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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더 나은 행동을 할 수 있어"

방향성을 제시하는 말

by ADHDLAB Jan 27. 2025

2주 전 바다가 동생과 말다툼을 하다 화가 났습니다.

분이 풀리지 않던 '바다'는 발버둥을 치다 발 뒤꿈치로 세탁실로 이어지는 나무 문을 쾅 차버렸는데요.

그만...문이 깨졌습니다.


'아. 일이 커졌다.'

'저 문 집주인에게 배상해야겠네. 돈 아까워'

'문은 왜 이리 약한가.'

'남편이 이거 보고 화내면 안 되는데'

수많은 생각에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답답함에 한숨도 나왔습니다.


아 그런데요...

전 아이의 감정폭발을 여러 번 겪으며 터득한 노하우가 있습니다.

아이가 화를 내다 물건을 파손하는 일이 생겼을 때 

저는 딱 한 가지만 생각합니다.

'감정 조절'


아이의 감정이 이미 선을 넘었기 때문에

아이가 더 이상의 부정적 결과를 맞이하지 않도록

즉, 아이가 더 심한 행동을 하지 않고 여기서 그칠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것입니다. 

나머지 일들은 그다음에 대화로 풀어도 충분하다는 걸 경험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화가 나 있는 아이 앞에서 조목조목 지적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화가 나 있는 아이는 귀가 닫혀 있더라고요.

조목조목 말해봐야 아이의 화만 돋우게 될 뿐

아이는 듣지 못하고

결국 제가 원하는 결과는 요원해집니다.


특히 아이가 화를 내며 물건을 파손했을 때

대화의 이슈가 물건 파손으로 옮겨가는 걸 경계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경우 대화의 주제가 아이의 감정조절에서 책임소재 따지기로 넘어가기 쉬워요.

아이와 부모 양쪽 모두 대화의 원래 목표를 잊어버리고 좌초하게 됩니다. 


일단 감정조절에 집중하고 감정이 진정된 뒤 

나머지 일들을 대화로 해결하는 게 

아이의 행동 교정과 성장에 도움이 됩니다.



아이가 발뒤꿈치로 문에 구멍을 낸 뒤부터

제가 아이에게 한 말은


"화났고 억울한 거 엄마도 알겠어.

그런데 네가 진정해야 엄마랑 대화할 수 있어.

진정할 수 있어. 엄마는 기다릴 거야."


그리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아이 곁에 있어줍니다.

단, 제 감정이 동요되지 않을 만큼의 거리를 둡니다.


너무 심하면 등 돌리고 있기도 하고

옆 방으로 이동할 때도 있습니다.


화난 아이를 진정시키고 대화하는 건

에너지를 참 많이 쓰이는 일이에요.

먼저 제 감정이 동요되지 않도록 저를 보호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날 저녁.

아이와 단둘이 앉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엄마는 문이 깨져서 놀랐어"라며 말을 시작했어요. 


"응 나도 놀랐어"

"아무리 화가 나도 물건을 깨면 안 되는 거잖아."

"응 엄마 나도 그 문이 깨질 줄은 몰랐어"

"응. 몰랐을 거 같아. 엄마도 깨질 줄 몰랐어. 화나서 물건 깨면 나중에 후회된다 그랬잖아?"

"응 후회가 되지"

"그래. 엄마는 바다가 더 나은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니 안에는 더 나은 행동을 할 힘이 있어. 엄마가 도와줄 거야. 다음엔 더 나아질 거야. 화가 나더라도 최소한 물건을 던지거나 부수지는 말자. 할 수 있겠지?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잖아."

"그렇지 많이 좋아졌지."

"응 그래 힘내자 우리"




부모의 역할 중 하나는

아이가 실수나 잘못을 하더라도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것.

아이와 대화를 통해

지금 하는 노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

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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