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스트리아와 하이하바 섬

미야자키 하야오의 <미래소년 코난>(1978)

by 장웅진



몬스리와의 격투 후 도망치는 과정에서 인더스트리아의 깊숙한 곳에 들어간 코난은,

폐플라스틱을 원자재(?)로 빵을 생산하는 공장도 있는 지하 도시에서 남녀노소 수백 명이 죄수처럼 살고 있으며,

그 지하 도시 바로 위의 삼각탑(20여 년 전에 세워진 산업 센터)에서는 레프카라는 독재자가 원로 과학자들 및 소수의 잘 먹고 잘 차려 입은 '시민 계급' 남녀들을 지휘하여 인더스트리아를 지배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코난은 라나와 함께 구해낸 라나의 할아버지이자 태양 에너지의 권위자인 라오 박사에게서 인더스트리아의 과거에 대해 듣는다.

인더스트리아의 삼각탑은 정지궤도의 태양광 발전위성으로부터 레이저화 된 에너지를 공급받아 가동되는 산업 시설이었는데, 전쟁 등으로 지상의 관제를 벗어난 발전위성이 제 궤도를 벗어나면서 가동을 멈췄다.

그리하여 20년 전의 대전쟁 직후 지하 도시로 피난해 거주하던 5만 명의 생활 시스템이 붕괴되고, 고작 1,000명 정도만 살아남은 상태에서 행정위원이던 레프카가 권력을 장악한 뒤 독재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제1차 세계대전 뒤의 경제적ㆍ사회적 혼란이 히틀러와 무솔리니를 집권시킨 걸 연상시킨다.

아울러 독재자는 한 나라의 경제가 붕괴되고 사회 기반 시스템이 무너질 때 등장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필자는 2011년 도호쿠 대지진 직후 일본 정부와 관료들이 보여준 절망적인 행태 때문에 조만간 일본에서 정변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어쩌면 몇몇 일본 만화에서처럼 미국 덕에 억제되었으리라).


결국 라오 박사가 은닉해둔 비행정으로 인더스트리아를 탈출, 레프카에게 반항한다는 이유로 사형 직전에 이른 다이스 선장과 합류한 코난, 라나, 포비 등은 라오 박사의 딸과 사위가 살며, 라나의 고향이기도 한 하이하바 섬으로 간다.

20년 전에는 대도시의 일부였으나 지각 변동 때 인더스트리아와 마찬가지로 가라앉는 것을 간신히 면한 그곳은, 온 주민들이 벌인 각고의 노력 끝에 19세기풍 농촌 마을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노란색은 밀밭이다

단독 농가는 물론 마을도 있다



비록 마을 주민들 중 대부분이 20년 전까지만 해도 흙을 만져본 적이 없었지만, 생존을 위해 남녀노소 모두 노동을 한다는 원칙하에 평등하게 고생한 결과, 의식주에 부족함이 없는 섬이 되었다.

그러니까 토머스 모어의 소설 『유토피아』의 배경인 유토피아 섬처럼, 혹은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 『바보 이반』에 등장하는 이반 왕의 새로운 러시아처럼, 계급이 존재하지 않으며 모두가 평등하게 일정량의 노동을 하는 식이다.


하지만 코난과 포비, 다이스 선장과 파라쿠다호의 승무원들까지 그 섬의 사람들처럼 살게 되었을 때, 하이하바 섬의 풍요로움을 알게 된 레프카는 몬스리를 지휘관으로 삼아 인더스트리아 유일의 전함을 보내 하이하바 섬을 점령하게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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