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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연 May 12. 2023

글을 쓰기 위해 오늘도 걷습니다.(1)

코피가 났어요.

옛날부터 저는 비염이 심했어요. 

환절기 때만 되면 코보단 입으로 숨을 쉬는 경우가 더 많았었죠. 

학창 시절 땐 그저 찬 바람이 불 때가 되면 몸이 약해 감기라도 걸렸구나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비염이었더라고요. 


결혼을 하고 나서 비염 증상이 부쩍 줄었어요. 

코막힘 증상도 사라지고 콧물이 흐른다거나, 재치기도 하지 않게 되었어요. 

신혼집으로 이사를 오고 환경이 변하다 보니 비염 증상이 사라진 거죠. 


코로 숨을 쉬는 것이, 알 수 없는 타이밍에 재채기를 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삶의 질을 향상해 주는지 새삼 깨달으며 이제 더 이상 비염으로 고생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아 날아갈 듯이 기뻤습니다. 


그런데 작년 언제부턴가 환절기가 찾아올 때면, 출근을 준비하며 샤워를 하던 중 툭하면 코피가 나더라고요. 처음엔 이러다 말겠지 싶었는데 요즘 들어 매일 같이 코피가 나더라고요. 처음엔 아침에만 나오던 코피가 저녁에도 가끔 흐르곤 합니다. 


병원에 좀 가보라는 아내의 말을 애써 못 들은 척하다 결국 못 이기는 척 병원에 다녀왔죠.




"내일은 병원에 가봐 제발. 맨날 간다고만 하지 말고"


아내의 걱정이 날로 심해졌는데, 결국 어제저녁 한 소릴 하더군요. 왜 이리 말을 안 듣냐고 말에요.

어릴 적부터 코피를 달고 살아서 개인적으로는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주변에 코피를 흘리는 사람이 없었던 아내는 무척이나 걱정이 되고 신경이 쓰였다네요. 

결국 급하게 연차계를 내고 병원을 가기로 했어요.


조금은 늦장을 부려봤어요.

원래 기상시간보다 두어 시간 늦게 일어났고요. 


저만 그런가요? 연차인 날에는 조금 게으름을 피우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드는 게?


병원에 갈 준비를 하며 이왕 나간 김에 어디로든 다녀오자는 계획을 세웠어요. 

황금 같은 연차를 그냥 집에서 보낼 순 없었으니까요. 

목적지는 없었어요. 병원 진료를 마치고 생각해 볼 심산이었거든요. 


우선 병원에 좀 다녀올게요.




설마 설마 했는데 역시는 역시더라고요, 비염과 관계가 있었어요.

자세하게는 오른쪽 코 안쪽 부분이 약간 휘어서 쉽게 건조하게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결국 먹는 비염약과 코 안쪽에 바르는 연고를 처방받았어요.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나면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병원에 가볼걸' 하는 마음이 듭니다. 속 시원하고 후련하니 좋네요.


병원에서 나와 오늘의 미션을 수행해야 할 차례가 되었어요. 

어디든 다녀오기. 

운영하고 있는 독서모임에서 매일 10,000보 목표를 세웠는데 만보도 채우고 황금 같은 연차를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어디로든 가야죠. 

이렇게 많은 역 중에 내가 갈 곳이 없다니...!

계획이 역시 중요하다는 걸 느껴요. 무작정 나온 사람은 갈 곳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가던 곳을 다녀왔습니다. 




감사합니다. 환영해 주셔서 :)

결국 오랜만에 구월동에 있는 교보문고에 다녀왔어요. 

책이나 구경하자는 심산으로. 또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책도 사 올 겸 말이죠. 

하지만 책은 사지 않았고 실컷 책 구경만 하다 왔습니다. 

서점에 다녀오면 왠지 모를 뿌듯함 같은 게 있어요.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이라는 느낌 때문일까요? 

별것도 아닌 것에 뿌듯함을 느끼는 제가 이상한 거죠?




갑작스럽게 코피가 나기 시작했고.

그래서 갑작스럽게 연차를 냈어요.

그리고 갑작스럽게 교보문고를 다녀왔죠. 


갑작스러운 것들이 모이니 하루의 짜임이 완성되는 느낌입니다. 


그 느낌을 완성하게 된 것은 '무작정 걷기' 때문이고요. 


저는 앞으로 걸을 예정입니다. 


누군가 저에게 '왜 걸으세요?'라고 물으시면 그때 당당하게 대답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글을 쓰기 위해 걷습니다."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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