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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웅진 Dec 20. 2024

깨어나니 당나라 (2)

타임슬립물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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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오, 젊은이. 안록산이가 난리를 일으킨 건 알고 계쇼?”


이 질문에는 답할 게 있는 것 같았다.

역시 다른 세상 사람은 아닌 것인가?


“그렇습니다, 선생님. 절도사인 안록산과 그 부하인 사사명이 올해 말에 범양(:  베이징)에서 반란을 일으켰을 겁니다. 맞죠?”


'사사명?'


어쩐지 들어본  이름인 것도 같아  주영치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니, 반란군 우두머리들에 대해 이렇게까지 잘 안다니! 이 젊은이가 저 역적들에 대해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아는지도 모르겠군. 대관절 이 젊은이는 어떤 사람인가? 혹시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조직의 높으신 분이거나 그 자제인 건가?'


하긴 좀 마른 편이긴 하지만 근육 덩어리가 튀어나온 연갈색 가슴팍은 단단해 보였고, 가슴팍보다 좀 더 검어서 진흙으로 막 빚은 것 같은 얼굴은 각이 졌으되 조각도로 깎아서 만든 듯했다. 콧날도 오뚝하고, 입술은 두껍지도 얇지도 않으며, 눈매는 매서워 보였다.

저 눈만 쳐다봐도 어지간한 병사들은 창을 들고서도 벌벌 떨 것 같다.


'혹시 변을 당한 귀공자가 아닐까?'


주영치는  이런  생각을  하다가  이  젊은이의  질문을  떠올리고서  힘겹게  대답했다.


“그렇…소.”


 젊은이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주영치는  젊은이에게  먹을 걸 권해보려다가   자신의 집안을 휘 둘러보고 한숨을 한 번 토하고서  관뒀다.


“젊은이도 보다시피 이 집안 꼴이 이러하오. 마누라는 병으로 죽고, 자식들도 어릴 때 다 죽어, 홀아비 혼자 이렇게 산다오. 고선지 장군께서 주신 저 돼지들이 내….”


“방금 누구라 하셨습니까?!”


젊은이가 놀란 표정을 짓고서 버럭 묻기에 주영치는 얼떨떨했다. 하지만 곧 질문을 알아듣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고선지 장군이라 했소. 저 옛 고구려 땅의 씨돼지들을 구해다 주신 분이 말이오.”


분명 많이 아플 텐데도 젊은이는 애써 몸을 일으키더니 쪽구들에 무릎을 꿇는 게 아닌가! 그러고서 공손하게 물었다.


“혹시 선생께서는 고선지 장군과 아는 사이십니까?”


“그렇다고 볼 수 있소. 회회(回回人: 이슬람교도)들과의 전투에서 내가 장군을 구해드렸지! 회회인 장수가 고선지 장군을 베려고 달려올 때, 아 이 주영치가 침착하고 용맹하게 장창을 그놈이 탄 말의 옆구리에 박았단 말이오! 그래서 고선지 장군께서 저놈들을 상으로 주셨소.”


젊은이가 지켜보는 걸 의식하면서 주영치는 창자루를 휘두르듯이 비어있는 두 손을 격하게 움직였다. 그 덕에 당시 회회인 장수의 장검에 맞은 오른쪽 어깻죽지가 찢어지듯 아팠다.

왼손으로 아픈 어깻죽지를 주무르며  달래는 주영치에게 젊은이가 더욱 공손하게 물었다.


“혹시 그 전투가 4년 전에 서쪽에서 일어난 것인지요?”


“그렇다오, 젊은이. 안서사진(安西四鎭) 절도사셨던 고선지 장군께서 석국(石國:  타슈켄트)원정하실 때였다오. 혹시 이에 대해서도 잘 아시는 거요?”


“예…, 대강… 귀동냥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군이 패했다는 얘기도요.”


젊은이가  어쩐지 아주 많은 걸 아는 듯했지만  정작 본인이 렇게 말하니 주영치도 더 묻지 않았다.


“헌데, 선생님은 무슨 일을 하십니까?”


젊은이의 시선은 꽃불약을 만드는 데 쓰는 도구들로 어수선한 탁자를 향해있었다.


“꽃불약 만드는 일을 하는 홀아비라오.”


“꽃불약? 화약 말씀입니까?!”


'으응? 이 젊은이도 꽃불약에 대해 공부하는 사람이었나?'


 하긴 손사막 선생이 처음 꽃불약이라 할 수 있는 걸 만든 이래, 많은 사람들이 ‘가장 이상적인 꽃불약’을 만들려고 다양한 재료와 배합 비율을 연구한다고 들었다.

주영치도 고선지 장군의 휘하에 다시 들어가기 위해서 이렇게 도전하고 있고 말이다.


“혹시 젊은이도 꽃불약, 그러니까 '화약'이란 걸 만드는 일을 하시오?”


모를 일이다.

이 젊은이가 이 주영치에 대한 소문을 듣고 찾아오다가 이렇게 변을 당한 건지도.

혹시라도 이 주영치의 제자가 되기 위해 찾아오던 길이었는지도.

하지만 뭔가를 망설이는 젊은이의 표정을 보니 그건 아닌 듯했다.


“전… 신라에서…, 아, 신라에서 당나라로 공부를 하러 왔었습니다.”


“설마… 꽃불약을 말이오?”


“아, 예…, 화약과 관련된 건 아니고…, 빈공과(賓貢科: 외국인 대상 과거)에 응시하려고 했습니다.”


“헌데, 어쩌다가 이런 지경이 된 거요?”


“저도…, 저도 모르겠습니다.”


주영치가 눈을 감고 고개를 휘휘 젓다가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이 물었다.


“젊은이의 성함은 무엇이고, 원래 하던 일은 뭐요?”


“제 이름은 마대산이라 하옵고, 신라 군대의… 하급 무장이었습니다.”


“아, 그래서 빈공과에 응시하러 오셨구먼.”







신라 출신 빈공과 패스자 하면 가장 유명한 인물이 최치원 선생이죠.

최치원 선생의 <토황소격문>의 주인공(...)인 황소는 이 작품의 배경인 안사의 난으로 당나라 조정이 경제적으로 파탄나자 전매품인 소금의 가격을 지나치게 올려대고, 이에 값이 저렴한 소금을 구하려는 백성들의 수요에 부응하여 소금 밀수업을 했던 자였죠.


황소의 난은 이 "백제인 바이킹 상지"의 주인공 상지가 서역에서 인신매매를 당한 뒤 바이킹이 되도록 내몰리게 된 원인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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