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나에게 남겨준 연서(3.22)
내가 생사를 오가는 동안 가장 많은 슬픔을 느낀 사람은 당연히 문여사일 것이다
8남매의 막내딸이 나를 만나 1995년 결혼한 다음 해부터 10년 동안의 해외생활을 마치고, 나와 두딸을 우즈베키스탄에 두고 홀로 귀국하였을때 친정 가족들의 시선이 곱지는 않았다
지금도 연로하시지만 홍성에서 여생을 보내고 계신 장모님께서 '부부는 같이 모여 살아야 하는데..' 하는 아쉬운 심정 말씀을 뒤로하고,
2010년부터 나는 첫째와 둘째를 데리고 해외생활을 이어 나갔으며 문여사는 서울에서 2012년에 첫째, 2013년에는 둘째가 고2를 마치고 귀국하는 걸 기다렸다가 강남 학원 근처에 집을 얻어 대학진학을 준비하게 되었다
그 이후에도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아빠 없이 첫째와 둘째가 대학 졸업 후 취업할 때까지 뒷바라지하며 혼자 고생했을 문여사를 생각하면 고마움이 앞선다
* 아래는 사고를 당하여 정신을 잃고 침대에 누워있던 기간 중 문여사가 나에게 보내준 카톡 메시지임
3.22(수) 첫 카톡 기록
여보 오늘에야 정신이 드네!
당신은 3월 15일 오전 10시경 입원을 했어 나는 서울시간 20시에 퇴근 후 집에서 연락을 받았고
너무 급하게 비행기 예약을 하고 리스본에 3월 17일(금) 22시경 도착
18일(토) 내 목소리를 듣더니 눈을 1/3을 떴고 애들과 아주버님을 알아봤어
손끝 발끝을 움직여서 너무 좋아 눈물도 안 났어!
19일(일) 아무리 불러도 눈을 안 뜨고 답답했지만 약물 때문이라 생각하고 슬프게 돌아섰어
20일(월) '여보 나 왔어'라는 소리에 눈을 번쩍 떴는데 눈동자가 뿌옇지 않고 또렸했어 너무 기뻐 엉엉 울었지
당신도 알아듣고 이해하는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살짝 보였고, 농담을 할 때 입가에 미소도 한번 보였어
아주버님이 화요일 떠나는데 좋은 모습 봐서 너무 좋아했고
21일(화) 13시 비행기로 가시고 우린 공항카페에서 기다리다 2시 면회
어제보다 몸에 힘이 더 붙었고 팔을 올리고 다리를 펴고 몸을 옆으로 돌리려고 했어 당신 너무 기쁘고 고맙고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