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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공기 Apr 01. 2018

모두 다 덮어버려라

공통주제<눈>ㅣ적진

나무꾼


올해 목표를 책 쓰기로 정하고 끄적거리는 중입니다. sf를 좋아하고 실용적인 것을 좋아합니다. 여러 가지 많은 것을 시도는 하지만 끝내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주제는 넓지만 깊게는 못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꾸준함은 있어 꾸준히 한 걸음씩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작가 프로필 ㅣ 적진 

뼛속까지  SF인 남자 , 나무꾼



눈 
눈이 오면 세상을 덮는다 하얗게 
그 밑에 무엇이 있었는지? 어떤 색깔이었는지?  
그냥 눈이 오면 하얗게 온세상을 덮어버린다 
눈이 녹아 검은물이 죽죽 흘러내려 온통 세상이 까매진데도 지금 내리는 눈이 온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렸으면 좋겠다 
차들이 부딪치고 사람도 부딪치고 지나가던 강아지도 길에 넘어진다 
출근길 퇴근길 
넘어지지 않으려고 뒤뚱거리며 옷에 묻은 눈들을 떨어내고 하늘 한번보고 욕하고 다시 뒤뚱거리며 길을 간다 평소보다 늦지 않으려고 
꽉 막힌 차속에서 눈 내리는 창밖은 아름답긴 하지만 두손은 핸들을 꽉 잡는다 
미끌하면 돈이다 
와이퍼로 눈을 치우고 잘보이지 않는 창밖을 노려본다 
하얗게 다시 창에 눈이 쌓이면 와이퍼의 속도를 높여본다 그래도 눈은 창을 가린다 

벽난로에 빨간 따스함이 느껴지고 커피의 달콤한 향이 눈내리는 창을 스칠 때 눈이 오면 좋겠다 
아파트의 베란다 창은 둘둘말고 있는 이불속에서 tv나보며 침흘리는 나를 비친다 
현실은 언제나 시궁창이다 
올겨울은 유난히 따뜻할 것이라는 기상청 기대를 무참히 비웃는다 
그래 원래 미래는 불확실하니까! 
이불 돌돌 말고 아이스크림 케익 남은 것을 아깝다고 먹고 있는 나를 어제는 상상하지 못했으니까 
눈이나 펑펑 와라 모든 것을 하얗게 만들어 버렸으면 
마법을 배워볼까? 날씨조작 기술을 배워볼까? 지금부터 마법을 배우면 30년 정도 아니 100년이 걸리지 모르지? 물리학이나 기상학을 배우려면 대학을 다시가야하나 수능을 다시 공부해야 하나? 
아이스크림! 사실은 아이스크림 케익남은 조각을 수저가득 퍼서 입안에 넣고 소주한잔을 털어넣는다 
부르르 부르르 
몸이 떨려온다 차가움은 달고 쓰고 뜨거움은 흐른다 
보일러를 올려볼까 난방비 무서워 이불만 돌돌돌돌 한번 더 말아본다 
눈이오면 춥지는 않은데 차라리 밖으로 나갈까? 

나무가지가 눈에 부러져 길가에 뒹군다 
살짝녹은 눈은 얼음이되어 길가에서 반짝인다 
가로등불은 하얀눈에 파란그림자를 만들고 발자국은 흰색과 검은색의 계곡을 만든다 
한두개 눈발이 날려 내어께 손등에 살짝스친다 
머리속엔 육각형의 눈결정이 그려지지만 내눈엔 솜뭉치같이 보이며 사라진다 
가로등불 아래에는 빗줄기같이 눈발이보이지만 내주위엔 한두개 작은 솜뭉치만 보인다 

담배연기로 하늘을 가리는 마법을 부려볼까? 손까락으로 불꽃을 만들어 볼까? 
내눈은 입김인지 담배연기인지 알수없지만 온통 하얗게 변했다 
안경을 벋어 옷의 안감에 대고 문질렀다 
세상이 다시나타났다 

하얗지는 않지만 선명한 하늘이 보인다 
눈이안경에 하나둘 물방울로 바뀐다 
눈물인지 눈인지 
볼을 따라흐르다 얼어버린다 

모두 하얗게 눈이다 덮어버렸으면 좋겠다 
아니 추운겨울이 빨리가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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