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8
오랜만에 앉은 책상에서 단연코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것은 책상치우기가 아닐까 싶다.
이렇게 지저분하고 더러웠던가. 미루고 미루던 책상을 정리하며 그동안의 흔적들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나 명확하게 말해준다.
나는 학창 시절부터 오늘의 해야 할 일을 적어놓고 끝까지 한 기억이 많지 않다.
하루는 두 개만 써놓고 지켜보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에이 설마 두 개는 지키겠지 했는데.
세상에나! 그중에 한 개만 지켰던 날!
나란 사람 도대체 끈기가 있기나 한 걸까 의심이 되기 시작했다.
그 오랜 역사에는
쓰다 만 다이어리 수백 개. (쓰다 말지만 다이어리 쓰고 끄적이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친구에게 같이 배우자고 하고는 내가 먼저 중도에 그만둔 프랑스 자수.
대바늘로 양말을 떠보겠다며 필요한 준비물만 사놓고 처박아둔 실과 대바늘.
네 잎클로버 떠보겠다며 몇 군데를 돌고 돌아 찾은 다이소 품절대란 초록실.
하필 취미가 손으로 하는 것들 중 실이 많아서 서랍이 넘치고 정리도 안되고 정말 난감하다.
이런 취미 정도는 귀엽기라도 하지.
1차 시험만 합격하고 포기한 자격증이 두 개나 된다. 자격증이라는 공신력 있는 포기역사도 있으니 포기의 대명사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나는 또다시 시작해 본다.
이쯤 되면 매번 다시 시작하는 나를 칭찬하는 편이 나란 사람을 데리고 살기 편할 것 같다.
오늘도 나란 사람을 다독이며 시작해 본다.
9월도 끝나가는 지금 이 순간 뜬금없이 새로 장만한 수백 번째 다이어리.
그리고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