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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ngtake Feb 03. 2023

맛집의 옆집을 가본 일

남편이 내가 좋아할 것이라며 ‘맛집의 옆집’이라는 프로그램을 알려주었다. 평소 사람 많고 북적한 맛집은 일부러 피하는 편이라 맛집에 대한 호감이 별로 없다. 그런데 ‘맛집의 옆집’이라니 궁금했다. 밀려드는 손님이 있는 맛집 옆에서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의 심정은 어떨까? 대다수의 많은 자영업자들이 그렇겠지만, 나는 그 불안함과 막연함을 견디기 힘들 것 같았다. 나는 잘 견디지 못한다. 그렇게 시청을 시작한 첫 편에서 신촌에서 곱창가게를 하는 사장님을 보게 되었다.      


나는 그간 플렉시테리언이라 자칭하며 고기를 일부러 사 먹는 일은 최대한 줄여왔고, 곱창이라는 음식을 먹지 않은지 15년은 넘어가는 지금이었다. 그런데 그 곱창 편을 보고 난 이후부터 ‘곱창’이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숯불에 구워 먹는 곱창은 어떤 맛일까, 기름기 없는 곱창이라니... 먹고 싶은 마음을 참았다. ‘나는 플렉시테리언이야. 고기를 일부러 사 먹지는 말아야…….’


그날 이후부터 같은 편을 두 번 더 봤다. 이유는 간단했다. 사장님이 아른거렸다. 사장님의 별말 아닌 말들이 나를 낄낄거리게 했다. 그 사장님을 만나보고 싶었다. 곱창도 곱창이지만 그 사장님이 만나보고 싶었다. 그리고 난생처음 맛집의 옆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가는 중 설레는 마음이 왜인지 알 길이 없었다.      

나 : 오늘 영업하시나요.

곱 : 당근입니다.

나 : 6시쯤 가면 줄 서서 기다려야 하나요.

곱 : 그런 거 없습니다. 몇 분 오시나요.

나 : 3명이요.

곱 : 기다리겠습니다.


간결한 대화였다. ‘당근이라니, 그런 거라니’ 평소 들어본 적 없는 식당 사장과의 대화였다. 혼자 소리 내어 낄낄거렸다. 시간을 맞추어 곱창집을 찾았다. 가는 길 나는 내내 바랐다. ‘손님이 많기를’ 휑한 신촌 거리가 어쩌면 그러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주었다.     


가게에 도착했고, 한 테이블이 있었다. 사장님을 만났다. 나도 모르게 반가운 마음에 정면으로 너무 환하게 깊게 웃었다. 사장님이 말했다. “그렇게 웃는 거 어디서 배웠어요? 심쿵하게.” 짧은 대화였다. 혼자 또 낄낄거렸다. 그리고 난생처음 숯불에 구워 먹는 곱창을 먹었다. 2인이 6인분을 먹었다. 경기도에서 순전히 곱창을 먹기 위해 출동한 엄마가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은 맛이라며 좋아했다.     


부른 배를 안고 집에 와 자려고 누웠는데 그 사장님 부부가 생각났다. 전문성과 정성으로 만들어진 곱창은 부족함이 없는데 왜 손님이 없을까. 이런 게 운이라는 것인가. 잠깐이지만 이 밤 좋은 운이 사장님께 닿기를 바랐다. 식당에 가기 전 남편에게 ‘사장님 만나면 영통 할게!’라고 설레발 치며 호언했지만 차마 요청하지 못했다. 다음에는 제가 요청해도 거절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바쁘시길 바라며, 또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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