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공통주제 <호흡> ㅣ 이승철
독립출판도 3권 출판 했고, 지인들과 그림 전시회도 했습니다. 요즘엔 꾸준히 1주일에 한장씩 드로잉을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는 아니고 그냥 모두 취미로...
작가 프로필 ㅣ 이승철
넓고 얕은, 호기심 많은 유부남
모토는 "일단하자!"
이번 달 주제인 ‘호흡’을 확인하자마자 그나마 쉬운 주제라고 생각했다. 호흡이란게 우리가 살기 위해서 멈추지 않는 생물학적 호흡일 수도 있고,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 일 수 도 있기 때문에 쓸 수 있는 영역이 크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글을 쓰기 머릿속에 떠다니는 이야기 거리들을 찾던 중에 문득 나의 호흡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
나는 호흡이 짧은 편이다. 아니 나의 호흡은 짧다. 어릴 때 기침감기를 얕보다가 폐렴으로 번져 일주일동안 입원을 한 뒤로 나의 생물학적 호흡은 짧아졌다. 하지만 새옹지마 법칙은 나에게도 통했다. 짧은 호흡 덕분에 건강하고 재미있게는 살고 있는 것 같다. 폐가 안 좋으니 담배를 멀리하게 되어서 성인이 된 지금은 흡연자들에 비해서 건강한 폐로 살고는 있다. 그리고 짧은 호흡으로 수영을 배워보겠다고 나섰다가 물 공포증만 생겨 스노클링도 못하는 정신상태가 되었지만,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는 안전한 방법을 찾다가 스쿠버다이빙을 배웠다. 물론 물 공포증을 극복을 하지 못해서 오픈워터만 따놓고 바다를 멀리하고 있는 현실은 바뀌지는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긴호흡’ 결핍이 있는 것 같다. 생물학적 호흡도 짧고 다른 호흡들도 짧다. 그림을 그릴 때 선을 길게 한 번에 그린 적이 없다. 대부분 여러 번 짧게 끊겨야만 긴 선을 완성한다. 책도 마찬가지이다. 한 장 한 장 천천히 보는 게 아니라, 속독하듯이 짧고 빠른 호흡으로 글을 읽어 나간다. 주위에서는 이런 나를 보고 ‘주위가 산만하다’ ‘집중력이 부족하다’라고 하지만 나는 호흡이 짧을 뿐이다. 물론 새옹지마 법칙은 여기에서도 통한다. 짧은 호흡 덕분에 오래 하는 취미가 없는 대신에 많은 취미생활을 거쳤다. 그냥 관심이 있거나 흥미로우면 바로 시작했다가 이네 금방 관심이 사라지만 바로 미련 없이 그만두게 된다.
그렇다고 짧은 호흡이 좋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나 같은 경우야 즐겁게 생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우연히 얻어 걸린 것 일뿐이지, 긴 호흡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빠르게 지나가는 삶의 소용돌이에 빠져 점점 자신의 존재를 읽어가며 살고 있다. 호흡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들은 요가나 명상을 통해 긴 호흡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 나도 한 때 명상을 통해 긴 호흡을 한 적이 있었지만, 한번 그 끈을 놓치고 나니 내 것으로 확고하게 만들 수가 없어 다시 짧은 호흡을 하고 있다.
삶에 있어 긴 호흡은 중요하다. 사물을 오랫동안 볼 수 있고, 타인과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며, 글이나 그림 같은 창조적인 활동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우리가 짧은 호흡을 하는 것은 주위 환경 탓일 수도 있다. 빠르게 변하는 주위환경과 짧게 우리 눈을 지나가는 미디어 등이 우리의 호흡을 짧게 만들고 있다. 요가와 명상이 어렵다면 잠시라도 이러한 것들에서 떨어져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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