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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Aug 14. 2024

한 지붕 아래 느끼는 소외감

#8. 소속감 없는 회사



 정현은 계약직 사원이다. 처음부터 계약직으로 입사하려던 건 아니었다. 취업 준비 초반에는 정규직 채용에만 입사 지원 했었다. 하지만 그럴듯한 스펙이 없어서인지 줄줄이 낙방했고 가뭄에 콩 나듯 뜨는 정규직 채용만 바라보기는 불안했다. 주변에 하나둘씩 취업하는 친구들에 위기감이 엄습했고, 중고 신입이 요즘 트렌드라는 주변 조언에 따라, 인턴이든 계약직이든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지원했다. 그리고 그중 운 좋게 최종면접까지 합격한 지금의 회사에 계약직 사원으로 입사했다. 


 팀원 8명 중에 그녀만이 유일한 계약직이다. 팀 사람들은 모두 친절하다. 물어보면 잘 알려주고, 도움을 청하면 도와주기도 하고. 눈에 띄는 차별은 딱히 느끼지 못한다. 정작 그녀가 차별을 실감할 때는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이다. 얼마 전 인사평가 시즌에 성과평가서 작성하라는 인사팀 메일을 그녀만 받지 못했다. 정규 평가기간 내의 대상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 달 전 명절에 상여금을 받았다고 좋아하는 직원들 사이에서 그녀는 웃지 못했다. 계약직은 상여금 수령 대상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상여금으로 무얼 할 거냐는 질문에 대상자가 아니라고 하자, 몰랐다며 멋쩍게 웃던 동료 얼굴이 기억난다. 한 지붕 아래 같은 일을 하는데 입사 경로가 다르다는 이유로 행해지는 은근한 차별이 시간이 흘러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오늘은 새로 부임한 부사장이 팀에 인사 오는 날이다. 다들 분주하게 부사장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약속된 시간보다 늦게 도착한 부사장, 팀장은 일렬로 쭉 늘어선 직원들을 한 명씩 소개한다. 


"여기는 오 차장, 일 잘하기로 유명하지요. 

그리고 여기는 김 과장, 이번에 승진했습니다. 

그리고 여기는......"


 팀원 한 명 한 명 소개하는 팀장과 허허 웃으며 악수를 건네는 부사장. 이제 마지막으로 서 있던 정현의 차례다. 어쩐지 일렬로 같이 서도 될까 싶어 엉거주춤 뒤로 물러서 있던 참이었다. 

 애매하게 라인에서 벗어나 있는데, 부사장과 그녀의 눈이 마주쳤다. 부사장이 팀장에게 먼저 묻는다.


"여기도 우리 직원인가?"


팀장은 잠시 멈칫하고는 말을 잇는다.


"아.. 네, 작년에 입사한 계약직 사원입니다. 김정현 씨, 인사드려요."

"안녕하세요, 김정현입니다."


부사장은 정현에게 가볍게 악수를 청하며 말한다.

"그래요, 열심히 해주세요~"


 별 말 없던 다른 직원에게와 달리 자신에게만 열심히 해달라는 말이 무슨 의미일지 정현은 한참 곱씹어 본다. 사무실을 한 번 휙 둘러본 뒤 부사장이 떠나고, 직원들은 한참 그에 대한 이야기로 수다를 떤다. 인상이 어떻다는 둥, 말투가 어떻다는 둥, 사진과 실물이 다르다는 둥 화기애애하게 이야기 꽃 피운다. 

 화제는 자연스럽게 다음번 인사발령으로 흐른다. 다들 어디로 이동하게 될지 걱정이라는 말에서, 문득 정현은 그때도 자신이 여기 남아있을 수 있을지 생각한다.   


 정현은 깔깔대는 동료들 사이에서 스윽 빠져나와, 불 꺼진 탕비실로 향한다.





직장생활은 왜 힘든 걸까?



#. 소속감 없는 회사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지만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근무형태가 다수와 다를 경우에 특히 그렇습니다. 정규직 사이의 계약직이거나, 소수의 다른 직군으로 근무할 경우에 소외감을 느끼게 됩니다. 혼자만 이너 서클이 아닌 외부에 있다고 여겨지는 경우인 거죠. 

 다 같은 처지라면 상황이 불만족스럽더라도 좀 나을 텐데, 그게 아니라면 상대적인 소외감을 느끼게 됩니다. 혼자 외딴섬에 떨어져 있는 것 같고, 다들 아는 주제를 공감하기 어렵다거나 내용을 공유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거죠.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이 실감 나기도 합니다. 프리랜서가 아니라 직장에 적을 두고 있는데 소속감이 없다는 것은 상대적인 허탈감을 줍니다. 원래 개인주의적인 분위기이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느끼는 소외감은 더 견디기 힘듭니다. 일하면서도 동기부여를 갖기 어렵고, 업무 하면서도 무언가를 구성원과 함께 만들어간다는 느낌보다는, 외따로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들지요.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인지라 지속적으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면, 애사심이 낮아져서 회사 생활에도 회의감이 들게 됩니다. 퇴사 생각도 스멀스멀 떠오르게 되고요. 


 결국, 외부 환경을 바꾸기 어렵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마인드 컨트롤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직장은 일하러 온 곳이므로, 여기서 필요한 것만 취하자는 생각으로 기대치를 낮추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누가 뭐래든) 그냥 my way'하는 것! 

어쩌면 유일한 해결책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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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비슷한 경험이 있으시거나, 대처했던 좋은 방법이 있다면 댓글로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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