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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아이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로 했다

“내 기분은 내가 정한다”

by ADHDLAB Mar 15. 2025

화와 짜증이 많은 … 감정조절이 어려운 ADHD 아이를 키우며 매일 고비를 넘고 있어요.

 

아이가 초등 5~6학년이 되면서 감정폭발이 많이 줄었고 감정조절 기능이 좋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일상에서 자잘한 감정조절을 어려워합니다.

물이 양껏 담겨 있는 작은 주전자가 거센 불 위에서 펄펄 끓는 걸 매일 보는 느낌이랄까요.

뚜껑이 들썩들썩 언제 끓어 넘칠지 위태위태합니다.


이 아이가 언제 짜증을 낼지 모르기 때문에 늘 저는 긴장 상태이고

아이가 짜증 낼 것 같은 상황이 벌어지기만 해도

뇌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왈칵 분비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또…’ ‘또 시작이구나 ‘

혈관에 진한 스트레스 호르몬이 퍼지는 느낌이 들면

기분이 나빠지고 맙니다.

 

매일매일 벌어지는 일상 속에서

전 제가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어느 누구도 의도하지 않은 폭력입니다.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참 가혹하게 느껴졌고 저 스스로가 안쓰러웠습니다.

엄마이기에 책임져야 하고, 엄마이기에 감당해야 할 몫이 참 무겁더라고요.

감정조절이 어려운 ADHD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사는 것은 이런 일이었습니다.


매일 가장 마음이 힘든 시간대는 저녁 7~8시입니다.

하교하고 집에 온 아이와 유튜브 시청을 두고 티격태격하느라, 계획된 숙제를 시키느라, 생각대로 일이 되지 않아 짜증이 난 아이를 견디느라, 아이의 안 좋은 행동을 애써 무시하느라, 아이가 요청한 놀이를 함께 놀아주느라, 저녁을 차리고 치우느라 에너지를 쓰고 나면

늘 저녁 7~8시쯤 마음에 피곤이 몰려옵니다.

정작 아이가 가장 싫어하는 공부를 봐줘야 하는 시간에, 아이가 가장 크게 화를 내는 시간에 제 마음은 이미 지쳐있곤 했습니다.



인내심이 바닥나면 아이의 감정에 더 잘 휘둘렸던 것 같습니다.

아이의 감정기복에 맞추어 제 기분이 널 뛰듯 오르락내리락했습니다.

엄마가 되기 전 저는 비교적 혼자서 기분 좋게 담담하게 잘 지내는 사람이었는데,

어느새 아이의 기분에 따라 내 기분이 좌우되어 버리는 사람으로 변했습니다.

내 통제범위 밖인 ‘아이의 기분’에 종속되어 버린 거죠.

이 취약성 때문에 제가 힘들었다는 게 오랜 시간 고민 끝에 내린 ‘결론’입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수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기분 상태에 따라

또는, 배우자, 가족의 기분 상태에 따라 자신의 감정에 영향을 받고 있죠.

우리는 모두 관계에서 나의 의미를 찾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다른 사람의 감정과 기분에 영향을 받는 게 당연합니다.

그러나 과하면 문제입니다.

저는 그게 과했습니다. 그래서 중심을 찾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두 번째 질문으로 나아갔습니다.


다른 사람의 감정과 기분에 따라 내 기분이 널 뛰는 걸 막는 방법은 무얼까.

고맙게도 어느 날 답을 찾았고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편안보다 더 나아간 평화라고 불러도 될 것 같은 안정감이 느껴졌습니다..

옆에서 아이가 아무리 짜증을 내도, 화를 내도, 갈라지는 목소리로 크게 소리 질러도. 발을 굴러도. 연필을 던져도.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을 방법을 알게 됐습니다.


그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는데.

2가지로 좁혀집니다.

첫 번째.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요소는 흘려버린다.

두 번째. 내 기분은 내가 결정한다.


두 가지 원칙을 깨달은 지 며칠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아이가 짜증이 났습니다. 짜증의 말이 제 귀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스스로 짜증이 나서 부정적인 말을 내뱉는 아이 근처에 함께 있어주되. 심리적으로 아이와 저를 분리했습니다.

그리고 제 기분이 얽히지 않도록 제게 주문을 걸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내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내가 나에게 어떻게 해줄까. 이 짜증은 아이의 짜증이지 나의 짜증이 아니다. 내 마음이 영향받지 않도록 옆에 가만히 있어주되 나는 내가 하던 일을 지속하자.”


신기하게도 이 말의 힘이 컸습니다.

내 마음을 지키기 위해 할 것을 고민해 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했습니다.

제가 저를 스스로 지킨다는 생각 덕분인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의외로 제가 스스로에게 해줄 것이 많다는 걸 알았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튼다든지, 조금 더 재미있는 책을 읽는다든지, 마당에 나가 산책을 한다든지, 다른 방에 잠시 들어가 있는다든지, 다이어리에 짧은 일기를 쓴다든지 등등.  

감정에 얽혀 소진되던 에너지를 절약해 내가 스스로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하는 데 쓸 수 있었고,

그 효과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최근 읽은 책에서 어떤 힘든 상황을 겪든지

내가 스스로 통제하며 해낼 수 있는 작은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자기 효능감을 느낄 수 있다는 문구를 읽었습니다.

아이와의 관계가 힘들 때마다 제가 스스로에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며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게 저를 사랑하며 아끼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며 아이도 스스로 깨닫는 것이 생길 것이라 기대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반복하며 아이도 조금씩 성장할 것이라 믿습니다.

아이의 옆에서 지지해 주기 위해 저도 마음 건강하게 스스로를 지켜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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