀감이 없어도 섹스는 가능하다.
결혼은 사랑과 성애의 무덤이다.
결혼 관계에 사랑과 성애가 빠지면 어쩧게 되는가?
가족 비지니스 경제 운명 공동체.
페로몬은 유효기간이 있다. 결국 호르몬의 지배를 받는 성애라는 것은 매일 보는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 처음 반한 낯선 사람과 할 때 가장 짜릿하다.
( 나는 아니라고? 이삼십 년 된장처럼 오래 묵은 아내 남편도 여전히 섹시하다고? 그런 분들도 계시겠죠 뭐.)
적어도 내 경우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