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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도 Aug 02. 2024

뇌출혈, 생과사를 헤매는 동안의 가슴 아픈 기록(9)

그녀가 나에게 보내준 연서(4.1, 4.2, 4.3)

4.1(토) 그녀의 카톡 기록


오늘은 내가 본 중에서 당신 모습이 최고였어!


얼굴도 머리도 깨끗하고 좋았어!


나를 보더니 이쁜 아줌마라 하고 둘째를 보더니 이쁜 아가씨라 했어! 


나중에는 알아보고 안아주고 많이 사랑한다고도 말해 줬지!


이만큼 회복해 줘서 당신 고맙고 아마 4월 15일 정도면 한국에 갈 거 같아!


남은 시간 행복하게 살자!


당신 면회 다녀오고 회복되어서 기분 좋은 날은 이렇게 공원을 두 바퀴씩 돌아!! 


오늘도 기분 좋아서 두 바퀴 돌고 7시 20분에 들어왔어!


우리 가족과 함께하다 2021.10 우리 곁을 떠나간 수니


오늘 도와주시는 분이 오셔서 당신 한국귀임 관련 설명해 주고 가셨어!


공상 처리에 대해서는 한국 가면 내가 바로 알아봐야 할 것 같아!


공상과 일반 질병휴직의 차이가 아주 큰 거 같아!


당신이 일어나서 해야 가장 정확할 건데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하려니 걱정이 많아!




4.2(일) 그녀의 카톡 기록


여보! 


오늘은 당신이 의자에 앉은 모습을 처음 봤어! 


너무 기뻐서 옷도 안 갈아입고 톡을 남기네.


낮에 자고 밤에 잠을 안 자서 간호사들이 힘들대 그리고 혼자 말을 많이 한데! 


나랑 같이 자전거 타자! 강화 가서 같이 살자 했고 오늘 수수료 300만 원 계약 잡았다 하니 등도 토닥여 줬어! 


담당 선생님이 다녀 간지 오랜데 얼른 전화해서 당신 입원했다고 알려 주라고 하네! 


아마 기억이 전혀 없는 거 같아!


마누라가 그동안 옆에 없었다고 밉다 하네!


당신 입원하고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같이 짧지만 30분이나 1시간 만져주고 뽀해주고 수없이 많은 얘기를 해도 반응도 하지 않는 당신 귀에 대고 말했어! 


오늘은 밖에 나가고 싶어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해서 밖에 나가는데 30분 이상 응가하려 시도했지만 안되고 


그냥 나와 대화 많이 했어 ㅋㅋ 


그런 장난스러운 당신 모습이 정말 귀여웠어!


삐삐를 간호사가 보려 하자 옷으로 싹 숨기고 스마일 하는 것도 보였어 ㅎㅎ 넘 사랑스러워 그 표정!


오래 기억할 수 있게 큰애 친구들이 남겨 준 그림

마지막 나오는 길에 강화 아버님 얘기를 묻기에 몇 년 전 돌아가셨다 했더니 엉엉 소리 내서 울었어!! 


당신 기억은 다 있지 않고 말을 하면 기억을 떠올리는 거 같아!


그래도 우리를 알아보고 표현을 하고 마누라가 풀데이 필요하다고 간호사에게 말할 수 있는 이 상태가 기적이야! 


아주 많이 사랑해 여보!!   점점 좋아지는 모습이 보이지?? 


나는 이제 남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하면 평안하고 흐뭇하게 살까를 생각해! 


여보!! 오늘은 당신 앉은 기념으로 냉동실에 있는 잡채 해 먹었어! 


그리고 국수도 양념장 만들어 비볐어!


당신이 알뜰하게 준비해 둔 음식 하나도 버리지 않고 고마운 마음으로 먹고 있다는 거 보여 주는 거야!


당신과 같이 먹어야 되는데 당신 있을 때 이러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리네!


당신 건강해져서 나오면 마누라가 맛있는 거 많이 만들어 줄게.


이제는 내가 당신을 위해서 살아야지!! 




4.3(월) 그녀의 카톡 기록


여보!! 


오늘은 당신이 깜짝 놀랄 만큼 좋아졌어!


의자 휠체어를 타고 응접실에 나와서 둘째와 같이 면회했어!


수녀님이 어젯밤 세 번 오셨고 당신 병실에 십자가를 걸어 주셨고 이제 와서 미안하다 하셨대!


그래서인지 어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오늘 당신 기억력이 좋았고, 


가져간 칫솔에 치약도 엄청 힘 있게 잘 짠 다음에 혀의 눌어붙은 백태를 다 벗겨 내려는 듯 세 번이나 양치를 했어!!


또 한국 병원 예약을 도와줄 수 없고 직접 해야 한다고 하니 


"프로끼리 왜 이래!! ㅋㅋ" 했다고 전하라 하면서!


우리 많이 도와준 분 결혼 걱정도 하고, 앞으로 살아갈 걱정도 하고. 열심히 재활하겠다 약속도 하고, 


강화에서 펜션 하자는 약속도 하고, 기억이 돌아오니 벌써 욕심이 나기 시작하나 봐!! 


당신 옛날 모습 돌아오니 너무 좋다!!


장난도 치고 마누라가 음악 들려주니 눈물도 흘렸어 고마워 당신!


기분 좋아서 공원 다섯 바퀴는 돌 수 있을 거 같은데 오늘은 늦어서 못 할거 같아!!


면회도 오래 했고 이삿짐 정리해서 아침부터 고단하네! 

아직도 마음 한쪽에 남아 숨 쉬고 있는 수니

의사 선생님이 내일이나 모래정도에 당신 퇴원 일정을 정해 줄 거야!


오늘 나가고 싶다고 자꾸 말하는데 오늘은 위험해!


그리고 한국 가더라도 병원으로 바로 가야 해, 


당신 회복하는 게 기분 좋아서 오늘은 떡국떡으로 떡볶이를 만들었어!


당신이 쌓아둔 음식 아까워 버리지 않고 깨끗하게 다 비우고 있어!!


당신에게 해줬어야 되는데 미안한 마음이 많아요!! 


이렇게 준비해 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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