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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Jun 29. 2018

또다시 계획하고 있을 당신에게

작심삼일(作心三日): `지어먹은 마음이 사흘을 못 간다'와 같은 말.



매년 1월 초, 매 학기 초, 수많은 계획과 결심이 난무한다. 주로 많이 하는 결심들이라면 이런 것들이 있겠다.


살 빼야지!
일주일에 책 한 권씩 읽어야지!
열심히 공부해서 등수 올려야지!


애초에 우리가 계획을 세울 때 지키지 못할 결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살 뺄 거야!"라고 말하면서도 계속해서 입은 달콤하고 짭조름한 간식들로 채워진다. "책 읽어야지!"라면서도 도서관 및 서점이 집에서 너무 멀리 있거나, 왠지 모르게 읽을 만한 책도 없고 좀처럼 아무도 책을 추천해주지 않아서 책도 못 읽는다. "열심히 공부해야지!"하면서도 열심히는 상대적인 거니까 내가 오늘 풀이한 문제들이랑, 정리한 노트들을 보니까 "오늘은 나름 열심히 공부한 것 같아"라며 합리화를 하기 마련이다. 의지박약은 절대 아닌데, 시간이 부족하거나 개인적인 사정이 있거나 기타 등등의 이유로 본의 아니게 작심삼일이 되어버리고 만다. 상황이 나를 도와주지 못한다. 애초에 삼일이나 결심을 지켰다면 굉장히 잘 해냈다고 생각한다. 삼일 뿐일지라도 지켜낸 우리 모두에게 박수를.



'전지적 참견 시점'이라고 하는 관찰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연예인, 이영자는 힘들 때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지켜내며 슬럼프를 극복한다고 한다. 본의 아니게 이분의 슬럼프 극복 방법을 교양 강의시간에 쓰게 되었다.


개강한 3월 2일, 교수님은 한 달짜리 과제를 내주셨다.

"30일 도전을 짜서 달성하세요. 한 달 후에는 그 도전을 주제로 발표시킬 겁니다."


어떻게든 달성할 수 있는 도전, 한 달 동안 지킬 수 있는 도전, 하지만 의미도 있어야 하는 도전을 선정해야 했다. 책걸상을 둥글게 모아놓고는 자신의 도전 주제를 밝힐 때 교수님이 이런 얘길 하셨다.

"지키지도 못할 계획, 하면 좋겠지만 그다지 하고 싶지 않은 계획을 세우니까 지키지 못하는 거예요. 도전을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까요? 지금 매일매일 하고 있는 일을 목표로 세우면 돼요."


학우들의 '학교 끝나고 헬스장 들리기', '다이어트 식단으로 생활하기', '매일매일 30분 이상 공부하기'등의 계획을 듣고 미간을 찌푸리며 하신 말씀이다.  이후 1:1 피드백을 받은 뒤에 선정한 도전들은 '매일 술 마시기'처럼 참신한 도전도 있었고 '매일 5보 이상 걷기', '하루 한 끼 이상 챙겨 먹기' 등 살아있다면 어떻게든 지킬 것 같은 도전들도 있었다. 나 또한 역시 어쨌거나 30일 동안 꼭 지킬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했다.



트라우마로 뇌리에 박힌 말이 있다. 선배 하나가 "잘하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나는 이 말이 "열심히 말고 잘해. 네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어떤 노력을 쏟아부었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안 궁금해. 그냥 내가 만족할만한 성과 있는 결과를 가져와."라고 들렸다. 열심히 임한 나의 노력이 저 한마디로 인해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것 같았다. 세상이 모두 과정보다 결과를 더 우선시하는 사람들로만 있어 보이고, 내게 그럴듯한 결과를 요구하는 것 같았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선정한 주제는 "매일 한 번 이상 시계 보기"였다. 어쨌거나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계획. 매일매일 지켜서 "성공"이라는 아웃풋을 가져다줄 것 같은 그런 계획.


그 후 30일 뒤에 있을 도전과제 발표를 위해 시계 보기라는 도전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우선 휴대폰 배경화면에 뜨는 시간을 24시간제로 바꿨다. 적어도 30일 후에는 17시를 오후 5시이고, 20시를 오후 8시라고 읽는 데에 빨라지지 않을까? (오전, 오후로 읽는 게 너무 익숙한 사람이라서 24시간제로 시계를 읽고 싶었다.) 그리고 차지 않던 손목시계를 찾아서는 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아날로그시계를 보는 것도 익숙해지지 않을까?


30일 도전과제는 성공했다. 3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시계를 봤다. 생각해보면 시계를 보는 행위 자체는 원래부터 매일매일 하는 일이었다. 이 수업이 언제 끝나나, 점심시간이 언제 오려나, 내가 지금부터 몇 시간을 잘 수 있나 계산을 할 때도 시계를 봤다. 다만 도전과제를 진행하면서 시계를 보는 순간순간마다 "아, 나 도전과제 진행 중이었지"하고 인식하게 된 달까. 시계를 보는 순간순간 의미를 부여하게 됐다.


그렇게 어쨌거나 30일 도전은 성공했다. 의미 부여한 도전의 의미와 도전의 성공 실패 여부를 밝히는 발표날이 왔다. 다른 사람들의 발표를 들으며 느낀 점은, 사소한 도전일지라도 성공하면 자존감을 높여주는구나, 거창한 과제를 해내는 것은 힘들지만 적어도 꾸준히 끈기 있게 일 하나를 맡아온 나에게 잘 했다고 칭찬해 줄 수 있겠구나 였다. 잘하지는 못해도 나는 꾸준하고 성실하게 하겠다는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줄 수 있었다.



거창한 도전은 부담을 준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하기 어렵다. 하고 싶은 도전, 하기 쉬운 도전부터 차근차근 해보자. 무리하지 말고 지킬 수 있는 도전부터 시작해보자. 나는 30일 동안 무언가를 꾸준히 지킬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다음부터 차근차근 할 수 있고 의미도 있는 일을 찾아 계획을 세워보자.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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