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인 더 트랩, 청춘 시대, 연애 플레이 리스트. 모두 대학 생활의 로망을 자극하는 드라마들입니다. 이미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저조차도 이 드라마들을 보면서 다시 한번 대학 생활에 로망을 가지곤 했습니다. “대학교 가면 살 빠진다.”, ”대학교 가면 애인 생긴다.”, “대학교 가면 하고 싶은 것 다 할 수 있다.” 고등학생이라면 선생님, 부모님 등 어른들께 지겹도록 들었을 말들입니다. 뻔하고 진부한 것을 알면서도 계속 믿게 되는 힘이 있는 말이죠. 그중에서 제일 매력적인 말은 “대학교 가면 하고 싶은 것 다 할 수 있다.”는 말일 것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대학교에 가면….이라는 수많은 가정 하에 많은 로망을 가지고 대학에 진학 한 제가 실제로 대학 생활을 하며 느낀 것들에 대해 말해보고자 합니다.
고등학생 당시 저에게 대학 진학은 “시작”이라기보다는 “끝”에 가까웠습니다. 대학교 “입학”이라는 것보다 고등학교 “졸업”이라는 데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 것입니다. 대학교에 가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기 시작한 선배들, 밝고 희망찬 캠퍼스의 모습을 보여주는 드라마 그리고 항상 대학교의 장점만을 이야기하는 어른들까지. 이렇다 보니 당시 저에게 대학은 지금의 힘든 고등학생 시절을 끝낼 수 있는 길로 비춰졌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공부를 하는 큰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지금 공부를 해서 대학에 진학하면 모든 고생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것이 있었습니다. 대학생이 되면 매일매일이 할 일 없음의 연속일 수 있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고등학생 때는 이렇듯 ‘할 일 없는’ 시간이 가지고 싶어 열심히 공부했지만 정작 그 상황이 되어보니 느껴지는 감정은 행복함이라기보다는 당황스러움이었습니다.
“대학교에 가면 하고 싶은 것 다 할 수 있다.”는 말에 힘을 얻고 열심히 공부했지만 정작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없었던 것입니다. 새내기 시절에는 처음으로 주어진 자유가 마냥 좋아서 진짜 하고 싶은 것에 대한 고민 없이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생 때 열심히 공부한 보람이 있구나.’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행복감은 그 이후의 생활까지 전부 지탱해 줄 수 있는 단단한 행복이 아니었습니다. 처음 마주한 자유, 새롭게 만나게 되는 사람들, 새로운 환경에 둘러 쌓여 매일매일이 새롭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처음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때의 새로움은 점차 익숙함으로 바뀌었습니다. 대학교에 가면 더 이상 고등학교 때처럼 치열하게 노력하지 않아도 새로운 일들이 많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제야 주변 사람들은 “그렇지만은 않다.”라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서야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무엇’은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가, 어떤 삶을 살 것인가 등의 경쟁적인 고민이 아니었습니다. 나의 하루하루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당황스럽고 한편으로는 어이없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다른 무엇도 아닌 일상생활을 채우기 위해 고민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은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서 등교하고 짜인 시간표대로 공부해왔기 때문에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들입니다. 따라서 대학생이 되어도, 새내기 시절이 지나도 당연하게 매일 할 일이 있고 새로운 일이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고민을 미룰수록 점점 침대에서 하루 종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을 왔다 갔다 하며 흘려보내는 시간만 늘어갔습니다. 할 일이 없어 여유롭고 행복할 줄 알았던 시간들이 오히려 무기력함으로 다가온 것입니다.
이렇게 ‘나’라는 사람에 대한 기준 없이 맹목적으로 달려오다 보니 상황에, 환경에, 주변인에 끊임없이 휘둘리며 시간은 흘러갔습니다. 아직도 지금 하는 일은 무엇을 위한 일인지, 그렇다면 내일은 또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찾는 것은 어색하고 어렵습니다. 대학생이 된 지 4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 시점에 멈추어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고등학생 때는 ‘일단 대학에 가기만 하면 이런 고민은 나중에 해도 되겠지.’, ‘지금 당장은 모르겠지만 대학생이 되면 찾아지겠지. 일단 공부하자.’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대학을 목표로 두고 공부하는 것이 큰 동기부여가 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확실히 대학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저도 이제는 그 어떤 일도 저절로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없어도 해야 하는 일은 늘 있었던 고등학교와 달리 대학교에서는 하고 싶은 일이 없으니 해야 하는 일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를 다니며 눈 앞의 내신 시험, 매 달 있는 모의고사 등에 치여 공부만 하는 것도 벅차게 느껴질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거창하게 내가 무엇이 될 것인지 등에 대한 것이 아니라 소소하게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행동을 할 때 행복한지에 대한 고민일지라도 말입니다. 지금은 이런저런 말들과 시험들, 주변 환경에 치여 와 닿지 않을 것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나에 대해 고민하고 나를 알아가는 것은 그 어떤 시험문제를 푸는 것보다도 헷갈리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입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은 저와 같이 이리저리 휘둘리다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갈피를 못 잡고 이리저리 흔들릴 때 내 삶을 지탱해 주는 것은 그 무엇도 아닌 ‘단단하고 굳건한 나’ 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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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