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치앙마이
마음먹기에 따라 좌절할 수도, 극복할 수도 있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
최근의 나는 2주 동안 100% 출석률로 크로스핏 체육관에 출석해서 운동 중이다. (월-토 주 6회 운동 중)
크로스핏을 시작한지 2주가 지나고 오늘이 3주 차. 이제는 몸이 적응했겠지 했는데 아찔한 일이 벌어졌다.
오늘 운동 프로그램은 간단한 편이었다. 4분 안에 로잉머신 400m를 타고 10kg 덤벨 두 개를 들고(20kg) 워킹 런지를 20회 한 후 다시 10kg 덤벨을 하나만 들고 스쿼트 15회를 하는 프로그램을 네 번 반복하기만 하면 됐다.
평소보다는 프로그램이 간단한 편이라 힘들긴 해도 '죽을 만큼 힘들지는 않을 것'을 예상하고 운동을 하러 갔다.
결과적으로는 로잉머신을 타다가 허리를 삐끗했고, 이로 인해 호흡이 완전히 무너져 거친 호흡을 몰아쉬면서 겨우 겨우 운동을 끝냈다. 체육관에서 거의 기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허리가 삐끗하는 것을 느꼈을 때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이런 통증이 오면 꽤 오랫동안 고생해야 할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애초에 로잉머신을 타면서 이런 일이 벌어져본 적이 없었다.
그동안 운동을 너무 과하게 한 것인가, 그래서 자세가 무너진 것인가.
어쨌거나 내 기준에 '고작 이 정도' 운동으로 다친 것이 슬프기까지 했다. 운동이라면 원래 자신 있는 편이었고 '원래 하던 대로' 운동하면 체력은 금방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심지어는 작년에 치앙마이에서 무에타이를 할 때까지만 해도 그게 먹혔다.
한국에 돌아와서 7개월 남짓 회사생활을 하는 동안 극심한 스트레스와 함께 '노화가 촉발되는 버튼' 같은 것이 눌려진 모양이다.
나도 몸의 노화에 대응하기 위해 평소보다는 매우 낮은 강도로 운동하되 매일 운동을 나가는 전략으로 체력을 되돌리려고 했는데 결국은 다쳐버렸다.
운동선수로 치자면 '에이징 커브'가 온 것이다.
이제는 힘과 젊음으로 밀어붙이던 운동전략을 완전히 수정해야 할 시점이다.
그래 다 안다. 아는데 직접 겪으니 슬픈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더군다나 이런 변화가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나를 위로해 줄 가족도 없다. 나의 부모님은 '자신들의 노화가 더 슬프고 비극적인 것'이라며 자신들을 먼저 챙기라는 은근한 협박을 일삼는다.
일생을 살면서 많은 변화를 겪게 되는 것이 당연한데, 변화의 그 어떤 지점에서도 부모님은 나를 위로하지 않았다. 그들보다 늦게 태어나 그들보다 젊은것이, 그들보다는 좋은 환경에서 자라며 배 곪지 않고 학교도 다닐 수 있는 것이 다 죄스럽게 느껴졌다. 죄스럽게 느끼라고 강요당했다. 그것이 '효'라고 했다.
갑자기 운동 이야기 하다가 왜 또 부모님 이야기로 빠졌나 싶지만 그것이 나의 마음임을 이제는 안다. 나도 위로받고 싶고 힘들다고 어리광도 부리고 싶은 거다.
그래도 괜찮다고 스스로의 등을 토닥이며 말해주고 싶다.
부모님 혹은 남에게 살이 빠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운동할 필요도 없으니 다쳤으면 푹 쉬고 운동 그 자체를 즐기라는 말도 덧붙인다.
불안할 필요는 없다. 에이징 커브가 왔다면 그에 맞춰 운동하면 된다.
결론은 잘 대응하겠다는 것.
(답은 정해져 있는데 그 답을 정리하려고 글을 쓴다^^)