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치앙마이
백수가 된 지 한 달이 넘어서야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항상 회사 근처에서 퇴근 시간 후 운동하다가 집 근처에서 하려니 뭘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요즘 유행 따라 집 근처 공원에서 러닝을 해볼까도 했지만 결국 실패. 집 바로 앞에 있는 크로스핏 체육관에 등록해 버렸다.
크로스핏은 일 년 반 정도 했었다. 얼마나 힘든지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선뜻 시작할 용기가 생기지는 않았다. 고민을 거듭하다가 더 이상 운동을 안 하고 밍기적 거리면 나중에 더 힘들 것을 알기에 등록한 당일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아주 죽겠다.
첫날이라 전력을 다하지도 못했고 평소보다 가벼운 덤벨로 운동을 했음에도 누군가에게 몽둥이로 온몸을 두드려 맞은 기분이다.
오랜만에 운동을 할 때 겪을 수밖에 없는 통과의례다.
그래도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는 나의 운동 수행 능력이 괜찮았어서 몸은 힘들지만 나름의 위안을 얻었다. 일주일 정도만 버티면 운동이 고문이 아니라 상쾌함으로 느껴질 것이다. 나 자신 파이팅...
치앙마이에 있을 때 1년이나 무에타이를 했기에 한국에서도 계속하면 좋으련만, 한국의 무에타이 체육관은 태국에 비해 만족도가 꽤나 떨어진다. 일단 크로스핏을 하면서 체력을 다시 찾고 나면 무에타이를 한다고 또 태국에 갈지도 모르겠다.
내가 운동을 처음 시작한 것은 스무 살 무렵으로 오로지 다이어트 목적이었다. 당시에는 적게 먹고 많이 운동해서 15kg을 감량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헬스를 하다가 동네 킥복싱 체육관에 다니며 뭔가를 배우는 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태국에서 무에타이를 배우고 한국에서는 복싱, 크로스핏, 수영, 웨이트 트레이닝 PT 등 다양하게 운동을 접했다.
항상 다이어트에 집착했기에 폭식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격한 운동을 하면서 과음을 하고 음식을 먹고 토했다. 몇 년을 그러다가 다이어트에 대한 집착을 조금씩 버리면서 증상이 사라졌다.
폭풍의 언덕 같았던 시절이 지나고, 지금 운동을 하는 이유는 많이 변했다. 체중계 위에는 잘 올라가지도 않는다. 지금은 오로지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 운동한다. 살이 빠지건 말건 상관없다. 운동을 하는 동안 숨이 차오르는 것을 어떻게든 호흡을 하여 견디는 그 과정을 거치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그 평온함은 운동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서 잠이 들기 전까지 이어지는 편이다.
(그래도 불안할 때가 있다. 그때는 상태가 안 좋은 거라서 그 누가 되었던 도움을 청하고 대화를 나눈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갖고 있는 분들에게 호흡이 가빠올 정도의 운동은 항상 추천하는 바다.
운동에 적응이 될 때까지 주 6일 운동을 할 예정인데... 호랑이 굴에 제 발로 기어들어가서 호랑이님에게 날 잡아먹으라도 내 몸을 내어주는 기분이다. 하지만 굴을 빠져나올 때 즈음에 호랑이를 잡아 가죽을 뒤집어쓰고 나오는 것은 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