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드캠퍼스 Oct 01. 2018

너희들이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 이유

대학생이기에 누릴 수 있었던 것들

어느덧 벌써 10월 초가 되었다. 고등학교 3학년이였던 나를 돌이켜보면 지금이 가장 무기력한 때였다. 영원히 안 볼 것만 같던 수능이 이제 막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대학원서를 작성한 것만으로 입시는 끝난 것 같았다. 공부를 한다고 해서 오를 것 같지도 않고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몰랐었다. 예비 고3 때 독서실 자리 앞에 적어 두었던 나의 목표조차도 흐지부지 되고 꼭 대학을 가야하나 싶던 시기였다. 이 글을 읽는 고등학교 3학년인 너희들도 나의 고3때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제목과 모순되는 말이지만, 너희가 내 글을 읽고 위로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조금이나마 내가 느꼈던 대학생활의 즐거움을 글을 통해 간접적이나마 전해주고 싶다. 


# 배우고 싶었던 학문 공부하기 

전공 적합성은 정말 중요하다. 대학 간판만 보고 들어와서 전공과 맞지 않아서 힘들어하고, 원하는 학과에 입학했지만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힘들어하는 내 고등학교 친구들을 보면 난 정말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원하는 학과 5개와 부모님이 원하는 학과 1개로 수시 지원을 했는데, 내가 원하는 학과는 전부 다 떨어져서 강제로 부모님이 원하는 학과로 진학했다. 재수 생각도 했지만, 난 더 이상 끔찍했던 1년을 잘할 자신이 없어서 맘에 안 들면 편입이나 전과를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입학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전공 공부가 정말 재미있었다. 처음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더 이상 싫어하는 수학을 안 배워도 된다는 거였다. 솔직히 고등학생 때는 원하지 않은 과목도 들어야 하고 내가 싫어하는 과목조차 잘 해야만 하니까 힘들었다. 내가 잘하는 과목을 1등급 맞으면 뭐할까, 싫어하는 과목 5등급을 받으면 말짱 도루묵인데. 


[가장 기억에 남는 과목]  

개인적으로 ‘현대사회와 심리학’라는 과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솔직히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고를 수 있는 교양과목들 중에 가장 관심있는 과목을 선택하면 항상 내가 생각했던 것과 방향성이 달라서 실망한 적이 꽤 있었다. 아니면 내용은 좋은데 교수님의 강의 전달능력이 아쉬웠던 적도 있었다. ‘현대사회와 심리학’ 역시 교수님의 강의 전달력이 좋지 않아서 호불호가 꽤 갈리는 과목이었고 시험범위가 굉장히 광범위한데도 불구하고 문제가 세부적으로 나와서 공부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여러분이 어떤 대학을 가던지 간에, 심리학 강의는 꼭 들었으면 좋겠다. 심리학 하면 왠지 다른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 보고 행동을 분석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건 심리학의 경지에 오른 사람도 함부로 알 수 없는 영역이다. 나는 심리학 강의를 들으면서 내 자신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다. 가끔씩 우리는 자신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어떤 심리인지조차 잘 모르고 살아간다. 내 마음을 내가 모르다니 참 아이러니 하지만 항상 바쁘게 살다보니 내 자신을 제대로 마주보고 살았던 적은 없던 것 같다. 매번 강의를 들으면서 깨달은 점이 있는 건 아니다. 수업시간에는 그저 편하게 강의를 들었다. 교수님이 이론을 설명하고 예시를 들어주면 나의 경험과 접목시킬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내가 심리학 강의를 들으면서 나 자신에 대해 솔직해질 수 있었던 건 기말고사 대체 레포트 때문이었다. 한 학기 동안 배운 심리학 이론 중 하나를 가지고 나의 경험과 엮어서 서술하는 주제였다. 솔직하게 내면을 담을수록 학점을 잘 주신다고 하였기에 정말 오랜 시간동안 깊은 고민을 한 끝에 작성했다. 레포트를 작성하면서 나는 내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정리할 수 있었다. 내 자신과 대화를 하면서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하고 싶어하는지 나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의미 있던 시간이었고 부끄럽지만 레포트를 쓰면서 울기도 한 것 같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무의식 속 깊이 숨겨왔던 나를 만나서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숨겨왔던 수치를 이겨내고 가장 성장할 수 있었던 과목이었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요즘은 조금 변해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대학은 가야지 취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대학에 진학한다. 본래 대학은 학문을 정진하고 수양하는 곳으로 정말 배우고 공부하려고 오는 곳이다. 고등학교 때는 전체적으로 사실로 증명된 상식을 배운다는 느낌이라면, 대학은 가설과 사실, 그리고 학문의 앞으로의 방향성 등을 배운다. 즉, 좀 더 자세한 이론들과 실제 학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배운다. 나는 대학에 와서 배움의 즐거움을 느꼈다. 흥미로운 과목만 들을 수 있고, 그 과목 내에서 현재 논란 거리인 가설들을 들으면서 ‘아, 나도 그런 연구에 참여해서 가설을 증명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다. 본인이 정말로 흥미가 있는 학과에 입학하고 배우는 걸 좋아한다면, 분명히 대학은 너희들에게 좋은 기회를 줄 것이다.  

# 대학생활의 꽃, 동아리: 밴드부

내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가장 기억에 남을 추억은 동아리일 듯하다. 대학교에는 정말 수많은 동아리가 있다. 정식 동아리 외에도 소모임으로 간단하게 뜻이 맞는 소수끼리 모여서 원하는 활동을 할 수도 있다. 연극, 뮤지컬, 바둑, 보드게임, 흑백사진 촬영, 신문부, 댄스, 스키, 스노우보드, 오케스트라, 클래식 기타, 아카펠라 등등 고등학교보다 훨씬 스케일이 크다. 그 중에서 나는 밴드 동아리를 소개하려 한다.


[소심한 내가 밴드부에 도전한 이유]

나는 소심해서 고등학교 때 공연동아리를 단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 어떤 거라도 공연은 꼭 하고 싶었지만 남을 앞에 서면 떨리고, 자신감도 떨어져서 못했는데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니까 그게 정말 후회가 됐었다. 대학교 때도 이젠 정말 마지막으로 학교생활을 하는 건데, 부끄럽다는 생각으로 우물쭈물하다가 놓쳐서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대학생 때는 공연동아리를 꼭 하나 들고 싶었는데, 오케스트라는 인원이 많아서 나를 돋보일 수 없었고, 몸치라서 댄스부도 들어갈 수 없었다. 어떤 동아리를 들어가야할까 고민 하는 와중에 새내기 새로 배움터에서 밴드부가 공연하는 모습을 봤다. 그 당시 지금도 굉장히 또라이라고 소문난 선배가 공연을 했었는데, 신나게 관중들에게 맥주 뿌리면서 놀던 모습을 보고 그냥 딱 밴드부에 들어가고 싶다는 느낌이 왔었다.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없어서 보컬로 들어가려고 지원했다가 오디션을 보고 떨어졌다. 오디션 떨어져서 그만둘 법도 했지만 왜 인지 꼭 들어가고 싶어서 일렉기타로 들어갔다. 20년 인생에서 기타한번 잡아본 적도 없으면서 공연 한번 해보겠다는 패기로 시작했다. 


[험난한 일렉기타의 길]

 보컬을 제외하고 일렉기타, 베이스, 키보드, 드럼은 대부분이 처음 악기를 다루는 거라 신입 부원들은 전부 여름방학 때 합숙을 통해 선배들에게 악기 다루는 방법을 배운다. 나는 원래 보컬을 하고 싶었는데 떨어져서 일렉기타로 들어간 거라 처음부터 재미없었다. 중고기타도 10만원씩이나 되고 얼마나 비싼지 원. 기타의 기본적인 이론도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고, 외울 코드는 왜 이렇게 많은지, 정말 머리가 아팠다. 기타의 줄도 ‘빗자루 쓸 듯’ 피크로 잘 쳐야한다며 어떤 날은 제일 쉬운 c코드를 잡고 하루 종일 기타를 부드럽게 치는 방법만 배웠다. 한달 동안 매일매일 8시간을 악착같이 연습하고 2학기 때 공연에 처음 섰다. 물론 첫 공연은 그렇게 연습해도 실수투성이에 후회만 잔뜩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공연은 하고 나면 후회만 남는 것 같다. 아니면 기타의 길은 다른 악기보다 멀고 험난해서 그런 건지, 열심히 연습해도 쉽게 늘지 않는다. 그래도 기타를 친지 햇수로 2년째인 지금, 나의 몇 안되는 취미에 일렉 기타가 있다. 처음부터 관심있던 세션을 들어간 건 아니지만, 배울수록 기타의 매력은 참 끝도 없는 것 같다. 공연 한번 하고 나면 기타 치는 여자 정말 멋있다며 잘 봤다는 말들을 듣고 밴드부 참 잘 들어왔다고 생각한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싸우기도 많이 싸우지만 그만큼 추억도 쌓고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다. 나는 가장 친한 대학교 친구들도 동아리 친구들이고, 나중에 졸업하고 나서도 가장 추억에 남는 활동은 무대에서 공연한 기억들일 것 같다. 물론 공연준비도 하고 학점도 챙기느라 정말 죽을 것 같이 바쁜 시절도 있지만 지나고 나니까 그렇게 힘들었기 때문에 더 애틋한 감정이 드는 것 같다. 밴드부가 있는 고등학교도 있겠지만 과연 대학 밴드부처럼 퀄리티가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퀄리티를 떠나서 더 ‘밴드답다.’ 대학 근처에 있는 술집을 통째로 빌려서 공연도 하고 음식과 술을 마시면서 노는 진짜 밴드를 느낄 수 있다. 술 뿌리면서 뛰어노는 작은 축제 속의 주인공이 되는 것만큼 신나는 일이 없다. 공연 동아리에 들어가고 싶지만 망설여 진다면 일단 무조건 들어가라. 너의 마지막 학교생활이다. 동아리뿐만 아니라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졸업할 때 후회하지 않도록 무조건 경험하면 좋겠다. 


 돌이켜보면 나도 고등학생 때 수능을 잘 볼 자신이 없어서, 내가 뭘 해야하는지도 몰라서 무조건 도망가려고 했던 것 같다. 대학을 굳이 갈 필요 없다는 근거를 가져와서 부모님을 설득해본 적도 있지만 결국 나도 수능을 보고 대학을 왔다. 이제 겨우 대학 생활을 2년 정도 했지만 대학교에 온 걸 한번도 후회한 적 없다. 대학교에 와서 나는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었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나는 너희들이 대학와서 많은 것을 경험했으면 좋겠다. 동아리든, 대외활동이든, 여행이든 간에 학생으로서 마지막으로 다 겪어봤으면 좋겠다. 앞으로 50일도 채 남지 않은 기간동안 ‘내가 왜 대학을 가겠다고 결심했을까’하고 목표를 다시 상기시키고, 대학가서 어떤 것들을 하고 싶은지 버켓리스트를 작성하면 남은 기간이 좀 더 덜 벅차지 않을까? 모쪼록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남은 시간을 후회 없게 보내길 바란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금손들 다 모여라! '종합손물세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