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생활은 주체적이어야 한다.
얼마 전 대학교에 진학하게 된 친척 동생이 필자에게 물었다. ‘언니, 고등학생과 대학생의 가장 큰 차이점이 뭐야?’ 나는 답했다. ‘이제 아무도 너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아.’ 나에게 잔소리를 해줄 사람이 없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대학교에선 ‘스스로’의 범위가 고등학교보다 굉장히 급격하게 확대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시간표 짜기다. 우리는 초등학교 입학 후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항상 짜인 시간표대로 학교생활을 해왔다. 일정 시간이 되면 일어나 등교해야 하고 수업이 모두 끝나야만 하교할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대학교는 그렇지 않다. 수많은 수업 중에 무엇을 들을지 골라야 하고 똑같은 과목 중에서도 어떤 교수님의 수업을 들을지 선택해야 한다. 말 그대로 내가 원하는 수업을 고를 수 있기에 언제 등교할지 또 언제 하교할지 직접 정할 수 있다.
언뜻 생각하기엔 훨씬 더 편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내가 잘 만한다면 더 편한 생활을 할 수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미리 준비하고 알아야 할 것들이 매우 많다. 이번 학기에 총 얼마만큼의 학점에 해당하는 수업을 들을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대학 생활 4년 동안의 계획을 세워야 한다. 무턱대고 아무 수업이나 들었다 가는 졸업을 못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4년 동안 몇 학점만큼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다는 최종 이수학점이 학과마다 지정돼 있다. 예를 들어, 140학점이 최종 이수학점이라면 4년 동안 140학점만큼의 수업을 들어야 졸업이 가능하다.) 또한 필수로 이수해야만 하는 과목을 매번 챙기기까지 해야 한다.
물론 처음 신입생이 돼 스스로 시간표를 짜는 것은 상당히 고되고 답답하다. 하지만 나에게 직접 이렇게 하라 라는 등의 잔소리를 하거나 시간표를 대신 짜주는 것 등의 엄청난 선의를 베푸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을 필히 알아야 한다. 아무도 나에게 학년별 필수 과목이나 최종 이수학점 등에 대한 필수 정보를 직접 알려주지 않기에 스스로 찾고 물으며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만 하는 것이다. 농담같이 들리겠지만 최종 이수학점 중 1학점이 모자라 1학점 때문에 한 학기를 더 다녀야만 하는 사례는 실제로 존재한다. 이 사례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다면 수시로 학교 홈페이지에 드나들며 새로이 변경된 학사 규정은 없는지, 장학금 수여 대상자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는지 등에 대한 각종 정보를 직접 수집하는 스스로 마인드의 소유자가 되어야 한다.
각종 SNS에서 악마의 팀플레이, 멍멍이 같은 팀플레이 등의 이름으로 팀 프로젝트(개인이 아닌 4~5명의 조원으로 이뤄진 팀 단위로 과제를 수행하는 것)의 폐해에 대한 재미난 콘텐츠를 봤을 것이다. 설마 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러한 이상한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 조원들 중에는 그런 사람이 없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굉장히 위험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런 농담 같은 상황을 면할 수 있을까? 필자는 많은 예비 대학생들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보다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기를 바란다. ‘나는 그러지 않아야지.’
팀 프로젝트에서 버스를 타는 것(팀 프로젝트에서 주체적으로 임하는 것이 아닌 누군가가 이끄는 대로만 하여 좋은 성적을 받는 행위)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누군가 나에게 일을 줄 때까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으며 가만히 있고 친구들과의 약속으로 조원들끼리의 만남에 몇 차례 가지 않으면 된다. 더해 바쁜 일정으로 주어진 일을 대충만 처리한다면 좋지 않은 인상쯤은 금방 심어줄 수 있다. 결코, 인성이 매우 바르지 못하거나 책임감이라곤 하나도 없는 사람만이 조원들에게 반감을 사는 것은 아니다. 즉, 신경 써서 행동하지 못한다면 나 역시도 충분히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깨닫고 그렇게 되지 않아야 함을 항상 다짐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 마인드가 가장 요구되는 것이 바로 팀 프로젝트라 볼 수 있다.
개인 과제를 할 때 주체는 본인인 것처럼 팀 프로젝트에서 팀은 하나의 새로운 주체다. 그 주체에서 나의 몫이란 처음부터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팀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프로젝트의 방향을 차근히 잡고 짜인 틀에 따라 개개인의 몫을 만들어 나가게 된다. 개개인 모두의 참여가 모든 과정에 필요한 것이다. 이 때문에 한 사람이라도 주체적이지 못하고 그저 묻어가려는 태도를 보인다면 그때부터 팀 프로젝트는 조금씩 힘들어진다. 내 할당량을 받아 그저 그 몫만 대충 때우려 하지 말고 필요하거나 할 수 있는 부분을 직접 찾아 수행해야만 팀 프로젝트를 모범적으로 끝낼 수 있다. 예비 대학생들 모두, 적어도 조원들 모두 이러한 스스로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면 4년간의 대학 생활 동안 팀 프로젝트의 폐해 따위 겪지 않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앞서 수강 신청과 팀 프로젝트에서 말했듯이 대학 생활은 스스로 생활의 끝이다. 입학 전, 학교 및 학과를 결정하는 것부터 시작해 시간표, 동아리, 학점, 졸업까지 모두 내가 결정한 사사로운 행동 하나하나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렇기에 대학생은 자신 행보에 대해 철저히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본인의 뜻에 따라 스스로 결정하고 행할 수 있어야 한다. 남들이 하니깐 나도 하고 남들이 안 하니깐 하지 않고 남들이 하는 만큼만 해서는 주체적인 대학 생활을 하지 못한다. 모두가 알겠지만, 대학에는 고등학교처럼 수업에 나오지 않으면 연락하는 선생님도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면 혼내는 주임 선생님도 없다. 물론 그만큼 더 많은 선택권과 자유로움이 보장되지만, 선택과 자유로움의 기저에는 ‘무엇이든 스스로 해야 함’이라는 의미가 있음을 예비 대학생들과 현재의 대학생들 모두 잊지 않길 바란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