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희연 Sep 22. 2022

비 오는 날만 기다리는 변태 러너(1)

우중런의 맛을 알아버린 초보 러너. 비 소식만 기다리는 변태 이야기

달리기를 시작하고, 다양한 유형의 달리기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달리기를 꼽자면 우중런이 아닐까?




우중런. 


쉽게 말해 비올 때 달리는 것을 말한다.



누군가는 비가 오면 집 밖으로 나갈 엄두도 나지 않는다고 하는데...


비 오는 날 러닝이라니?


그만큼 우중런은 처음 시작하는 게 가장 어렵다. 




태생부터 비가 좋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비가 좋아지지 않은 사람이 있다.


비 올 때 특유의 꿉꿉함과 습함.


우리고 30여 년을 뚜벅이로 지내온 탓에 이동 간의 불편함까지.


행여 강풍까지 동반할 때면, 애써 꾸미고 나온 옷들과 짐들이 다 젖어버리는 비가


좋을 리 만무했다. 



그런 내가 우중런이라니.






내가 우중런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이따금씩 아내가 함께 달려주긴 했지만 대부분을 혼자 달렸던 나에게 러닝 크루가 생겼다.


이 러닝 크루의 존재가 런태기를 극복하는데 큰 도움을 줬으며, 달리기를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무엇보다 더 이상 혼자 달리는 게 아니란 생각에 달리기가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재미와 힘듦은 분명한 차이가 있는 거니까...)



꾸준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달리기가 아닌 재미있는 달리기가 시작되었다. 


함께 하는 사람들의 달리기 인증샷. 


그리고 달리고 나서의 후기 공유들로 인해 나의 달리기는 꾸준함을 장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나의 꾸준한 달리기가 예상외의 암초를 만났다.


이렇게 순탄하게 이어갈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나의 달리기가, 날씨라는 벽을 만났다.


장마라는 날씨의 벽.



달리기는 야외에서 거의 진행되기 때문에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울 때, 추울 때, 비올 때, 눈 올 때 달릴 때 주의사항이 워낙 많고 틀려지기 때문에 혹시라도 달리기를 


하기 전에 이런 부분들까지 고민해보는 것이 좋다. 



나 같은 경우, 더울 때도 달려봤고, 추울 때도 달려봤다. 그런데 비가 오거나 눈이 올 때 달렸던 경험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비가 오는 게 아닌가? 


난감했다. 


이제 막 달리기에 재미를 붙이고, 달리고 있었는데... 비라니... 그것도 장마라니...






나는 고민에 빠졌다. 


장마의 특성상 비가 내리는 기간은 제법 길 텐데...


실내 헬스장이라도 끊어 러닝머신이라도 달려야 할 판이었다.



"비 맞으면서 뛰면 되는 거 아니야?"



꾸준하게 뛰던 사람이 갑자기 멈췄을 때. 


그리고 계속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날씨는 더 이상의 장애물이 될 수 없었다. 


그리고 비를 맞으며 뛰기로 결심했다. 



뛰기 전까지가 힘들지, 막상 뛰기 시작하면 괜찮지 않겠나 싶었다. 


그래서 비가 오는 날, 나는 나름의 무장을 하고 비가 내리는 야외로 나갔다. 



비가 제법 굵게 내린다. 


하지만 이미 뛰기로 결심을 하지 않았나. 


그렇게 빗 속으로 내 몸을 던졌다. 






작가의 이전글 달리기에도 권태기가 있더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