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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웅진 Aug 09. 2024

- "샤아!  너도  똑같구나, 샤아!"

토미노 요시유키의 <모빌슈트 건담>(1979)

지온  공국 그리고  자비  가문과의  전쟁으로  연방의  수뇌부는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는 사실을  깨달았을까?  아니었다. 이들의 사전에는 '반성'이란 단어가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승리가 자신들의 정의로움을 보여준 것이라 생각하고 계속 오만하게 행동했다.  못난 적이 스스로   무너진 것인데도 자신들이 잘나서 승리했다고 착각하는 자들은  실제로  어느 시대에나 있다.


 오만해진 연방군은 공화국으로 정체를 바꾼 지온의   주민들은 물론, 모든 스페이스노이드들에 대한 탄압을 가중시켰다. 이때 내세운 명분은 '스페이스노이드 = 언제라도 지구권의 평화를 어지럽힐 자들'이었다.

9.11 테러 등을 명분으로 '자유민주주의'나  '똘레랑스(관용)'를  국시로  내세우는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그러자 자비 가문의 유일한 생존자이며 데긴의 손녀이자 기렌의 조카인 미네바 자비를 총수로 하면서 소행성대에 터전을 마련한 네오지온이 등장했다.

연방군의 지구 출신자들 또한 '티탄즈'라는 군벌 조직을 만들어 네오지온에 대응한다.

 '티탄즈'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거대한  신족(神族)으로,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와 그녀의 아들이자 남편인 우라노스 사이에서 태어났던 존재다.

하지만 티탄즈는 스페이스노이드들을 네오지온의 잠재적인 추종세력인양 일반화했고, 그것은 결국 같은 연방군 내의 스페이스노이드인 병사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이는 전후 지온 공국의 군수산업체들을 흡수하고, 건담 및 GM 개발과 양산의 공으로,  아울러 연방 정부와의 정치적 거래로  지구권 최대의 군산복합체가 된 애너하임 일렉트로닉스 사가 뒤를 봐주는 반티탄즈 세력인  '에우고'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말 그대로  '지구권 삼분지계'가 이루어진 것이다.


결국 인류는 또 한 번의 큰 전쟁에 휘말렸고, 티탄즈의 전멸과 미네바를 제외한 네오지온 수뇌부의 몰살 등으로 그 전쟁 또한 끝났다.

그 전쟁 중에 '크와트로 버지나'라는 가명으로 신분을 감춘 채 에우고에서 활약하면서 연방 정부의 실태를 뚜렷이 목격한 카스발은, 연방 정부의 끝을 모를 차별과 잦은 전란에 불만을 품은 스페이스노이드들을 규합하여 난민촌 콜로니인 '스위트워터'에서 네오지온의 새 총수로 등장했다.





부차의 밑에서 쓸개를 씹으며 복종하다가 기회를 엿봐 일어난 구천 같은 삶을 산 카스발이, 샤아 아즈나블이라는 이름으로 건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민주주의를 주장하면서도 실은 소수에  불과한 파워 엘리트들의 공화독재체제인 연방 정부에 대해,  스페이스노이드들의 해방을 부르짖으면서도 자기편에 서지 않은 스페이스노이드들 중 절반을 학살한 자비 가문에 대해 적극적으로 분노를 표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행동하는 냉철한 분노'마저 총수가 되자 겉은 여전히 붉지만 속은 시커멓게  썩은  사과가   된  것이다.

 이 썩은 사과는 마침내  훗날 '샤아의 난'으로 불릴 전쟁을 일으켰다.

“여전히 우주로 나오기를 거부함으로써 지구를 괴롭히는 어스노이드들을 징벌하겠다. 나에겐 그럴 자격이 있다!”는 명분으로....



 전함과 모빌슈트의 수에서 열세였던 카스발은 주력으로 연방군을 직접 공격하면서, 뒤에서는 지난 전쟁 때 자체 추진 장치로 지구 근처까지 날아왔다가 앞서 전쟁에서 네오지온의 패배와 함께 버려진  소행성 엑시스에 핵탄두를 쌓아놓은 뒤 이를 지구에 투하했다.


이 초유의 대학살극을 저지하기 위해 연방군의 젊은 조종사들은 이미 대기권에 진입한 엑시스를 모빌슈트로 밀어내고, 아울러 자신들의 총수의 참모습을 본 네오지온의 조종사들도 이에 가담하면서 카스발 렘 다이쿤-샤아 아즈나블은 깊은 탄식과 눈물, 그리고 엑시스와 함께 우주 저편으로 떠밀려갔다.


쿠바  미사일  위기  관련  도서를   편집할  때  만든,  샤아의  최후  모습을  활용한  이미지입니다. 1962년  10월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행태가  딱  이때의   샤아  같아서  말이죠.









샤아가 엑시스 쇼크로 사망하기까지의 저 내용은 정말 씁쓸하지요.

이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트에서 이야기하겠지만,

이와 관련하여 드라마 <무인시대>에서 최충헌(김갑수 씨 분)의 임종 장면을 기반으로 일종의 패러디를 만들어봤습니다.




어느 날 밤, 엑시스 쇼크로 내장에 타격을 입어 앓아누운


샤아 아즈나블의 병실로 누군가가 찾아왔다.




"아니, 넌 누구냐/!"




"난 샤아 아즈나블이오!"




"샤아 아즈나블은 나다!"




"아니오, 댁은 지구에 핵폭탄 탑재 소행성을 추락시켜 지구에 남으려고 한 사람들을 학살하려 한...

미치광이 테러리스트 두목에 불과하오!"




"아니다! 난 샤아 아즈나블이다! 힘 없고 가난해서 우주로 쫓겨난 이들을 위해 싸운 

샤아 아즈나블이다! 자비 가문의 독재로부터 지온 공국민들을 구하려고 권모술수를 부린 

샤아 아즈나블이다! 무고한 스페이스노이드들을 박해하던 티탄즈를 무찌르기 위해

중2병 질풍노도 소년 카미유 비단을 파일럿으로 갱생시킨 샤아 아즈나블이란 말이닷!"



[OST와 함께 나레이션]


우주력 0093년, 샤아 아즈나블이 죽었다. 일찍이 지온 줌 다이쿤의 아들로 태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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