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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도 Aug 16. 2024

뇌출혈, 생과사를 헤매는 동안의 가슴 아픈 기록(11)

그녀가 나에게 보내준 연서(4.5, 4.6)

4.5(수) 그녀의 카톡 기록


여보! 오늘은 당신 점심도 같이 했고 대화도 많이 했어! 


매일매일 좋아지고 있어 참으로 감사하고 고마워!


당신 침대옆에 후리지아 꽂아 주고, 양치도 해 주고 응가도 잘했어!


이제 다리에 조금만 힘이 붙으면 아프기 전처럼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을 것 같아!


조금만 더 힘내고 절대 절망하지 말고 그냥 그러려니 현실을 받아들여!


나는 아팠고 지금도 아프고 앞으로도 조심해야 되고 그리고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고 편안하게 살 것이다!


그러면 돼!!


한발 물러서 관망하는 자세!! 


나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러려니 그렇구나 그럴 수도 있구나 그런 마음!! 


당신 잠든 모습도 아이처럼 예쁘네! 



아무 걱정하지 마!!  내가 아껴주고 사랑해 줄게!!


(ㄱ러셔)

(내가 여심히 해볼게) - 이때쯤 정신을 차렸는지 처음 카톡 답장을 했지만 제대로 타이핑이 되지 않음




4.6(목) 그녀의 카톡 기록


여보 힘내요!!


아이들과 행복할 미래만 남았으니 어서 일어나야지 생각하고, 누워서도 발목 펴고 접고 무릎 접고 펴고 운동해요! 


밤에는 자야 해!! 뇌 휴식시간이 저녁이야!


저녁에 잠을 안 자고 폰을 하면서 깨어 있다 보니 낮에 더 피곤해하는 게 마음이 쓰이네. 



한 번 더 메일 발송해 달라고 병원에 푸시했어,  그 메디컬 리포트만 나오면 이송업체 예약할 거야 


오늘 이삿짐 견적했고 지하창고 물건들도 올렸어! 


내가 어서 빼내줄게! 나랑 같이 한국 가자! 혼자 둬서 미안해!!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야! 예민하면 당신 머리에 안 좋아!


답답하게 여기서 며칠 더 살아야 한다 생각하자! 


마누라 믿어요 곧 같이 한국 갈게!! 


응 여보! 이제 집 도착했어. 주위분들이 반찬들 챙겨 주셨네 내일 가져갈게!! 


* 3.15 필드에서 쓰러진 후, 약 20일 후인 4.5부터 조금씩 정신이 돌아 왔지만 당시 상황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아 문여사가 보내 준 카톡 기록을 보며 당시를 회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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