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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흑역사와 실패담도 성장의 스캐폴딩

제목: 달무티 & 체육 운동회 & 공개수업

by adhdcafe

<초2adhd일기 2023년 6월 15일_달무티>

다 같이 보드게임 할 때는 선생님 말을 듣고 해야 된다.
혼자 할 때는 내맘대로 해도 된다.
<초2adhd일기 2023년 6월 17일_체육 운동회>

화요일날 체육에서 운동회 나간다. 운동장에서 한다. 술래잡기를 9시부터 12시5분까지 한다.
첫번째 공으로 높은 의자 밑 안에 있는 숫자 주황콘 3개 던지기
두번째 훌라후프 돌리기
세번째 높이 뛰어서 양파깡 과자 따먹기
세가지 시합
화요일 9시 체육
목요일 11시15분 체육
금요일 10시30분 체육
<초2adhd일기 2023년 6월 19일_6월19일 공개수업>

승0이 엄마랑 도0이 엄마랑 도율이 아빠까지 왔다.
내일 9시에 체육있다.
목요일은 3 4교시 2시간 연속해서 한다.
금요일도 3 4교시 80분 연속해서 한다.
이번주가 바로 공개수업이다. 엄마 아빠들까지 다 오신다. 엄마 아빠 보러 오신다.
가야금 시간에 2시35분부터 수업 끝날 때까지 쉬는시간이이다.
공 던저기 시합한다.
<초2adhd일기 2023년 6월 24일_체육>

금요일 4교시 체육 1교시 국어 2교시 수학 3교시 통합 4교시 체육
이렇게 과목이 된다. 대신 5교시는 없다.
화 수 목 5교시 월 금 4교시
2시간 연속해서 채육 있다.
재미있는 과목이 채육이다.
체육에서 콘 쓰러뜨리기도 하고
체육에서 높이 뛰기도 했다.
심지어 술래잡기도 했다.
<초2adhd일기 2023년 6월 16일_공개수업>

6월23일 공개수업
화요일날은 체육에서 컬링과 주황콘 3개 쓰러뜨리기 한다.
공개수업때 다른 엄마 아빠는 맨날 오는 엄마 아빠도 있다.
쉬는 시간도 있다.
목요일 3교시 4교시 2시간 연결해서 체육
방학때 권0희 선생님이 안 나오신다.
집에서 쉬고 싶거나
아니면 학교 안 나온다.

오늘은 도서관 봉사 첫날이다. 작년까지 6년 동안 이 초등학교에서 도서관 코디네이터 봉사를 해오셨던 선배맘이 오셨다. 그녀는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부터 시작해서 작년에 중학교 입학을 할 때까지 그 긴 시간을 매주마다 이곳에서 섬겨오셨다. 한결같음. 꾸준함. 이러한 성품은 내가 추구하는 성품의 일면이기 때문에 존경스럽고 배울 게 많았다.


책 정리하기, 청소하기, 대출반납하기 등등. 이곳의 담당 선생님은 담임을 맡고 있어서 자체적으로 도서관 관리가 되기를 바라실 것이다. 이 작은 도서관 섬김에 무슨 인수인계가 필요할까마는 그녀는 이곳의 책들을 아이처럼, 여기서 책 읽는 어린이들을 당신의 자녀처럼 여겨오신 것이 그녀가 가르쳐주는 곳곳에서 느껴진다. 내 아이는 초3이고 내가 과연 몇 년을 근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일단 시작을 했다.


결혼 전까지 전문도서관 사서였다. 자료 DB 팀장이라지만 도서관 운영 전 과정을 셀프로 처리해야 했다. 수서-분류-정리, 서고관리 등. 그 일에 사명감도 있고 자부심도 있었으나 결혼 후 모든 것이 중단되었다. 이제 돌아갈 수 없는 어떤 공간과 캐리어에 대한 허전함이 아주 오래도록 지속되었다. 그렇게 한 해, 두 해 그리고 십 년이 흘러서 이제 모두 포기가 되고 어떤 여운으로만 남아있다.


이 도서관에 오니 다시 그때의 기분 중 일부가 살아온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도서관에서 일하고 싶다. 호수가 느리지만 않았던들 나는 아마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을 것이다. 호수 덕분에 다른 세계가 보였고 지금은 그 발달 관련, 장애 관련, 상담 관련 공부를 하고 있다. 장애, 경계선, 비장애 모두가 행복한 세상으로, 지금보다 the better world로 나아가면 좋겠는데,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1학기가 지나고 이 해가 지나고 나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점심시간에 초2 아이들 몇몇이 와서 책을 빌렸다. 만화풍의 책인데, 연체가 되어 있어서 대출 도서를 반납한 후에 새 책을 빌려가도록 지도했다. "대출 기간이 일주일이야"라고 매번 상기시켜 주라는 이 도서관 선배님이 조언을 따라 대출작업을 해주었다.


호수를 괴롭히던 선배 한 명은 이곳에서 일하는 호수네 엄마를 보고 공손하게 인사한다. 이 아이에게 동네 도서관 어린이 모임, 동네 바자회에서도 가능하면 하나라도 더 퍼주려 했었다. 그 선배 아이에게 호수의 뇌와 기질에 대해 이해해 달라고 하기는 어렵다. 다만 내가 호수 엄마이고 내 아이를 괴롭히는 아이도 그저 초등학생일 뿐이다, 성숙한 사고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이 아줌마가 너에게 마음을 열고 있단다. 그냥 호수도 노력하고 있으니까 있는 그대로 오래 그냥 봐주길... 그런 엄마의 속마음 욕심일까!


나태주 시인의 말을 조금 수정해서, 우리 아들은 말이야. 아주 오래 보아야 호수의 고운 마음이 쬐끔 보일락말락할거야~!


이제 첫 도서관 봉사니까 앞으로도 숱한 날들이 남아 있고 또 아이들이란 조금은 비밀스럽고 조금은 진솔한 세계를 배워할 수 있을 것이다. 이태껏 살아보니 경험 중에는 헛된 것은 없는 것 같다. 흑역사와 실패마저도 깨달음을 준다. 그 모든 경험을 통해 성장시키고 다뤄가시는 주님이 계신다. 그리하여 이 작은 인생은 더 칼라풀하고, 더 다이내믹하고, 더 가치로워지고, 더 향기로워질 것이다.





P. S.

사진의 맨 앞 정중앙에 있는 주택의 별채에 3년 살았네요. 그곳에서 큰둥이는 초등 저학년 시절을 보냈고, 막둥이는 병설유치원 시절을 보냈고, 엄마는 40대 후반기 시절을 보냈네요.


오늘부로 초2까지 정리했어요. 아들은 초4가 되었습니다. 초1부터 쓰기 시작하여, 여전히 매일 하교 후 일기라기는 좀 그렇고 컴퓨터에 매일의 일기록을 남기는 데일리 루틴을 지속하고 있어요. 혼자 보기 아까워서 매거진 형식을 빌어서 펴냈는데 언제까지 쓰게 될는지 모르겠어요. 아들의 기록들은 오타 그대로 두었고, 부족한 엄마의 생각들도 덧붙입니다. 힘겨운 날에 풋내나는 아들의 기록은 언젠가 제본해서 아들에게 선물해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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