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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주 Dec 04. 2024

부딪쳐야 알 수 있는 것들

26년을 한 우물을 파며 살아왔다. 이제 올해를 마무리하면 27년 차에 접어든다. 그 긴 시간 동안 같은 길을 걸어왔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대견하다. 어느새 내년이면 반백 살이다. 참 오래도 일했다. 첫발을 내디딘 건 맥킨토시 초기 모델을 다루며 디자인을 배울 때였다. 지금은 실용성과 가성비 때문에 PC를 주로 사용하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세상도, 일도 참 많이 변했다.


쿽 익스프레스가 인디자인으로 대체되고, 어도비 프로그램을 구독하는 시대가 되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했고, 세상도 어느새 이렇게 변했다. 나는 그 변화에 적응하며 한결같이 디자인을 해왔다. 스스로를 돌아보면, 고인 물이 되지 않으려고 부단히 도 노력했다.  때로는 삐걱거리고 때로는 맞지 않아 난리도 났지만, 결국 함께 조화를 이루며 여기까지 왔다.




올봄에 퇴사한 직원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요즘 면접을 보고 있다. 어떤 사람과 함께하게 될지 모르지만, 기준은 진취적이고 소통이 편안한 사람이다. 물론 능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배려하고 받아들일 줄 모르는 사람과는 일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어떤 일에든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물론 면접 자리에서 상대방에 대해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그저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면접을 본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딱 "이 사람이다"는 느낌이 온다. 결국 함께 부딪히며 알아가야 하고 맞춰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작은 회사에서 한 사람의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도전이다. 하나하나 가르치면서 가끔은 "차라리 내가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하지만 이 또한 내가 감당해야 할 도전 중 하나다. 12월 한 달 동안 열심히 만나보고, 내년 1월부터 함께할 인연을 찾고 있다. 누가 함께하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처음부터 완벽할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어떤 일이든, 어떤 사람이든, 실제로 해봐야 알게 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오랜 시간 일을 해왔지만,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았던 것은 아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우고, 경험을 통해 성장해 왔다. 내가 걸어온 길처럼, 함께 성장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과 인연이 닿길 바란다. 그런 사람이 우리 팀과 함께라면, 그 어떤 도전도 함께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오랫동안 같은 일을 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대표가 되고 나서는 모든 것이 도전이었다. 부가세를 일 년에 세 번 납부하고 법인세까지 정리하면서 "열심히 벌어서 나라에 세금 내는 게 나의 일인가" 싶을 때도 있었다. 작은 회사의 대표는 모든 일에 손을 직접 대야 한다. 어렸을 때 용돈 기입장도 제대로 쓰지 않았던 내가 이제는 회사의 지출을 꼼꼼히 정리하며 살고 있다. 디자인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 이 애물단지 같은 회사를 맡은 지도 해가 지나면 5년 차가 된다. 바람이 있다면, 회사가 번창하여 노후를 위한 든든한 파이프라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욕심을 부려본다.


내가 디자인을 시작한 건 아날로그 시대부터였다. 회사의 로고, 상품 브랜드 디자인, 카탈로그, 브로슈어 등 인쇄물을 주로 다뤘다. 30년 전에는 충무로가 인쇄의 중심지였다. 지금처럼 클라우드나 웹하드를 사용하지 않고 데이터를 출력소에 갔다 주기 위해 외장하드를 들고 뛰어다녔다. 그런 내가 디지털 시대에서도 여전히 디자인을 하고 있다. 모자란 것은 사이버대학에 다니며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블로그를 배우며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려 노력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처럼, 하나씩 배워가며 광고주와 계약을 맺었던 적이 있다. 역량이 부족한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긴장 속에서 클라이언트와 미팅을 하곤 했다. 미팅이 끝나고 회사로 돌아오면, 몰랐던 부분을 채우기 위해 책이나 영상을 찾아보며 배움을 이어갔다. 그리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했다. 블로그 스킨 디자인과 포스팅 작업 같은 익숙한 분야에 집중하며 하나씩 결과를 만들어갔다. 단순히 작업을 끝내는 데 그치지 않고, 광고주의 요구를 이해하며 온라인에 적합한 방식으로 디자인을 다듬어나갔다. 이렇게 경험을 쌓아가며 우리는 온라인 디자인 작업에서도 조금씩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알게 되었다. 블로그는 단순히 디자인만 잘해서 되는 일이 아니었다. 고품질로 평가받기 위해 필요한 블로그 지수 관리, 키워드 유입 전략 등 전문적인 접근 방식이 요구되었다. 이 과정에서 블로그 운영이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는 점을 실감했다. 블로그 운영은 우리가 잘하는 일과는 거리가 멀었다. 전문가와 협업을 하거나, 인력을 충원해야만 했다.


고민 끝에 우리는 요즘은 이렇게 말한다.

"블로그 운영해 드립니다"라는 말 대신에 "블로그를 운영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부딪쳐보고 실패하며 얻은 중요한 우리의 방향성이었다.




일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아직은 성공하지 못한 경험도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다. 첫 뉴스레터 발행 경험은 한양대학교 의과대학과의 협업으로 이어졌다. 의학 학술 내용을 전국의 의사들에게 뉴스레터로 발행하는 일이었다. 여기까지는 이전의 경험으로 수월했지만, 카카오톡 알림톡 발송이라는 새로운 업무도 그 과정에서 배워야 했다. 알림톡 발송을 위해 심의를 받고, 썸네일 규격에 맞춘 디자인을 만드는 등 또 한 번 새로운 과정을 거쳤다. 중요한 것은 부딪쳐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결국 배우면서 해결해 나가야 했다.


요즘 많은 기업과 개인이 카카오톡을 고객 소통의 주요 채널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알림톡은 광고성이 아닌 정보성 메시지를 전화번호만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는 반드시 알아야 할 절차와 규정들이 있다. 내가 직접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알림톡 발송의 프로세스와 효과적인 활용 방법을 정리해 보았다.


알림톡은 관공서, 기업, 병원 등이 예약 확인, 배송 안내, 결제 알림 같은 정보를 전달하는 데 활용되며, 광고성 메시지는 전송할 수 없다. 반드시 카카오톡 공식 파트너사를 통해 심의를 통과해야 하며, 발송 대상, 목적, 내용이 명확해야 한다.


심의 준비 과정에서는 메시지와 썸네일 이미지를 규격에 맞게 구성해야 하고, 파트너사와 원활한 소통이 중요하다. 심의를 통과한 후에는 발송 테스트를 통해 내용과 이미지를 점검하고 수정 사항을 반영해야 한다. 발송 결제 시에는 전달 실패로 비용만 차감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모든 과정을 경험으로 배웠다. 혹시 알림톡 기획이 있다면 참고하시길.




디자인과 관련된 모든 작업은 결국 '배움과 적응의 연속'이다. 특히 알림톡처럼 새로운 영역을 접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처음엔 생소하고 까다로워 보였던 작업도 하나씩 부딪치고 배우며 진행하다 보면 익숙해진다. 나아가 회사의 경쟁력이 되기도 한다. 파워포인트 작업만 봐도 그렇다. 처음엔 단순히 사무용 프로그램으로만 여겼지만, 이제는 제안서, 회사 소개서, 상품 소개서, 300페이지가 넘는 교육자료까지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디자인은 시각, 광고, 공예 등 여러 분야로 나뉘지만, 공통적으로 다루는 툴이 있다. 일러스트나 포토샵 같은 툴들은 기본으로 조금씩 다룰 줄 안다. 그 외에는 전문 분야에 맞는 프로그램들을 다양하게 사용한다. 최근에는 광고주들의 요구에 따라 파워포인트 작업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단순한 보고서를 넘어 디자인적 완성도가 요구되는 작업들이 늘어나면서, 우리 역시 새로운 툴을 익히고 활용해야만 했다.


알림톡 작업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복잡하고 생소했지만, 심의 과정부터 발송 테스트까지 하나씩 경험하며 배워 나갔다. 메시지 작성과 썸네일 디자인부터 규격 준수, 밴더와의 소통, 발송 테스트 등 모든 과정을 차근차근 진행하며 점점 익숙해졌고,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작업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툴이나 형식은 변하더라도, 고객이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중요한 것은 '배우려는 자세' '부딪쳐 나아가는 용기'다. 어떤 일이든 처음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도구와 프로세스를 배우고 익히며 하나씩 해결해 나가다 보면, 그것이 결국 우리의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진다. 디자인 작업이든 알림톡 발송이나 뉴스레터든 이 모든 경험은 우리 회사와 구성원 모두를 한 단계 더 높여주는 밑거름이 되어준다.


이런 경험을 통해 느낀 것은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일이 들어와도 "못해요"라는 말을 하기보다, 배우고 익혀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 디자인은 늘 새로운 도전과 배움의 연속이다. 그러니 모른다고 손 놓지 말자. 부딪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아왔기에, 나 또한 이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이 부딪히고 넘어지고 일어나고 할지 모른다. 그래도 부딪치며 배우고, 그렇게 앞으로도 성장할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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