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의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시작은 곧 난관에 부딪혔다. 다양한 카드뉴스를 기획하고 제작했다. 문제는 ‘만들기만 했다’는 점이다. 우리를 알리는 일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이 딱 우리 상황이었다. 다른 회사들을 위한 영업 도구를 만드는 데는 능숙했지만, 정작 우리 브랜드를 홍보하고 활용하는 방법에는 서툴렀다. 단지 만들어놓고 “그들이 우릴 찾아오겠지”라고 생각했던 건 큰 착각이었다.
그래서 홍보 수단으로 인스타그램부터 시작했다. 계정을 개설하고 콘텐츠를 하나씩 올리는 과정은 나름 재미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좋아요’와 ‘팔로워’였다. 알고리즘을 타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그 방법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누군가 "다른 사람들의 인스타그램에 가서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라"라고 조언했다. 이걸 "전단지 돌리는 거"라고 표현했다. 다른 사람의 계정을 돌아다녀라. 그리고 공감의 말을 하고 좋아요를 누르고 팔로워를 걸어라. 그렇게 활동을 활발히 해야 한다. 전단지 한 번 돌려본 적 없고, 타인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내 성격에 이 작업은 정말 쉽지 않았다. 그래도 어쩌겠나. 해야 했기에 억지로라도 했다.
직원 세 명이 아침, 점심, 저녁으로 나누어 하루에 30명씩 팔로우를 걸었다. 하루에 100명을 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좋아요는 수시로 계정을 들락거리며 눌렀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활동을 하면 계정이 차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번이나 계정이 차단된 적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이걸 왜 하고 있나?"라는 회의감이 들었지만, 정해진 규칙을 지키며 꾸준히 활동하려 애썼다.
그렇게 노력한 끝에 1,000명의 팔로워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시키는 대로 했더니 정말로 팔로워가 늘었다. 하지만 본업에 치여 SNS 운영은 점점 뒷전으로 밀렸다. 콘텐츠 제작이 본업이 아닌 부수적인 업무였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은 약 2,000명 선에서 팔로워 수가 멈춰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SNS는 이제 가끔 생각날 때만 들여다보는 공간이 되었지만, 예약 기능 덕분에 그나마 팔로워를 유지하고 있다. SNS 운영은 여전히 어렵고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때때로 이런 작은 성취가 큰 힘이 되기도 한다.
SNS, 아날로그 디자이너에게 낯선 세계
광고와 편집 디자인 그리고 콘텐츠 제작 업무는 오랜 전문 분야라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기반으로 SNS를 운영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블로그 등 온라인 매체를 공부하며 유튜브와 관련 서적을 참고해 하나씩 배워나갔다. 그러던 중 대한토지신탁이라는 회사의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약 1년간 운영하게 되었다. 지금은 그들이 내가 만들어 준 틀을 그대로 유지하며 다른 업체에서 운영 중이다. 아쉽지만 귀중한 경험을 했다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나는 MBTI가 INTP다. 전형적인 INTP성향을 가지고 있다.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사고를 중시하는 성향이라 인간관계나 감정적인 소통에 서툴다. 팔로워를 늘리기 위해 소통하거나, 타인의 자랑 글에 "좋겠어요"라는 댓글을 다는 건 나에게 큰 도전이었다. 심지어 "좋아요"를 누르는 단순한 행동조차 의미를 분석하며 고민 끝에 누를 정도였다. 그나마 인스타그램은 비교적 쉽게 적응했지만, 페이스북은 훨씬 어려웠다. 감정적이고 공감 중심의 소통 방식이 낯설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은 한 몸이다. 하기 싫어도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선 운영해야 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두 플랫폼을 연동했고, 지금은 가끔 게시물을 공유하는 정도로 페이스북을 운영 중이다.
뜻밖의 불청객, 로맨스 스캠을 아시나요?
서서히 SNS에 적응해 가던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외국인으로부터 친구 신청이 들어온 것이다. 시골에서 상경한 촌뜨기처럼 마냥 신기했다. 평소 같았으면 별 관심 없이 지나쳤을 메시지였지만, 그날은 덜컥 수락했다. 아마도 소통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었을 것이다. 외국인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영어 실력이 조금이나마 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어릴 적 해외 펜팔 친구와 주고받았던 편지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래서 별다른 의심 없이 수락했다.
그 후, 페이스북 메신저로 상대가 말을 걸어왔다. 어설프게 번역된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왔는데, 그 어색함이 나름 재미있었다. 며칠 동안 드문드문 메신저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상대는 자신이 아프가니스탄에서 UN 파견 근무 중이며, 부인과 사별했고 딸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립다"는 이야기를 반복했다.
대화가 이어질수록 동정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느껴졌다. 그래서 어쩌라는 건지. 그러다 갑자기 한국에 오면 안내를 해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나는 “남편과 함께 안내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한참 뒤, 그 외국인으로부터 “괜찮다”는 메시지가 왔다. 뭐야, 필요하면 해준다니까 대체 뭐가 괜찮다는 거야? 그저 무심히 넘겨버렸었다.
며칠 후 또 다른 외국인의 친구 신청이 들어왔다. 이번엔 수단에 파견 나갔다는 사람이다. "이렇게 외국인 친구 신청이 많을 수 있나" 싶었지만 무심히수락했다. 그런데이 사람 역시 비슷한 패턴이다. 번역기를 돌린 듯한 어색한 한국말로 말을 걸고, 사별한 부인과 그리운 딸 이야기를 꺼냈다. 대체 뭐지? 네이버에 "아프가니스탄, 외국인 친구"를 검색했더니 "로맨스 스캠"이라는 사기 수법이 나왔다. 알고 보니 이런 수법으로 접근해 돈이나 금품을 요구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난다고 한다. 실제로 큰 액수 사기를 당한 사례도 있었다.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SNS를 통해 이런 불청객을 만난 사람이 꽤 되는 것 같다. 돌이켜보면 나에겐 다소 우스운 해프닝이었지만,이런 사기 수법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많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누구나 쉽게 걸릴 수 있는 일이었다. 적극적인 소통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냥 생긴 대로 사는 게 답인 것도 있다. 이런 이야기를 남편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공유했다. 글쎄 이런 사람들이 있어! 일부는 알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했다. 세상에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거나 속이는 방법이 이렇게나 다양하다.
그 이후로는 외국인 메시지나 친구 신청은 무조건 무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비즈니스와 관련된 DM까지 놓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SNS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았다. 세상에는 예상치 못한 복병이 곳곳에 숨어 있다. 넘어야 할 허들도 끊임없이 등장한다. 설마 나만 그러나?
내 속도에 맞춰 디지털세계를 즐기기도 합니다.
SNS는 나에게 여전히 빠르고 낯설며 어렵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익혀야 할 도구다. 중요한 것은 적당히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깊이 빠지지 않는 균형이 필요하다.
그래서 브런치 스토리에서는 '좋아요'에 연연하지 않는다. 이곳은 나에게 편안한 공간이다. 내가 먼저 다가가지 않아도 누군가 와서 좋아요를 눌러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쁘다. 내 글을 읽고 공감했다는 증거처럼 느껴진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의 수많은 의미 없는 좋아요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나 또한 의미 없는 좋아요는 누르지 않는다. 내가 읽고 동감한 글, 고개를 끄덕이게 하거나 나도 모르게 끝까지 읽게 된 글에만 좋아요를 누른다. 나름대로 각 플랫폼을 특성에 맞춰 유연하게 활용하고 있다.
디지털 세상에 적응하는 건 여전히 만만치 않지만, 이 빠른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필수 코스라고 생각한다. 한 발짝씩 내딛다 보니, 로맨스 스캠 같은 사기 기사도 찾아보고 덕분에 여러 가지 정보를 알게 됐다. 물론, 굳이 겪지 않아도 되는 경험이었지만, "이런 건 절대 당하지 맙시다!"라고 누군가에게 경고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생겼으니, 나쁘지만은 않은 경험이었다.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이란 없다는 게 내 지론이다. 결국, 그 경험 덕분에 이렇게 에피소드 하나를 건졌으니 말이다. 다만, 다음번에는 좀 더 멋지고 근사한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길 바라본다.
기억하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새로운 도전에 머뭇거리지 말자. 세상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오늘은 오랜만에 재택근무하던 팀장이 출근한 날이었다. 유난히도 바빴던 요즘. 수고한 모두를 위해 김포 고촌에 있는 장어구이집에서 점심을 함께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이렇게 함께 고민하고, 같이 움직일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성공한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