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머리가 복잡하거나 가슴이 답답하다 싶으면 영화를 찾는다. 혹은 해야 할 일이 너무 하기 싫을 때 ‘영화 한 편만 보고 시작하자!’ 하는 마음으로 영화 한두 편을 보곤 한다. 이처럼 나에게 있어 가장 쉽고 빠르게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은 ‘영화’인 것 같다. 나가기 귀찮으면 집에서 혼자 편하게, 잠깐 바깥바람 좀 쐬고 싶다 싶으면 친구들이나 가족과 함께, 어떤 방식으로 즐기든 간에 맘에 드는 영화 한 편을 보는 것은 나에게 있어 일상의 작은 부분이다.
얼마 전, 친구와 나는 약 2달 동안의 길고도 짧았던 ‘겨울 방학’과 잠시 작별 인사를 했다. 다시 학교에 가야 한다는 생각과 유독 추웠던 겨울에 지친 나머지 기분 전환도 할 겸 우리는 영화 한 편을 보러 가기로 했다. 우울한 마음을 달래 줄 상큼한 영화를 찾아보다가 잔잔하면서도 사계절의 시골 풍경을 아름답게 담아 내 관객들의 ‘힐링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는 ‘리틀 포레스트’라는 영화를 보기로 했다.
이 영화는 일본 영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이지만 우리나라만의 시골 풍경과 농경 문화 및 식문화를 잘 그려내어 호평을 받는 작품이었다. 실제로 영화가 그려낸 사계절에 따라 변하는 시골의 풍경과 자연의 섭리에 따라 농사를 지으며 자신들의 생계를 이어가는 농부들의 모습은 그저 낭만적으로만 보였다. 그 모습에 지금이라도 당장 시골 할머니 댁에 내려가서 도시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농촌의 고즈넉함을 마음껏 느끼고 싶었고, 농사를 지으면서 도시와는 전혀 다르게 바쁜 일상을 지내보고 싶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농사를 지어 직접 자연에서 수확한 재료들을 통해 맛도 있고 건강한 밥상을 차려 먹는 장면이 내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빠져들게 되는 장면이었다. 배가 고픈 상태로 간 나머지 영화를 보는 두 시간은 어마어마한 고문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마냥 밝은 것은 아니었다. 소소하고 평화로운 배경 뒤에 우리나라 청년들의 취업 및 실업 문제의 실상도 이 영화는 그려내고 있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도 잘 보여주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직장인, 취업 준비생, 그리고 취직을 했다가 직장 스트레스에 과감하게 사표를 쓰고 나와 농부가 된 청년들이다. 이 청년들은 유년 시절을 같이 보냈던 고향 시골에 모여 각박하기만 한 사회와 자신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기도 하고, 서로 힘이 되어 주기도 하며 상처를 치유해 나간다.
특히 취업 준비생인 주인공 ‘혜원’은 서울에 상경했다가 취업 시험에 떨어지고 제대로 된 밥 한 끼도 못 먹는 자신의 생활에 너무나도 지친 나머지, 무작정 고향인 시골로 내려온다. 아등바등 아르바이트부터 취업 준비까지 힘겹게 도시 생활을 했지만 얻은 것은 없고 눈에 보이는 건 바쁜 삶에 치이고 있는 자신의 모습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녀는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바쁘게 살아온 자신의 지난 날들을 돌이켜 보면서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삶의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다. 영화 끝까지 그녀는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지만, 영화의 시작과 다르게 영화의 마지막에서 그녀는 밝게 웃으며 그녀만의 ‘봄’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모습이 이제 대학을 졸업하게 되면 마주하게 될 나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이유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시골의 전원적인 풍경에 취하다가도 현실의 어두운 면을 담아낸 장면들을 보다 보니 그 씁쓸함은 배로 느껴졌다. 또한, 이러한 장면들의 명암이 뚜렷하게 대비가 되면서 밝은 장면은 더 밝게, 어두운 장면은 더 어둡게 보여 영화의 몰입도가 더 높아졌다. 마치 이 영화를 보면서 꿈과 현실을 넘나들며 안정과 긴장의 사이를 왔다 갔다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영화관을 나오자마자, 나는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으로 청년 실업률을 검색했다. 실제로 통계청 결과를 보면 현재 20~29세 청년 고용률은 작년 12월 기준 57.1%에 불과하고 15~29세 청년 전체 실업률은 9.9%로 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이를 본 후 나는 또 무의식적으로 한숨을 내쉬면서 씁쓸한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덕분에 각박한 현실의 상황을 제대로 직시하고 한 대 얻어맞은 듯했다. 하지만 마냥 우울하지는 않았다. 영화 속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시골 풍경도 풍경이지만, 영화 속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지금 이 시대의 모든 청춘은 다 같이 열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다시 보았기 때문이다. 나만 힘들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모든 청춘에게 지금 이 사회는 풀지 못할 수수께끼일 것이다. 따라서 이 영화는 청춘들이 아픔을 느끼고, 이겨 나가는 그 과정을 공유하며 그 안에서 자신들의 삶의 방향을 나름대로 찾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게 되었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