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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Aug 12. 2021

행복해서 웃는 걸까, 웃어서 행복한 걸까

Feat. 표정 관리



   마스크를 쓰지 않았던 재작년 말쯤이었던 걸로 기억납니다.

 근무하던 직장에 취재 요청이 들어와 우연히 촬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컷을 찍는다고 하더군요. 그냥 자연스럽게 있는 모습을 스케치한다길래 평소 하던 대로 행동했습니다. 나름 잘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며칠 뒤 촬영 기사가 보내준 편집 컷을 보고 충격에 빠졌죠.


 '이 무표정한 여인네는 누구인가.' 경직된 표정의 제 모습이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그 사진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아, 내가 평소에 이런 표정이었다니!



 저는 평소에도 웃을 때와 무표정일 때의 차이가 심한 편입니다. 

무표정일때는 차가워 보인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 편이구요. 생각하는 그대로가 표정에 다 드러나서, 마음 갈 때는 웃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웃지 않았습니다.


 그 간의 사회생활 역시 그리 녹록지 않았는지라 경직된 표정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이상한 프레임을 혼자 만들기도 했습니다. 왠지 웃으면 만만하게 볼 것 같고, 일이 힘들지 않고 널널한 것처럼 비치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생각을 했었죠. 아무도 그러라고 하지 않았지만 혼자 세상의 고민과 근심은 다 짊어지고 있는 것마냥 경직되어 있고 딱딱한 얼굴 표정을 장착했습니다. 그러면 더 열심히 고심해서 일하고 있구나 인정해 주지 않을까 생각했죠. 멋모르던 신입 시절엔 괜히 만만해 보일까 봐 날을 세운 것도 있었구요. 나름의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었노라고 변명하고 싶지만.. 얼토당토않은 부질없는 핑계였습니다. 






 우리는 흔히 '웃을 일이 없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웃을 일'을 판단하는 것도 참으로 주관적인 영역입니다. 같은 상황에서 누군가는 울지만 누군가는 힘 내보자는 취지로 웃을 수 있거든요. 사실 생각해보면 웃을 일이 많아서 웃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표정이 늘 밝고 환한 사람을 보면 그냥 어떤 상황에서건 디폴트가 웃는 얼굴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실제로 운도 많이 따르기도 하구요. 


 결국 항상 웃는다는 건 기본적으로 삶을 긍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웃지 않는다는 건 기본적으로 삶에 대해 방어적이거나 부정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거구요. 실제로 해보니 그렇더군요.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자주 웃는 만큼 행복해지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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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입꼬리를 싸악 위로 한번 올려보시겠어요?

느낌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기분이 나아지는 걸 느끼실 겁니다. 굳이 하하호호 박장대소를 하지 않아도 입꼬리를 올리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어느 정도 나아집니다(실제 연구결과에서도 입증이 되어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더더군다나 웃을 일이 없어지는 요즘,

마스크 속에서라도 스스로를 위해 웃어보는 건 어떨까요?

조금이나마 나아지는 기분을 마주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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